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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25화 (125/374)

125화

이주

조사대의 인원들은 강가의 옆에 단 한명을 빼놓고 모두 모여있었다. 본래 강가에있던 이들은 구해놓은 재료인 통나무에 덩쿨을 묶어 뗏목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재료 수집을 위해서 숲에 들어갔던 이들은 우연히도 재료를 모아 강가로 다가간 시기가 동일했던 것이다.

"별일 없지?"

딱히 위험할 일은 없다고 여기는 건지 한 대원이 태평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미 한번 전체적인 주변 조사를 통해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믿고있는 그들은 그런 그를 나무라기는 커녕 그와 비슷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 지금까지 숨어 지내면서 지치고 파폐한 속내를 풀어내고자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주변에 적이 없다는 방심에 빠지고 태연히 목소리도 줄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어느새 자신들 주변의 수풀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스스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름 정예로서 대부분의 대원이 죽을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아무리 지치고 방심했더라도 제법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수풀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끝까지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얼빵한 이들은 아니었다.

어느순간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슬그머니 손이 허리춤에 매달린 무기로 향하면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적의 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수풀의 움직임으로 짐작 할 때 적어도 스물 이상"

"젠장, 분명히 아무런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적의 동태를 살피던 중 그들 중 한명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한탄성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게 신호탄이었다는 듯이 수풀에서부터 다양한 몬스터들이 뛰쳐나왔다.

흐끄그그 끄그기기긱

매마른 성대에서 나오는것과 같은 건조한 신음성을 뱉어내면서 얇은 신형의 몬스터들이 뛰쳐나와 그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카가각-

맨몸 맨손에 온몸에 힘이 없어 보이듯 뺴빼마른 몬스터들이 질긴 피부와 단단한 손톱과 발톱을 믿고 그들이 가진 천연의 무기를 휘둘렀다.

"뱀피릭 플랜트!"

제빨리 자신들을 향해서 짓쳐들어오는 공격을 쳐낸 조사대는 상대가 누군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들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그리고 적 몬스터들이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하나같이 수분기라고는 보이지 않는 미라와 같다 것과 몸에 뚫린 구멍에 튀어나온 푸르르고 연약해 보이는 줄기와 이파리들이 그 정체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도 실제로 보는것은 처음이었다. 뱀피릭 플랜트는 뱀피릭 쏜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뱀피릭 쏜이 그 정도로 성장하려면 무수한 강자들이 한 자리에서 죽어나가야만 가능해 매우 드물게 나타나 대체로 기록으로만 남아있었다.

조사대원들은 이들과 싸우는 것은 피폐해진 자신들에게는 무리인 일이라고 판단하고는 도주하기 시작했다. 근접이 특기인 대원들이 앞으로 나서서 자신들을 향해서 돌진해오는 뱀피릭 플랜트를 막아섰다. 그리고 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마법직업들이 주문을 준비했다.

"물러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뱀피릭 플랜트와 붙어서 막아내고 있던 근접 전투원들은 뒤로 물러섰다. 곧바로 이어서 그들을 향해서 다가오는 뱀피릭 플랜트를 향해서 완성된 주문이 날아들었다.

""ㅡㅡㅡ!""

무색투명한 탄환이 빠른속도로 그들을 향해서 다가오는 뱀피릭 플랜트들에게 닿았다.

꽈앙-!

뱀피릭 플랜트의 몸에 닿은 탄환은 굉음을 내면서 터져버렸다. 그 순간 귀를 막고 있던 조사대는 강렬한 풍압과 함께 뱀피릭 플랜트들의 몸이 뒤로 순식간에 밀려나는 모습을 보면서 곧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이 외운 주문은 압착된 공기를 터트리는 것으로 숙주의 육체를 강화시키기까지 하는 뱀피릭 플랜트에게 피해를 주기는 어려웠다.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도 전문 마법사가 아닌 직업상 도움이되는 소수의 주문만을 알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제대로 피해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뱀피릭 플랜트들이 밀려나간 사이에 그들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풍압에 밀려 쓰러진 뱀피릭 플랜트들은 도주하는 그들을 잡을 수 없을 듯 보였고, 그들의 도주는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뱀피릭 플랜트들은 그들 이외에도 남아있었고, 그 중에는 나머지 하나의 조사대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윈!"

바짝 마르고 힘없어보이는 몸짓을 하고 있으며 칠공에서 삐져나와있는 식물의 줄기와 이파리를 볼 때 분명히 뱀피릭 플랜트지만 그의 모습은 그들에게 매우 익숙한 모습이었다.

"큭"

이미 수많은 동료를 잃어온 그들에게 또 다시 동료를 잃는 것은 이제 익숙하기도 했지만 그 비참한 말로를 보는것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그에 연연할수 없었다. 동료가 끔찍한 몰골이 되었지만 지체했다가는 다른 동료들까지 같은 모습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두에서 달리던 한 대원은 자신들의 앞길을 막아선 드윈의 모습을 한 뱀피릭 플랜트를 최대한 멀리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도망쳤다. 하지만 적이 된 동료의 등장에 잠시 동요해 멈칫한 그들의 뒤를 다른 뱀피릭 플랜트들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렇게 인간과 몬스터의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

루프스는 측근 고블린들과 함께 밖으로 나섰다. 정찰병이 들고 온 하나의 정보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몬스터에게 쫓겨서 이쪽으로 도망치고 있습니다'

정찰병의 보고를 들은 루프스는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법 강자들이 모여있다는 이야기에 접촉하기 꺼려하던 인간들이었는데 그런 인간들이 쫓기고 있다는것은 그들보다 강력한 몬스터들이 그들을 쫓고 있다는 것이었다.

루프스로서는 만일을 위해서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인간들을 잡아들여서 그 자초지종에 대해서 듣고자 했다. 그리고 제법 강자로 판단되는 그들이라면 바깥의 정보를 어느정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고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 이 주변에 몬스터가 없다는 사실과 상당히 먼 장소까지 정찰병을 돌리면서 새로 나타나는 몬스터는 없는지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들의 모습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관심이 안갈수가 없었다.

"오, 저녀석들인가?"

생각에 잠겨있던 루프스는 곧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급하게 달려오는 그들은 분명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쫓고 있는 몬스터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으음... 보고는 들었지만 정말 다양한 녀석들에게 쫓기고 있구만"

"아마 기생체 몬스터에게 당한 녀석들일 겁니다. 그 증거로 눈 코 입과같은 신체에 나있는 구멍에서 삐져나온 식물들을 보면 짐작 할 수 있습니다"

턱을 긁으면서 루프스가 황당하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그 옆에서 인간들을 쫓고 있는 몬스터들을 유심히 살피던 프리트는 유추되는 그들의 정체를 루프스에게 이야기했다.

쫓고 쫓기는 몬스터와 인간들을 주시하던 루프스는 양측이 충분히 지쳐보이자 프리트에게 지시를 내렸다.

"슬슬 저들을 구해줘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프리트는 무언가를 입에 털어 넣더니 곧바로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듯이 지면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근래부터 사용할수 있게 된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스콘드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온몸으로 사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짙은 사기는 아니지만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둘이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쫓고 쫓기는 두 무리는 동시에 늪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바... 발이?!"

끄그그극

"큭, 움직...일...수가!"

한참을 도주하던 인간들은 갑자기 늪이 나타나 자신들의 발목을 잡자 당황했다. 그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늪에 빠진것이 그들 뿐이 아니라 그들을 쫓던 뱀피릭 플랜트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나타난 검은 안개와도 같은 것이 두 무리를 감싸 안았다. 직후, 죽은 시체의 몸을 차지하고 있던 뱀피릭 플랜트들은 제대로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이 굳더니 몸에서 삐져나온 식물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뱀피릭 플랜트들이 기행을 시작했을 때 인간들도 멀쩡하지 않았다. 늪에 빠져 피부가 접촉되는 순간부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시간 숨어서 도망치는 시간으로 이미 온 몸이 지치고 피폐해진 그들은 늪에서 올라오는 독기에 저항할 기력이 더 이상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무리는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의 예상보다도 단시간에 제압되자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은 뒤 부족으로 이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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