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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22화 (122/374)

122화

이주

플루왕국의 조사대는 최초 모집인원 백명에 왕국에서 선정한 충성심이 깊은 한 기사를 대장으로 총 101명의 인원으로 숲의 안쪽으로 투입되었다. 처음 숲에 들어오고는 순조로웠다. 숲의 이상이 감지되었지만 아직 대대적으로 퍼지진 않았는지 그들이 들어간 자리에는 아직까지 평온한 모습이 남아있었다.

문제는 숲으로 들어가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생했다.

조사대의 인원들은 모두 최소 상급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인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의 대장은 영웅 등급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강자였다. 대체로 최하급과 하급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군락지의 초입에서 곤란을 겪는것이 오히려 어려운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최상급의 몬스터가 출현한 것이다. 그것도 연약한 몬스터들만을 마주치면서 방심한 틈을 타 갑작스레 강력한 몬스터를 마주친것이다.

그들이 마주친 몬스터는 와이번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하늘에서부터 내리 꽂히듯 떨어지던 와이번은 그 기세로 조사대원을 한명 먹어치우고 시작했다.

쐐액- 팡-

"크윽"

우르르- 쿠당탕

와이번이 달려들면서 사람 하나를 낚아채갔을 뿐이었지만 그 여파는 조사대 전체로 퍼져갔다. 가속과 감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그 여파를 날개로 내지른 와이번에 의해서 그 풍압에 와이번과 가까웠던 조사대원들이 바깥으로 날려졌으며 그들에 의해서 주변의 다른 조사대원들을 밀어내버린 것이다.

끼야아아악!

순식간에 한명의 조사대원을 먹어치워버린 와이번은 그들이 아직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다시 한명의 인원을 그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다섯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제대로 태세를 정비하게된 조사대였지만 와이번은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물러나버렸다. 와이번도 조사대가 보유한 전력이 자신을 웃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 도주하는 와이번의 모습에 조사대는 이를 갈았지만 그들은 하늘을 날 방법을 소수를 제외하고는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것이 가능한 소수도 와이번을 시작으로 숲의 동태가 이상한것이 쫓아갔다가는 위험에 처할거란 사실을 인식하고는 그저 놓쳐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 많은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었다. 초입을 벗어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그렇게 많던 최하급과 하급의 저급한 몬스터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으며, 대신 그 자리를 보다 상위의 몬스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마주해야 할 습격들은 상급과 최상급에 달하는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밥먹는 순간 자는 순간 볼일을 보는 순간 숨어서 행군을 이어가는 순간 어느 때고 구분없이 이어지는 습격이 이어지자 결국 그들의 수는 계속해서 조금씩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서른의 수가 죽고 70의 수만이 살아남았을 떄 그들에게 내부분열이 일어났다.

더 이상 조사를 이어갈수 없다는 의견과 아직 명확한 변화의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견으로 갈라진 것이다. 결국 그 분열로 인해서 조사를 이어갈수 없다는 의견의 열 다섯의 인원들은 대열에서 빠져나와 그들끼리만으로 후퇴를 고려하게 된 것이다.

열 다섯이 빠져나간 쉰하고 다섯의 인원들은 그들의 빈자리를 느끼면서도 안으로 들어갔다. 숲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그들은 대열에서 이탈한 열 다섯의 동료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들도 마음같아서는 그들과 함께 빠져나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이들은 거기에 더해 어떻게든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이미 변화가 시작된 숲으로부터 빠져나가는것이 쉽지 않을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옳았다는것을 증명하는 사례를 수일 후 발견하게 되었다.

조사대는 갑작스런 절벽의 등장이나 적대하기에는 너무 위험해보이는 몬스터의 발견으로 수차례 이동경로를 바꾸었다. 그러던중 그들은 한 장소에서 어쩌면 짐작했던 그리고 그 짐작보다도 끔찍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 있던것은 짓씹어지듯 찢겨진 옷가지와 핏자국 그리고 눈에 익은 물품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마찬가지로 짓씹어진듯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는 사람의 뼈를 확인할수 있었다.

"이럴수가!"

"... 브라운의 목걸이로군"

"이건 자일의 반지예요!"

그들이 발견한것은 숲의 탈출을 위해서 따로 빠져나간 동료들의 물품과 그들의 유골로 추정되는 뼈들이었다. 몬스터에 의해서 완전히 잡아먹혀 그 흔적도 없는것인지 아니면 따로 탈출에 성공했는지 이곳에 남아있는 유품과 유골로 추정할수 있는 인원은 열 둘이었다.

이 때 쯤 그들도 탈출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서 하나라도 정보를 더 알아보고자 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 후 그들은 더욱 깊숙이 지금까지 인간들의 발길이 별로 닿지 못했던 장소를 향하게 된 것이다. 그 앞에 무엇이 있던지 비록 그 때문에 그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하나라도 더 알고자 깊숙히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살아나갈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고자 하는 생각도 있지만 만일 전멸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이곳에 보낸 왕국에서는 모종의 방법으로 그들이 알아낸 정보들을 수집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진하던 그들은 결국 비어버린 몬스터들의 영역을 지나서 숲에서 일어난 이변의 원흉이 위치한곳으로 짐작되는 장소에 도착할수 있었다.

"검은... 땅?"

지금까지 그들이 보지못했던 광경이 그 앞에 펼쳐져있었다. 수일 전부터 어쩐지 살아있는 풀들도 별로 없고 어느순간부터는 오로지 죽어 메마르고 썩어버린 수풀만이 보인다 싶었더니 지금은 그들의 앞에 경계를 나누듯이 명확한 검정을 표현하고 있는 대지가 나타난것이다.

검은 땅이라는 것은 단순히 땅이 거뭇거뭇한것이 아니었다. 일말의 티도 없이 오로지 검정으로 진하게 그 색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인간들은 과연 이 땅에 들어가는것이 괜찮은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다행히 어쩌면 그들에겐 불행히도 딱히 그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고있지는 않은듯 했다.

숲의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그들은 다시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곳도 몬스터들이 드물기는 마찬가지였던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들이 그동안 겪은것과 차이가 나는것은 이곳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이 대체로 언데드들이라는 점이었다.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가 언데드로서 그들의 앞길을 막기도 했지만 모두 제대로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좀비들이어서 단순한 협공만으로 물리치는것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보다도 안전한 상황은 그들에게 방심을 가져다주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멀리서나마 이변의 원흉으로 짐작되는 몬스터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처음 그 몬스터를 발견했을 때 그들은 그것이 몬스터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그저 시커멓기만 한 바닥과 마찬가지로 매끄러운 검은색을 자랑하는 그 육체 때문일수도 있으며, 단순한 몬스터라고 짐작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그 몸집 때문일수도 있으며, 단순히 힘의 격차로 그것을 몬스터라고 느끼지 못한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그것이 몬스터라는 사실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미동도 보이지 않았던 그것이지만 그들은 그것, 좀비드래곤과 눈을 마주치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않는 무미건조한 그 눈빛은 분명 죽었으면서도 저 몬스터에게 이지가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좀비드래곤의 시선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주변을 지키던 몬스터들에게 자신들의 주인에게 접근한 침입자에 대해서 눈치채기에는 너무도 충분했다.

퍽- 파삭-

검게 덧칠된 대지에서 지금까지 본것과는 명백히 이질적인, 정 반대의 흰색을 가진 물체가 솟아나고 있었다. 멍하니 좀비드래곤을 관찰하던 그들의 사방팔방 어디에서나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그것들은 계속해서 솟아나와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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