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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20화 (120/374)

120화

이주

루프스의 무리는 오랜시간의 행군으로 그들이 지내던 영역보다도 더욱 남쪽으로 넘어왔다. 루프스의 예상이 어느정도 들어맞았는지 고블린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마주친 몬스터들의 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간혹 마주치는 무리들도 대체로 약한 몬스터들의 무리거나 그의 힘으로 무리없이 퇴치할수있는 몬스터들의 무리였다.

결국 그들은 괜찮은 입지를 가진 지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행군의 보상이었다. 오랜 행군동안 루프스가 알아낸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본래 지내던 서식지를 떠난 몬스터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가 새로 자리잡은 지역이 무주공산에 가까울거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깊숙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상황은 그의 상상 이상이었다. 몬스터들이 폭주한듯이 보이는 흔적이 좀 남아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이는 숲에 그 어떤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터전을 정하고 그는 주변에 위치한 적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정찰병들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생산직에 종사하는 무리의 일원들에게 부족의 재건을 맡기고는 정찰병들과 함께 주변에 별다른 위험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가 솔선수범으로 앞장서자 그 뒤를 이어서 부족 재건에 한손 거들지 못하는 이들이 그를 따라서 주변을 함께 살펴보았다.

한창 정찰에 나서서 주변을 둘러보던 루프스는 곤란함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 어디에서도 동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동물들이 이런 때는 민감하다더니 어떻게 이 넓은 땅에 단 한마리도 보이지가 않을 수 있는거지?'

그는 동물들이 다가오는 자연재해에도 민감하게 앞서서 반응해서 위험지역을 벗어나는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지식으로서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사기가 뿌려졌으니 동물들이 기겁해 도망치는것도 이해가 안가는 행동은 아니었다.

'끄응, 고기를 얻으려면 먼거리로 원정을 다녀야 하는건가? 그나마 열매가 많다는것이 위안이군'

새로 자리잡은 장소는 무수한 나무가 우거지고 있는 숲의 한복판에 커다란 강줄기가 관통한것이 인상적인 장소로 그 주변에 우거진 나무에서는 많은 양의 열매를 매달고 있어 그들 무리의 식량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잡으려는 장소는 강이 크게 우회하면서 움푹파인 지형이었다. 강에서 제법 거리를 두고 부족을 재건함에도 그 넓이가 이전의 배에 달할정도로 넓은것이 이 강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부는 모두 나무로 뺵뺵이 차 있어 고블린들이 벌목만으로 상당히 고생하기도 했다. 나무를 베어내면서도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다수 있어 상당히 아쉬워하면서도 공간 확보를 위해서 베어내 고블린들이 아쉬워했다.

주변에 동물이 없는만큼 몬스터도 없어 안전이 어느정도 확보되었다 확신한 고블린들은 차근차근 본격적으로 부족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떠나오면서 대장장이들과 손재주가 좋은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참여하면서 만들어낸 수레에 실어온 식량이 제법 있어 식량 걱정을 덜었다.

식량에 대한 걱정이 사그라진 그들이 가장먼저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집이었다.

지금까지 가죽이나 풀을 엮어 만들어낸 움막에서 지내왔지만 어느정도 건축기술을 보유한 코볼트들에 자제 조달을 위해서 인간 대장장이들과 고블린들이 나섰다.

먼저 대장장이들이 힘에 특화된 고블린들이 들고 오는 석재를 가공했으며 각종 필요한 공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독초와 약초를 연구하던 고블린들이 석재를 접착하기 위한 접착제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재와 접착재 그리고 공구들을 이용해 직접 건축에 들어갔다. 루프스는 하루 하루 다르게 변해가는 부족의 터를 바라보면서 주변 일대에 별다른 일이 없는지 정찰병들과 함께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이곳에서 떠났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녀석들이 단 하나도 없다고는 장담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엘프들은 새로 만들어지는 고블린들의 부족의 바로 옆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루프스가 함께 섞여서 사는게 어떠냐 묻기도 했지만 엘프들은 고개를 저을 뿐 그들의 부족에 합류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따로 지내는게 괜찮겠습니까?"

"음... 섞여서 살아갈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맞지가 않군요"

루프스가 직접 엘프들의 촌장에게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도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것이 식문화였다. 육류를 선호하는 고블린들은 열매나 뿌리음식도 충분히 먹을수있다. 육류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는 식물에서 나는것만으로 살아가는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블린들이 열매나 뿌리 음식들을 좋아하는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엘프들은 모든 식사를 식물로 만들어진 음식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들이 육류를 먹지 못하는 이유는 고기에서부터 피어나는 피냄새나 생고기에서부터 피어나는 냄새, 구우면서 생기는 잡내에 민감하게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새로 만들어진 부족에서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어후, 정말 어떻게 그런걸 먹는건지"

"오는 동안 냄새때문에 정말 곤란했다니까. 그나마 이 근처에 동물들이나 몬스터가 없어서 먹지 못한다지만..."

"없어서 못먹는다는 얘기잖아? 구하면 바로 고기를 먹으려고 할텐데 그 때마다 냄새를 참는것도 정말 고역일거라고"

그런 이유로 엘프들은 그들의 부족에서 약간 떨어진 장소에 따로 마을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나마 고블린들과 함께 코볼트나 인간들은 함께 살아가게 되었으니 새로 만들어지는 마을은 두개 뿐이었다.

양측에서 거주에 필요한 건축물을 모두 짓는데 수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 후 무리 전원이 가지고 있던 식량들이 슬슬 동이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임시로 만든 작살과 그물을 이용해서 강가의 물고기들을 잡아서 연명하고 있었지만 일만에 가까운 인원들이 먹고 살기에는 그 양이 여전히 부족했다.

부족한 것은 주변에 열려있는 열매를 따오는걸로 현재로서는 충분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고 이어지지는 않을것이다. 게다가 이후 그들의 수가 변하지 않을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고블린과 코볼트들도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날것이고 인간들도 그 수가 늘어날것이다. 특히 고블린들은 정신이 완전히 나간 인간 여자들을 모아서 고블린들의 모체로서 이용하고 있어 제대로 수를 늘리기 시작할 떄 그 속도가 심상치 않을것임은 쉽게 짐작되었다.

그들은 머지않아 다가올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밭을 일궈내야 했다. 이번에도 이전과 같이 엘프들의 손을 빌려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들 중에서도 농촌 출신이라고 나선 대장장이들 몇이 참여해서 밭을 일구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필요한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추가해가는 그들은 조금씩 새로운 집에서 살아가는데 적응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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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육중한 몸을 이끄는 외눈거인이 숲속을 해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외눈거인 싸이클롭스의 눈을 피해서 은밀히 숨어있는 인간들이 있었다.

쿵- 쿵-

거인의 몸체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완전히 그들의 시야를 벗어나고서야 수풀속에 숨어있던 인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죽는지 알았네"

"왜 이런곳에서 저런게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거죠?"

싸이클롭스의 등장에 숨을 졸이던 그들은 갑작스레 나타났다가 이제는 사라진 강력한 몬스터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퇴로는 완전히 막혀버렸고, 여기 계속있는것도 더욱 위험한 상황인데... 더 안으로 들어가보지. 이상사태의 원인은 밝히지 못했지만 바뀐 군락지의 생태계 정도는 알아두고 가야하지 않겠나?"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콧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대원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숲의 이변을 감지한 플루 왕국에서 모집해 보낸 조사대였다. 이미 한번 격렬한 숲의 변화를 그 몸으로 겪으면서 그 수가 반감되고 살아남은 이들도 몸이 성한 이들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어째서 이 혼란스럽고 한순간에 목숨이 바람앞에 등불이 되는 숲속에 들어와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출신도 다르고 각자 숲에 들어온 이유도 다른 그들이지만 이곳에서 살아남아 바깥에 정보를 전달해야한다는 사명은 같은 이들이었다.

마지막까지 임무를 달성하고자 하는 그들이 이타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비록 그 이타성이 이기적인 이들의 목숨으로 만들어진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가지라도 더 알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깊숙한 장소까지 들어가기를 결의했다. 그곳에서 숲의 변화한 원인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또는 변화로 말미암은 결과를 확인하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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