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19화 (119/374)

119화

이주

두두두두

맹렬하게 달려오는 이들은 다름아닌 기병들로 그들이 타고 있는 짐승은 고블린들이 지금까지 보지못한 짐승이었다. 전신을 시커먼 갑주로 무장한 기병들은 마찬가지로 시커먼 색에 육중한 몸체에 머리에 달려있는 크게 휘어진 커다란 뿔을 앞세우고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그들을 발견한것은 고블린들이었다. 하지만 요란스레 덮쳐오는 기병들은 곧 다른 몬스터들도 눈치챌수 있었다. 그들이 달려오는 모습은 상당히 위압적이었지만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은 몬스터들이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몰래 숨어들어왔던 고블린들은 재빨리 그들에게서 거리를 벌려 반대쪽 성벽으로 도주하려 했지만 몬스터들을 요새에서 몰아내려던 인간들이 작정을 했는지 또다른 기병들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성문을 막고 있던 덩쿨이 어느새 큰 충격으로 점점 뜯겨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눈치채기도 전에 덩쿨은 묵직한 충차에 의한 충격으로 갈갈이 찢겨나가 성문을 통한 길을 내주었으며, 성벽 위의 몬스터들도 어느새 힘이 고갈되었는지 전열을 교체하고 있었지만 양쪽에서 밀려오는 기병들에 의해 전력이 잠시 주춤한 몬스터들이 일시적으로 별다른 교체전력을 보내지 못하는 잠깐의 틈을 뚫고 성벽위로 올라와 이미 힘이 고갈된 몬스터들을 힘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한순간에 매우 불리한 전장에 들어선것을 알게된 고블린들은 당황해하면서 여전히 아무 동요도 없이 그저 묵묵히 전투만 수행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사이로 숨어들었다. 이미 전력의 불리함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기회를 찾아 철저하게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성벽의 삼면이 뚫려버리면서 명백한 몬스터들의 열세를 점쳤다. 하지만 그 물량은 잠시 주춤했던것이 거짓말이라는 듯이 백중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인간의 손에 다섯 혹은 열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쓰러지고 있었지만 몬스터들은 그 두배, 세배에 달하는 전력이 계속해서 보충되고 있었다. 지금도 고블린들이 지나왔던 길에는 여전히 끝없는 몬스터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인간과 그보다 더욱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었다. 아무런 이지도 보이지 않는 몬스터들은 자신의 목숨따위는 간단히 버릴 수 있다는 듯이 아무리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도 그 몸을 전장에 들이밀고 있었다. 게다가 인간들도 완전히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포기하지 않고 밀려드는 몬스터들의 틈바구니로 끼어들어 그 목숨줄을 날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는 점점 격렬해지는 전투가 그리고 뒤에서는 끝도없이 자신들을 밀고 있는 몬스터들에 의해서 전투를 피하던 고블린들도 강제로 그 틈바구니에 끼이게 되었다.

"흡! 죽어라아아앗!"

"캬악!"

몬스터들을 노려보는 눈에 핏발이 선 한 인간이 들고있던 검을 크게 휘둘러 그의 앞에서 상황파악 못하고 있던 한 고블린이 일도양단으로 잘려나가 버렸다. 하지만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고블린들도 그 이상의 희생은 내지 않겠다는 듯이 서로 뭉치고 뭉쳐서 몬스터들의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들을 밀어내는 몬스터들의 압력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생존본능에 차있는 고블린들은 막무가내로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후방으로 물러나는것에 성공 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판단한 고블린들은 선두에 함정 전문가들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땅굴을 뚫기 위함이었다. 고블린들의 틈에 섞여있는 함정 전문가들은 수많은 함정들을 만들기 위해서 관련된 능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았으며 또한 관련되지 않더라도 여러종류의 함정을 만들어내는데 다양한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에 땅굴을 뚫기 위한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빨리! 빨리 파라고!"

앞뒤로 뭉쳐서 버티고있는 고블린들을 찌부시키려는듯이 달려드는 인간들에게 밀리는 몬스터들과 원군으로 달려오는 몬스터들로 고통받는 사이 땅굴이 파이기를 기다리던 고블린들은 그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못하도록 버티고 땅을 파고 있떤 고블린들은 그들의 요망에 맞추어 최대한의 속도로 땅을 파내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급 고블린들이 최선두에 서서 자신들을 눌러오는 몬스터들을 밀어내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땅굴을 파고 있는 함정 전문가들도 순식간에 제법 깊은곳까지 땅을 파냈지만 한곳에 뭉쳐있는 고블린들의 수는 상당했고, 어지간히 깊은 땅굴이 아니면 모든 고블린들이 들어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여기서 고블린들은 한곳을 파는게 아닌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많은 수로 가지를 쳐서 뻗어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들어갈수 있는데로 들어가서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원이 땅굴을 파기 시작한 것이다.

쿠알론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운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데리고 온 고블린들중 땅굴을 팔수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만큼 땅을 이루는 구성물질을 바꾸어내거나 지지대를 만들어내는 종류 또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종류의 능력을 가진 이들의 수도 상당해 다양한 방법으로 땅굴을 받치면서 그 내부를 넓혀갔다.

더 이상 선두에 선 고블린들이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을 때 그들의 밑에서는 충분한 넓이의 땅굴을 만들어내는것에 성공했다. 땅굴을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의 내부까지 들어왔던 이들은 모두 땅굴속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고, 그것은 아직 거리가 있던 인간들과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몬스터들 모두 알아채기 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

선두에 늑대위에 올라탄 정찰병 고블린들이 앞장서서 달리고 있었으며 바로 뒤에는 루프스를 비롯한 전투원들이 그 뒤에는 비 전투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전투원에 비해 속도가 느린 비전투원들은 늑대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혼잡한 몬스터들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숲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루프스가 처음 생각했을 때는 밖으로 나가는것을 고려했었다. 아무래도 군락지 안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내는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그 증거로 홀로 부족에 숨어있던 그가 나왔을 때 그 주변에는 부러진 나무와 짓밟힌 풀과 흙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루프스도 몬스터들이 언데드들에게 밀려서 바깥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원지가 다름아닌 얼마전 피어오르던 검은 사기가 너울거리던 장소라는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당장 우리 부족을 지나갔던 녀석들의 수도 적은수가 아니지, 거기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곳에서도 빠져나간 몬스터들은 있을거고'

루프스의 생각에는 지금 몬스터들이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들이 도망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린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이전에 그들이 살던 장소는 무주공산이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는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검은 사기가 올라오던 장소는 오크 부족과 제법 근접한 장소였지. 그 뒤로도 거기서 그리 멀어지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고, 그럼 오크 부족 주위만 조심하면 그 외 지역들은 완전한 공백지라는 뜻이겠지'

루프스는 부족을 떠나면서 그리고 잠시 머물렀던 코볼트 부족을 다시 떠나면서 봤던 몬스터들을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대체로 그보다 조금 약하거나 비슷한 몬스터들이 많았지만 종종 그를 월등히 뛰어넘는 몬스터들과 대적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몬스터들도 나타났던것을 보면 본래 중심부에 가까운 장소에서 서식하던 몬스터들도 이번 사태로 밀려 올라간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이 도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것이 검은 사기를 뿜어낸 몬스터의 강함이 어느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고 그곳과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자리잡아야한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다. 전력을 더욱 늘려야돼, 이미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인간들이 있을거야. 아니, 그 도적놈들은 이미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빠져나간 쿠알론들까지... 인간들이 우리에대해서 알아내고 처들어오는것도 막연히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때까지 최대한 대비해야 한다. 수를 늘리고, 개체 하나하나가 성장해야해'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이끌고 오크들이 있던 자리의 반대쪽 남동쪽을 향해서 뜀박질을 이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