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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8화 (118/374)

118화

이주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 부족원들이 코볼트 부족이 자리했던 지역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막 몬스터들의 경계 틈사이로 빠져나간 직후 무렵. 먼저 지역을 빠져나간 쿠알론 일행들은 숲의 끄트머리 무렵에 숨어 있었다.

"이게 무슨...!"

쿠알론은 이를 갈면서 군락지 숲의 바깥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까지 그를 따라온 고블린들 중 절반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쿠알론을 비롯한 상급의 고블린들을 위해서 강제적인 희생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런 희생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온 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들의 눈 앞으로 숲의 끝이, 그리고 그 바깥이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오기까지 무수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본래 가진 당초의 계획대로 숲의 바깥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숲의 바깥으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것과 동일한 이유였다.

-크르으으

-우우우

-...

그들의 눈앞에는 무수한 몬스터들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들 어디에도 상처나 이상이 보이지 않으며, 귀기울여 들어보면 들숨과 날숨이 확실히 들리는것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분명히 살아있는 몬스터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고블린들의 눈에는 마치 시체와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저 맹목적으로 앞으로, 앞으로 전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은 간혹 실수로 등장하는 고블린들의 모습에도 관심이 없었으며, 명백히 고블린들이 숨어있는 것을 알만한 몬스터들도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마치 무작정 생명체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은 쿠알론이 일전에 싸웠던 좀비들과 동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상한 모습에, 쿠알론을 비롯한 고블린들은 그들이 조종당하고 있다는것을 눈치채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뒤로 이들을 조종하는 주체가 어떤 녀석인지를 알아보고자 숨죽여 죽인체 조심스레 주변을 수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내기는 커녕 그들의 무리를 이루는 고블린들 중 일부가 이탈해서 그들에게 합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시작했을 정도다. 그나마 중요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쿠알론의 형제들과 중급 고블린들은 능력을 이용해서 그로부터 방어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그 뒤로 이들은 모두 나무 위나 수풀 속에 숨어 사태를 살피고 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물로 보이는 한 나무토막을 발견해냈다. 그리고 고블린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무엇인지 모르기도 했지만 혹시나 이것이 다른 몬스터들처럼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두들 꺼려했기에 가장 약한 고블린이 앞으로 나섰지만 녀석은 한껏 긴장한 상태로 나무토막을 살피다 실수로 부서트리고 말았다.

"히익!"

"저 멍청한!"

"...!"

고블린은 기겁하고 그를 지켜보던 다른 고블린들도 눈을 크게 떳다가 아무도 앞으로 나섰던 고블린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은폐시켜버렸다.

얼마지나지 않아 쿠알론들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수 있었다. 그제야 숨어있던 자리에서 나와 어리벙벙한 태도를 보이는 고블린을 발로 차버려 비키게 했다.

"켕!"

그리고 쿠알론은 앞으로 나서서 직접 부서진 나무토막을 이리저리 건들면서 살펴봤다.

"저게 저들을 괴이하게 만들어 버렸던 원인이었나보군"

나무토막을 살피고 얼마지나지 않아 몬스터들의 이상과 자신들을 저들과 같게 만들려하던 것이 다름아닌 이 나무토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무토막에서 무언갈 발견한게 아니었다. 나무토막은 그저 그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기호와 도형으로 도배되어 있을 뿐이었다. 고블린들이 그 사실을 알아낸 것은 다름아닌 어느새 머릿속이 상쾌해진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 일대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약한 두통과 바깥에서부터 쿡쿡 찌르는 듯한 것을 느꼈었다. 하지만 나무토막이 사라지고나서 고블린들은 하나 둘씩 그 기분나쁜 느낌이 사라진것을 느껴 자연스레 추측해낸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그들은 그것이 이미 조종당하는 이들을 풀어주기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여전히 끝없이 진군하는 몬스터들은 여전히 정신이 없는듯이 멍한 표정으로 그저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블린들은 사실을 알아내고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순간 전부 흩어져서는 마찬가지로 표식과 같은 것을 찾아나섰다. 그들에게 다행인 것은 그들의 사이에 남아있는 존재감 없던 상급 고블린, 루프스의 자식인 하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정신방어 종류라는 것이었다. 고블린들도 당장 자신들이 멀쩡한 이유도 그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종당하는 몬스터 무리에 들어가버린 고블린들도 그동안 알게모르게 그에게 미움을 산 고블린들이라는것이 고블린들이 그의 능력을 짐작케 해주었다.

'키익, 정말 별거 아닌줄 알았는데!'

'저... 저렇게 되면 안된다! 캭, 미움사면 나도 저렇게 된다!'

고블린들은 이미 저 멀리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몬스터 무리에 섞여들어간 고블린들을 떠올리자 절로 드는 긴장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하나씩 표식들을 지우며 전진한 고블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을 빠져나갈수 있게 되었다. 처음 몬스터들에게서 또는 그들을 조종하는 녀석에게서 숨어들때 생각했던거와는 달리 그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도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어 밖으로 빠져나오기는 수월했다.

밖으로 빠져나간 그들은 몬스터들 사이에 섞여들어서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괜히 빠져나갔다가 눈에 띄는것도 곤란했거니와 이들이 이렇게 움직이는것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전진하는 목적지로 보이는 무너진 성이 그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전진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고블린들도 무난하게 성벽을 넘을 수 있었다. 숲의 바깥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신경쓰지 않고 이곳까지 전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성벽을 넘어서자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쿵- 쿵-

무언가 묵직한 물체가 성벽을 강하게 때리는듯 성벽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성벽의 위에서는 원거리 공격에 능해보이는 몬스터들이 성벽 너머로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식물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이파리나 몸에 열린 열매, 그리고 씨앗들을 성벽 너머로 쏟아 붓고 있었으며 그 옆에는 둥둥 떠다니는 눈알에서 붉은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성벽 위에 올라선 미노타우로스와 외눈의 싸이클롭스가 손에 거무스름한 물체를 들고는 바깥을 향해서 힘차게 던지고 있었다.

성문은 이미 무너졌었는지 본래의 모습은 일말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다만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식물형 몬스터들 중 덩쿨형 몬스터들이 보강을 하고 있는지 성문을 덩쿨로 빼곡히 매꾸면서 마치 살아있는 뱀이나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쿠알론과 고블린들은 이 자리에 계속 있는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벽과 성문을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지만 이곳은 드넓은 평야지대였다. 애초에 요새가 생긴 목적도 몬스터들을 감시하기 위해서였기도 했으며 이 주변에는 언덕이나 절벽들도 없이 넓은 평야가 한참 이어지는 지리였기 때문에 이런 엉성한 자리에 성이 세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조그맣게 들려오는 무수한 발이 땅을 구르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한참 전투가 이어지는 성벽쪽이 아닌 그 측면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그곳에는 이미 완전히 무너져버려 바닥에 흩어진 돌조각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장애물도 없는 장소였다.

고블린들이 들은 소리가 잘못 들은것이 아니라는걸 주장하듯이 고블린들이 좌측성벽을 주시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한 인간무리가 처음보는 짐승을 타고는 그들이 주시하던 성벽을 넘어서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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