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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7화 (117/374)

117화

이주

고블린들은 부족에서부터 바깥으로 나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은 각종 몬스터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꿀꺽

루프스는 눈앞에 보이는 몬스터를 보니 긴장에 온몸이 굳어가는게 느껴지는듯 했다. 그가 바라보는 몬스터는 만티코어로 이전에 고블린 부족을 지나쳤던 녀석보다 한층 큰 덩치를 하고 있는것이 한번 이상의 축복을 받은 개체로 추정된다.

녀석은 아직 루프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다른곳에 정신이 팔려 눈치챌 여력이 없었다. 만티코어는 자신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는 다른 몬스터들을 경계하기 바빴다. 비록 고블린들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만티코어의 감각은 저 멀리 위치해있는 와이번과 지하 깊숙한 곳에 머물고 있는 어스웜의 기척을 세세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와이번과 어스웜도 마찬가지로 만티코어와 서로를 감지하면서 그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틈바구니에 연약한 고블린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던 것이다.

고블린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그들이 서로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첫 정찰병에 의해서 세세히 알아와준 덕분이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공격을 못하고 있었다. 둘이 싸우면 분명히 하나가 죽을것이고 나머지 하나도 무사하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남은 하나가 어부지리로 최종승리를 가져갈수도 있는것이다. 그 사실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떄문에 셋은 서로를 주시만 할 뿐 직접 싸우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들에 대해서 고블린 정찰병들이 알아온 정보였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그렇게 견제만 하고 있는 세 몬스터들을 싸움붙이기 위해서 였다.

조심스레 만티코어에게 접근하던 고블린들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별다른 장비 없이 무기만 들고 있던 고블린들이 무기로 활을 들고 있기는 했지만 온몸을 꽁꽁 싸매고 허리춤에는 소형 가죽주머니를 줄줄이 차고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루프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스웜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한 고블린들은 만티코어와 와이번의 사이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활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화살은 특수제작으로 앞쪽에 날카로운 촉이 아닌 깨지기 쉬운 조잡한 토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퉁- 퉁-

토기에 약물을 집어넣고 투입구를 천으로 막은 화살을 만티코어와 와이번을 향해서 쏘았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은 곧 각각 만티코어와 와이번의 지척에 도달했다.

-크르릉

-끼이익

자신들을 향해서 날아드는 화살을 일찌감치 눈치챈 둘은 팔과 날개를 휘둘러서 화살을 쳐냈다.

당연히 조잡하게 만들어진 화살촉은 파리를 쫓아내듯 가벼운 휘두름에 가볍게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던 붉은 가루가 허공중에 퍼져나갔다.

-크릉? 크... 끄그그그어어어어!

-끼, 끼기긱 끼에에엑!

그리고 가루를 흡입한 두마리의 몬스터는 곧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두마리의 제법 덩치가 있는 몬스터 두마리가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서 날뛰자 필연적으로 둘은 서로 부닥치게 되었다.

쾅! 쿵! 퍽-

고블린들은 화살을 쏘자마자 재빨리 두마리 몬스터로부터 멀어졌다. 그들이 쏘아낸것은 흡입한 상대의 폭력성을 끌어올려 미치게 만들어버리는 가루였다.

재료도 흔하게 구할수 있고 그 배합도 간단해 만들기 손쉬운 물건이었다. 다만 사용한 자의 폭력성만 증대되고 적, 아군을 구분할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을 함부로 사용할수 없어 자주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다만 그런 물건이 이번 작전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게 된 것이다.

연구에 몰두하던 고블린들 대부분이 무사히 후방에 있어 이 가루를 만들어내는것은 간단했다. 작전을 수립하고 사흘만에 상당한 양의 가루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그 광폭 가루를 만티코어와 와이번에게 뿌리고 그에 더해서 그들이 싸우는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지면에 가루를 지면에 뿌려두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곧 나타났다.

푸화악-

ㅡㅡㅡ!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모양새의 어스웜이 밖으로 튀어나와 서로 물어뜯고 난리가 난 두 몬스터의 사이에 난입했다. 지면에 뿌려진 가루를 집어삼킨 녀석은 한순간에 날카로워진 감각에 지면에서 난동이 느껴지자 곧바로 그들의 사이에 난입한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곧장 부족을 향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고블린들의 수작에 싸움에 돌입하는 몬스터들의 수는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생긴지 얼마 안된 오크 부족과 오우거가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보통의 트롤보다 월등한 체격을 지닌 한 트롤이 드라코와 싸우고 있으며 바실리스크와 슬라임이 싸움에 붙었다.

이성을 잃은 오크는 오우거를 향해서 무작정 돌진하고 있었으며, 드라코는 등에 달려있는 날개로 하늘을 날 생각을 못하고 그 육체로 트롤을 향해서 들이받았다. 그리고 육중한 바실리스크는 슬라임을 향해서 팔을 휘두르고 물어뜯지만 슬라임은 그 모든 공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바실리스크를 자신의 몸 속으로 집어넣으려고 움직였다.

네곳에서 싸움이 일어나자 아슬아슬했던 균형은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전투의 여파로 또다른 전투가 시작되는가 하면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들의 싸움으로 근방에 있던 몬스터 부족이 없어지는 경우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위협적인 몬스터가 관심을 거두었기 때문에 무작정 다른 몬스터들을 향해서 공격해 들어가는 이들도 많았다.

코볼트 부족의 주변에 자리잡았던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각자의 싸움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그들이 빠져나갈 틈을 점점 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주도한 고블린들이 있던 코볼트 부족은 재빨리 이동 준비를 서둘렀다.

"서둘러라! 얼른 빠져나가지 않으면, 우리도 이 대규모 폭주에 휘말릴거다!"

부족에 남겨져있던 프리트는 남아있던 고블린들과 코볼트 그리고 엘프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준비를 마쳐갈 때 온몸을 꽁꽁 싸맨 고블린들과 엘프들이 도착했다. 모두 몬스터들을 향해서 광폭가루를 한가득 날리고 지금 막 부족에 도착한 것이다.

"족장!"

부족에 남아있던 이들을 이끌던 프리트는 다가오는 이들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갔다. 그리고 제일 앞에서 오던 루프스는 싸맸던 두건을 벗어던지면서 프리트를 향해서 물었다.

"어떻게 되고 있지?"

"준비는 거의 끝났습니다. 이제 식량만 마저 준비되면 출발할수 있습니다"

"좋아, 얼른 서둘러라 더 늦으면 우리도 저 전투에 휘말릴수 있다"

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과 쓰러지는 나무와 흩날리는 흙먼지를 보면서 프리트에게 말했다. 최대한 이곳에 피해가 없도록 조절해서 싸움을 붙였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몰랐다. 저들의 싸움이 점점 커지다보면 지금 그들이 머무르던 이곳까지 그 여파가 몰려올것이다. 그러니 몬스터들을 싸움 붙이고 확보한 틈에서 거리를 벌리도록 만들고는 자신들은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갔던 이들 모두가 무사히 귀환했고, 프리트도 준비가 끝났음을 그에게 알려왔다. 준비가 끝났음을 안 그는 파악한 틈이 있는 방향으로 앞장서면서 외쳤다.

"출발한다!"

그의 외침에 그의 뒤에있던 고블린, 코볼트, 엘프들은 그를 따라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루프스를 선두로 대열의 중간과 끝에는 상급의 고블린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 그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으며, 엘프들은 식량을 비롯한 자재들과 무구와 같은 짐들의 옆에서 그것들을 지켰다. 그리고 전진하고 전진하던 그들은 이내 전투에 돌입한 몬스터 두 그룹의 사이로 진입했다.

고블린들의 공작은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듯이 자잘한 문제는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이 무사히 몬스터들의 사이를 통과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확인하지 못했던 군락지의 새로운 지역으로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이미 확보된곳,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돌려 강제로 더욱 넓힌 틈을 지나간 그들은 전진했다.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서, 그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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