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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6화 (116/374)

116화

이주

코볼트 부족에 자리잡은 고블린들은 사흘에 걸친 주변 정찰의 결과가 나오자 침음을 삼키지 않을수 없었다. 당장 코볼트 부족으로 몬스터들이 습격하지 않아 의외로 이 주변에 그리 강한 몬스터가 자리잡지 않은것인가 하는 생각은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동안 평화로웠던건 이런 이유였던가..."

루프스는 눈앞의 정찰병이 전달하는 정찰 결과를 확인하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그들이 자리잡고 있는곳이 한동안 무사했던것이 그들도 모르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인한 결과였다는 사실에 아연한것이다.

코볼트 부족의 주변을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용담호혈 또는 마경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간신히 루프스가 상대할수있는 몬스터들도 수두룩 했지만, 그에 만만치 않게 그가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들도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은 주변에 서로 비등한 힘을가진 몬스터들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서로 빈틈을 찾아 주시하기 바빠 몬스터들끼리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야말로 근처에 있는 코볼트 부족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정도였다.

"이건 정말 위험하군. 지금이야 이녀석들이 서로 견제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우리를 건들 생각도 안하고 있겠지만,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여기는 순식간에 쓸려나가고 말거다"

"족장,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하는것 아닙니까?"

"음... 그렇지.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어야만 한다. 다행히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을거다. 그리고 이 틈을 알았으니 녀석들도 이탈하고자 생각했겠지"

몬스터들이 새로 자리잡은 장소들이 워낙 급작스럽게 바뀌어서 그런지 각각의 서식지가 중구난방이었다. 그들 사이의 간격은 일정치 않았고, 또한 명확한 경계를 가지지 않아 벌어진 틈은 고블린들이 도주하기 충분할 정도다.

"한시라도 빨리 도주하는게 좋겠지만... 그러려니 이번엔 코볼트 녀석들이 걸리는군"

루프스도 그렇지만 다른 고블린들도 이곳에서 벗어나는것을 반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을 따라가기를 약속한 엘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 남은 문제는 다름아닌 코볼트 녀석들이었다. 한때 그들의 최대의 적이었지만, 현재 코볼트들은 그들의 손에 의해서 굴복해 휘하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리고 영역을 잃어버린 고블린들이 매달린곳 또한 이들이 서식하는 부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을 버리고 도주하자니 루프스는 미묘하게 속이 껄끄러웠다.

"이녀석들을 저희가 신경쓸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들이랑 사이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파인피는 루프스가 코볼트들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든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그에게 따졌다. 어차피 과거에 적이었던 이들이고, 지금도 딱히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이들을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말도 맞다만은 집을 잃어버린 우리를 임시로라도 거주하게 해준것은 이들이라는것을 잊지 말거라"

루프스는 그런 파인피의 반응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시에 그는 코볼트들을 함께 이끌어갈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있다면 다름아닌 코볼트들을 우리 대신 전면에 내세우는것이 가능하다. 우리 고블린들이 인간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을것이다. 오랜시간 나타난적이 없어 멸종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두말할 필요도 없이 표적이 되버릴 것이다.

하지만 코볼트들을 전면에 세우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코볼트는 지금도 방방곡곡에 나타나고 있는 흔한 몬스터라고 하더군. 즉, 우리를 가장 강대한 적으로 추측되는 인간들의 눈으로부터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왠만하면 이녀석들을 함께 데리고 가고 싶다만..."

그의 이야기에 파인피도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고블린들도 수긍했다. 단 한번이었고, 그리 강력한 이들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인간과 직접 마주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숲의 바깥에 있는 인간들은 그 수만해도 수천만은 우숩게 넘긴다는 이야기를 엘라에게서 듣기도 했다.

고블린들도 당연히 자신들의 가장 큰 적에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루프스의 이야기에 수긍할수있었다.

곧 그들의 주제는 다시 바뀌어서 어떻게 이곳에서 빠져나갈지를 논의했다. 그리고 루프스는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함께 빠져나가야 할 동맹과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엘프와 코볼트들의 대표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의견을 내지는 못해도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기 위해서 인간 대표 또한 불러들였다.

엘프의 대표는 엘라와 촌장 이었고 코볼트 측은 크링크가 인간측은 맥이 대표로서 출석했다. 그리고 곧 그들은 현재 상황과 반드시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이유를 그들에게 이야기해주고는 빠져나갈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내 능력을 이용 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걸로 이번에 함께해야하는 모두를 다른 몬스터들로부터 가릴 수는 없겠지. 그러니 우리는 그 대책을 생각해야만 한다"

그는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먼저 중간거점들을 확보해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족장이 왕복하면서 충분히 빠져나가는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프리트는 비교적 안전한 장소 여럿에 중간거점을 만들어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하나하나 안전하게 빠져나가자는 제알을 했다.

"땅굴을 파는것은 어떻습니까? 키히, 제 종복들이라면 쉼없이 계속 파내는게 가능할 겁니다"

그 뒤를 이어서 스콘드는 땅굴을 파서 빠져나가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은 그야말로 기계와같이 반복행동을 하는것에 특화돼있다고 보아도 될 정도니, 그들의 힘이라면 충분히 지하에 새로운 거주지를 만들거나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땅굴을 파는것도 가능할것이라는건 쉽게 예상할수 있다.

"음... 두가지 의견 모두 좋다만 큰 문제가 하나 있군. 지금 우리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중간거점을 만들거나 땅굴을 만드는 사이에 저것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장할수 없다는게 문제다"

두 의견에 대해 루프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 부족의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언제 움직이기 시작할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가지 의견이 묵살되자 모두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 이외의 별다른 의견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간히 나오는 의견들도 루프스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연신 고개를 휘휘 저었다.

"합류지점을 정하고 분산해서 출발하는게 어떻습니까? 그럼 녀석들의 시선도 분산되서 다소의 희생이 있겠지만 빠져나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각, 적들 하나하나가 나와 비슷한 힘을 보유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걸 생각하면 아마 퍼져나가는 순간 대부분이 저들에 의해서 죽어갈 것이다"

"쐐기 돌진으로 한점을 노려서 뚫어버릴순 없겠습니까?"

"안된다. 물론 첫 한방에 순조롭게 뚫어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만은... 저들이 그렇게 만만할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첫 공격에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루프스가 각 의견들을 이유를 들어서 계속 반대하자 더 이상 의견이 생각나지 않아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게다가 그가 반대하는 이유까지 함께 이야기하자 그들도 그가 까탈스러운 반응에 불만을 품지도 못했다. 그가 최대한 희생을 줄이고자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는 작전을 실행하기 꺼려하고 있다는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엘라가 그들을 둘러보면서 한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이렇게 하는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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