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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5화 (115/374)

115화

균열

쿠알론을 따라나서는 고블린들은 손조롭게 길을 가고 있다. 이미 갈라지기 전부터 이들은 따로 정찰병을 돌리면서 안전한 길이 어디인가를 살피고 있었다. 이미 숲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지루하군. 뭐 상대할만한거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지루함도 해소하고 강하다고 하는 녀석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볼겸 말이야"

쿠알론은 자신만만하면서 지루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길을 걷는 고블린들은 최대한 주변 몬스터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최대한 분산해서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기척을 완전히 감출수는 없지만 소수의 희생으로 나머지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그대로 도주하는것이 가능했다. 특히나 쿠알론의 무리는 고블린들을 이끌 대장격의 고블린들이 모여있어 특히나 아무런 희생 없이 숲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의 무리만은 아무런 희생도 싸움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자, 쿠알론의 입에서는 태연하게 지루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를 좀 못마땅하다는듯 바라보는 고블린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그의 말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키익, 아무리 강하다고 뻐기는 이들이라도 어떤 녀석들이 쿠알론님을 감당하겠습니까. 키익"

그의 부관격인 한 고블린은 그에게 과장스런 몸동작을 보이면서 그를 마냥 칭찬하기 바빴다.

"그래, 녀석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물론 저번처럼 숫자가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많다면 또 모를까. 지금 있는것들은 모두 개별활동이나 하는 놈들인데 녀석들이 우리를 감당할지 걱정해야되는게 맞는거 아니냐?"

그는 자신이 지나가면서 언뜻 언뜻 비치는 몬스터들의 모습에도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들을 지나쳐갔다. 말과는 달리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이 행동으로는 그저 다른 고블린들을 미끼로 그런 난폭한 몬스터들을 피해서 돌아갈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그 끝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것도 생각지 못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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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군락지의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몬스터들과 인간들의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숲에서 내쫓던 원인은 가라앉았지만, 이미 한번 흔들린 그들의 영역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바깥일수록 약자가 안쪽일수록 강자가 자리잡았던 군락지는 현재 강자와 약자가 뒤섞여 서로를 쫓아내고 쫓겨나는 것의 반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래 코볼트가 자리잡았던 자리에 안쪽에서 튀어나온 오우거들이 자리잡고 오우거들이 자리잡았던 곳은 만티코어와 같은 상위의 몬스터가 쳐들어와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등 혼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격렬한 전투로 전력이 줄어든 오크들의 부족을 그들에 비해서 약하다고 평가받는 랫맨들에 의해서 쫓겨나는 것과 같은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군락지의 내부에서 자리를 잡는것에 실패한 몬스터들은 바깥으로 밀려났고, 그들은 군락지의 영역을 넓혀서라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인간들의 요새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미 이전에 몇개의 요새를 무너뜨렸지만 인간들도 몬스터들의 격렬한 움직임에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경계를 맞대고 있는 국가에서는 모두 경계쪽을 향해서 연합군을 만들어서 출발했다. 특히나 그들은 이미 몬스터들에게 밀려 사라진 요새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싸우기 시작했다.

요새가 무너진 것에는 요새의 주인들이 특히나 약소국이라는 것은 있지만, 어쨌든 국가에서 총력을 기울여 만들어진 요새였다. 그 견고함과 병력의 훈련은 국경에 비해서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았다. 특히나 그들은 한번씩 바깥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나서는 몬스터들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요새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특출나게 강력한 몬스터가 있다는 뜻이며, 그런 몬스터들이 서로 인근 지역들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은 그곳 주변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자리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합군은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타난 지역 위주로 퍼져나갔으며 요새를 탈환하고 뻇기기를 반복하면서 싸워가고 있었다.

"이거 참... 어떻게 이런 단순한 놈들을 상대하는데 이렇게 고생을 해야하는 건지... 후우"

다시 요새를 버리고 후퇴한 연합군은 새로이 진지를 새우고는 수뇌부들끼리 회의에 들어갔다. 그들이 자리잡은 곳 주변과 숲, 그리고 요새가 표시된 지도를 두고는 모두 고민에 빠져 있었다.

"새로 정보가 들어온 것은 없나? 조사대나 여기서 나타났다는 골렘에 대한 정보말이야"

큰 덩치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험악한 인상의 노인이 상석에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차분한 인상을 가진 중년인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군락지에 들어선 조사대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타난 골렘은 그 거대한 모습은 저희들이 지금까지 알던 골렘과는 상궤를 달리한다고 합니다. 그 근거로 몸체가 성벽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성벽이 군락지의 거대 몬스터들을 대비해서 10m는 된다는걸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거대한지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커다란 놈이 왜 보이질 않는거지?"

노인은 중년인에게 다시 물었다. 그도 골렘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골렘이 그 육중한 몸으로 직선으로 걷고 있었다는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녀석이 어느순간 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가 중년인에게 물은 것은 그 골렘이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건지를 묻고있는 것이다.

"그게...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려진대로의 몸체라면 쉽게 발견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끙... 그 골렘을 경계한다고 빼놓은 병력들만 아니면 다시 요새를 뺏길일도 없었을텐데"

그들은 골렘을 먼저 막아야지만 요새를 완전히 탈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합군은 이곳에 나타난 몬스터가 특출나게 강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들어간 보고는 단순히 골렘에 의해서 요새가 무너졌다는 것 뿐으로 그 골렘의 특이함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 그런 판단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대부분 탈출에 급급했기 때문에 자세히 골렘을 파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된 정보가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연합군에서는 요새가 무너진 이유를 그들이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몬스터들이 쳐들어오고 골렘에 의해서 성벽이 뚫려 요새를 잃어버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때문에 이곳에 도착한 연합군의 병력은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로 요새를 탈환할 정도의 병력과 만일을 위해서 파견된 소수의 정예 뿐이었다.

그런 정보만을 듣고 이곳에 도착한 장군은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에게 따로 얻은 정보로 골렘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합군에 도착했던 부실한 정보와는 달리 주민들이 직접 목격했던 골렘의 정보가 있었고, 그들은 그것만으로 녀석의 위험함을 쉽게 눈치챌수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못알아채는게 더 어렵겠다만은... 이럴 줄 알았으면 따로 병력을 뺴놓지 않는게 좋지 않았을까?"

요새를 다시 탈환하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요새탈환을 상정하고 들어온 병력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만일을 위해서 대려왔던 정예들은 상시 대기로 내버려 두었다. 골렘의 정보를 아는 그들은 정예들이 골렘을 상대하기 전에 지치는 상황만큼은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것이 원인으로 그들은 탈환했던 요새들을 다시 내버려두고 후퇴해야만 했다. 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몬스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은 다름아닌 한 구의 리치였다. 요새를 지키는 병력이 아닌 골렘을 대비하고 있던 정예들이 나서야만 물리치는게 가능한 언데드였다.

군의 지휘관인 노인은 리치가 나타나자 곧장 후퇴를 시작했다. 골렘을 대비했던 이들이 나서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만 그 직후 골렘이 나타나지 않을거란 보장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본대에 이미 골렘에 대해 알아낸 정보와 지원을 요청해두었고, 앞으로 수일이면은 본대에서 지원이 올거라는 전서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망설임은 없었다.

다만 그는 최대한 확실한 승리를 원했기 때문에 후퇴 후 그는 병력을 풀어서 골렘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골렘이 계속해서 찾고 있는데도 오리무중이라는것이 그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나타나지 않는 골렘에 그는 리치가 나타났을 때 따로 빼둔 전력을 투입해서 요새를 사수하는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슬금슬금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원이 도착하는것은 예정보다 훨씬 늦은 한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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