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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4화 (114/374)

114화

균열

고블린들이 정찰을 나가고 빠져나간 고블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측근의 세 고블린들과 아이들의 엄마인 엘라도 불러들였다.

세 고블린들은 곧장 그를 찾아왔고, 엘라의 경우는 따로 엘프들이 살아갈 곳을 알아보기 위해서 따로 조사하고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를 찾아왔다.

간만에 모인 다섯은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새로 살아갈 터전을 찾는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하들과 자식들의 이탈이 이들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설마 아이들이 그렇게 나가버릴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석이 좀 건방진 부분이 있었지만 다른 애들은 둘다 조용한 성격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럼 불온한 낌새같은것도 느껴지지 못했나?"

"당연하죠. 당신의 부재를 좀 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걸 보고 '쟤네들이 배신을 계획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리가 없잖아요"

"으음..."

루프스와 엘라의 대화를 듣던 프리트가 나서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족장께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나간겁니다. 족장이 살아돌아왔다는걸 안다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요?"

루프스는 이미 나간 이들을 도로 잡아올수는 없다고 했지만 프리트는 그라면 다시 되돌릴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에 관한것을 물었다.

"그건, 불가능할거다. 내 자식들이라면 내 생사에 대해서 알 수 밖에 없을거야. 딱히 직접 말해준적은 없지만 녀석들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은 저절로 어느정도 눈치를 챘겠지. 내 능력으로 그런 힘을 얻었는데 내가 죽었다면 어떻게든 내 죽음을 자각했을 거야. 내 힘의 흔적이 사라져 가장 약한 일반 고블린으로 돌아가던지, 막혀있는 성장이 풀려버리든지 둘 중 한가지로 알아챘을거다"

그의 자식들이 최초부터 상급의 힘을 가지고 있던것은 모두 그의 능력 덕분이다. 그도 자신의 능력이 자식들에게서 풀어질 때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했다. 죽어보지 않는 이상 그에 대해서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고블린들의 능력을 기반으로 짐작하는것은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능력에 의해서 변형된것은 두가지중 하나가 된다. 능력이 사용되기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남아있는 그대로 시간이 지나가거나 둘 중 한가지다.

그러니 그의 자식들은 그가 죽을 경우 힘이 모두 사라지던지, 아니면 성장이 가능하지던지 두가지 중 한가지의 현상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니 녀석들은 이미 내가 살아있다는것은 눈치 챘을거다. 뭐, 내가 곧 죽을지 아니면 멀쩡히 살아서 여기에 도착할지는 몰랐겠지만은... 어쨌든 내가 살아있다는걸 이미 알고있던 녀석들이 그걸 핑계로 나갔다는건 이미 작정했다는 뜻이겠지. 어쩌면 그들의 고집 때문에 그 사달이 일어난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든, 아니면 새로이 자신들만의 세력을 가지고 싶었던것 뿐인지는 몰라도 말이지"

후우

말을 마친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감쌌다. 그래도 최근 자식들에게 관심을 가져보고자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착잡한 감정이 느껴진것이다.

"게다가 하필 이 시기에 나가다니... 이 주변도 보통 위험한 상태가 아닐텐데. 당장 이곳에 오면서도 나랑 비슷한 힘을 가진 녀석들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루프스는 여기까지 오면서 봤던 몬스터들을 떠올리면서 그 끔찍함에 몸서리쳐졌다.

"그렇게 위험한가요? 당신이랑 비슷하다면 이 일대에서는 예전에 봤던 그 트롤이랑 오우거들 정도 밖에 상대 할 수 있는 이들이 없지 않나요?"

그의 이야기에 엘라는 놀란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그가 최상급 몬스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하급에서 시작해서 네번의 축복을 받은 그는 코볼트들을 이기면서 나름 단단한 입지를 다졌던 이다. 최근 벌어진 사건으로 살던 장소에서 쫓겨나고 영역들이 여기저기 뒤섞이면서 많은 혼란을 만들어내면서 그것도 과거의 일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그런 그와 비슷한 수준의 몬스터들이 이곳까지 나타났단 이야기였다. 즉, 이 일대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 위험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녀석들은 더 안에 있는거 아니었습니까?"

마찬가지로 놀란 세 고블린들도 그에게 물을수밖에 없었다. 그런 놈들이 우글거린다는 것은 자신들과 동급의 고블린들이 더 확보된다고 해도 이곳에서 살아가기 힘들거라는 의미니, 그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부족 단위로 올라온 이들은 거의 없는것 같다만은... 개별 혹은 가족 단위로 넘어온 이들은 상당한 수 인것 같더군"

"그게 정찰병들을 내보낸 이유였군요. 언데드들 때문에 원래 부족이 있던 자리에서 살아가지 못하는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러면 언데드들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 때문에라도 여기서 벗어나야 겠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뛰쳐나간 녀석들도 순탄치는 못하겠지. 그 놈들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하지 이미 마음먹고 떠난놈들 인연을 끊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지"

루프스는 이어서 현 상황에 대해서 의논을 나누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후퇴하는데 가장 걸리적거렸던 것은 다른 고블린들의 반대가 문제였지"

"수가 대폭 줄어들었던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였습니다"

"코볼트 녀석들과 싸운것 때문에 반절이 넘는 전투원들이 전사하거나 불구가 돼버려서 전력이 대폭 줄어든데다가 이번에 낌새가 좋지 못해서 비전투원들과 함께 후방으로 호위로 남은 전투원들의 절반을 차출해서 보낸것이 또 문제였지. 뭐, 후방으로 돌린 전력이 많아서 그나마 전력이 어느정도 보존되기도 했지만. 만약 더 많은 수가 남아있었다면, 희생도 더 많았을 거야. 너희들이 가고 그녀석들 수도 그렇지만 점점 더 조직적으로 변하더군"

루프스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수가 아무리 많았다지만... 어떻게 좀비들에게 그렇게 큰 부상을 당한거냐?"

"끄응... 좀비들 사이에 저희들이 아니면 대적하기 힘든 놈들이 섞여있더군요"

프리트도 당시를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막아선, 그리고 자신들을 중상을 입게 만든 좀비들을 떠올리면서 그에게 이야기했다.

"가장 강력한 녀석은 족장이 맡으셨다면 그 바로 밑단계의 좀비들이 소수지만 있었습니다. 오크들과 리저드맨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녀석들이"

"특히 오크들이 문제였지요! 다수가 튀어나왔는데, 그 중 강한녀석이 한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외견이 다른 오크들이랑 닮아서 구분하기가 영 까다로운게 아니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전장에서 녀석만 구분하기가 영 힘들더라고요"

프리트의 말에 파인피가 이어서 말했다. 특히나 그들이 상대했던 오크는 능력도 그쪽 관련이었는지, 다른 오크들에 비해서 별다른 특색을 지니지 못한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오크들 무리에 숨어서 공격해오니 골치가 아팠던 것이다. 후에 다른 고블린들과 함께하면서 녀석을 없에는것에는 성공했지만, 그때는 이미 대부분의 상급 고블린들이 제법 큰 피해를 입은 뒤였다.

오크 좀비의 그런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다름이 아닌 녀석의 속도가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현격히 느렸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이 녀석의 공격을 피해서 오크를 바라볼 때면 다른 오크 좀비가 그를 향해서 달려들고 있는데다가 겉보기도 별다른점이 없으니 능력에 비해서 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좀비들이 잡아도 잡아도 끝없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다섯을 잡으면 여섯이 새로 나타나고 있는데, 잘 죽지도 않아서 저희들이 없으면 녀석들이 그 틈바구니에 잡아먹힐게 뻔해서 무리좀 했더니 그렇게 됬습니다"

끝없이 그들을 향해서 달려드는 좀비들과 하나라도 죽으면 상대하기 힘든 좀비들의 수가 또 늘어나니 그들로서는 선두에서 좀비들을 상대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됐던거군. 그 이야기는 이제 됐고, 지금 남아있는 고블린들 수가 얼마나 되지? 그리고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 코볼트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이야기 해보지"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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