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균열
자신이 없어서 한참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루프스는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앞서갔던 고블린들이야 아직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북상하기 전이었고, 그 이후는 숨는데 특화된 고블린들이 섞여있어 수월하게 도착했었다. 하지만 루프스가 지나가는 길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도 루프스는 제법 먼 거리에 보이는 몬스터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레 우회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리폰이었다. 이전 부족의 주변을 지나갔을 때 당시 그가 경로를 꺾게 만들어 부족을 지나치게 만든 그리폰은 충분히 자신과 버금가는 기세를 내뿜고 있으며 유도하는것도 상당히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때의 그리폰이 그와 비슷한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저거, 한 가족아니야?'
루프스는 긴장감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옮기면서 옹기종기 엎어져있는 그리폰들을 바라보았다. 휴식을 취하는 그리폰들의 정확한 강함을 알기는 어려웠지만, 전례를 생각하면 자신에 비해서 그리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성체의 그리폰 둘에 거의 다 자란듯 보이는 녀석이 하나 아직 어린티가 나는 놈들이 둘로 한 녀석이 고개를 들고 경계를하고 나머지들이 곤히 자고있는 상태였다. 아직 자라지 못했다지만 그들의 수라면 자신이 감당하기는 어려울것은 분명하다. 그 때문에 루프스는 숨어서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풀풀 피어오르던 기운도 사라졌고'
그리폰들이 비교적 느긋해 보이는 것은 어느새 사라진 언데드들과 함께 불길함을 과시하던 검은 기류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사기에 위협을 느껴 도주했던 이들이 더 이상 이상과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데 굳이 도망칠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렇다고 그리폰들이 도로 돌아가기도 꺼려졌는지 도주했던 자리 그대로 자리잡은 것이다.
'어차피 인근에 저녀석들 보다 강한 녀석들은 드물테고'
루프스가 위협적이라고 생각되는 몬스터들을 피하고 피하다보니 현재 그는 랫맨들의 영역으로 빙 돌아서 코볼트 영역으로 향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에 본래 있던 몬스터들이 그들의 위협이 될리는 없으니 그대로 자리잡아버린 것이다. 실제로 이 주변에 자리잡았던 걸로 보이는 랫맨들의 시체가 한쪽에 대충 쌓여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녀석들 있는쪽은 괜찮은건가? 이런 녀석들이 곳곳에 널려있는데 잘 막고 있겠지?'
무사히 그리폰들을 피하는데 성공한 루프스는 계속 이동하면서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가 그와 비견되거나 약간 아래의 몬스터들을 만나기만 열번에 달하고 있었다. 북으로 올라온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리고 원래 그 자리에서 서식하던 몬스터들은 그들에 의해서 식량이 되거나 쫓겨나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루프스는 이런 현상이 고블린들이 자리잡은 코볼트 영역에도 일어나는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저절로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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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론의 외침에 수뇌부의 다툼을 지켜보고 있던 고블린들이 다수 움찔했다. 그리고는 자리에 모여있는 고블린들 중 절반정도와 그 외 코볼트 부족에 머물고 있던 이들 중 사분지 일이 그런 쿠알론을 따라서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모습에 저녀석을 따라가는 놈들이 얼마나 있겠어? 하고 생각하던 루프스의 측근 고블린들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완전히 떠나고 나서야 남은 고블린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거, 저 배신자놈들!"
"허... 설마 저렇게 많은 놈들이 따라갈줄은 몰랐는데"
"저놈들 저거 족장이 죽었다고 믿고있는놈들 아냐?"
프리트와 파인피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부족에서 떠나는 고블린들을 보았다. 그는 굳이 쿠알론을 따라서 분란을 일으킬거 같은 이들을 굳이 포용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판단했지만, 그 수가 저리 많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루프스의 행방불명으로 고블린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게다가 옮겨오면서 고블린들은 코볼트 부족을 중심으로 전 코볼트 영역에 퍼져있었다. 한곳에서 모두 수용하기에는 고블린들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부족에 수용하지 못한 고블린들은 그 주변의 거점 열개 정도에 퍼져있었다.
고블린들도 어째서 자신들이 이곳에 와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밀집해서 모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듯이 곳곳의 코볼트 거점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그들에 의해서 코볼트들의 영역은 대폭 줄어들었고 현재 남아있는 거점들은 스물이 약간 안되는 숫자였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얼마지나지 않아 올라온 엘프들과 시간을 두고 올라온 부상을 입은 고블린들로 인해서 더욱 증폭되었다. 게다가 족장의 행방불명까지 겹쳐서 많은 고블린들이 불안에 떨때 올라오면서 몸을 회복한 쿠알론을 비롯한 소수의 형제들이 부족에 있는 고블린들과 주변 거점의 고블린들을 계속 만나고 다녔다.
"그때 다 빼간 놈들인가 보네"
눈을 가늘게 뜬 프리트가 어느새 시야에서 거의 사라진 쿠알론을 보면서 말했다.
"애초에 어떻게 족장이 죽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그 은근히 겁쟁이인 족장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남았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씨익
"애초에 족장은 가능성 없는일에 달려들때는 진짜 그 수 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 뿐이지, 만약 아무런 대책도 없다면 가장 먼저 도주했거나, 최대한 함께 도주하려고 했겠지"
피식
"뭐, 가장 먼저 도주하는 일은 없었겠지. 부하들이 희생되는거 되게 싫어하잖아. 지금이야 좀 괴로워하는 정도지만 처음에는 상당히 기운빠진 모습에 정신도 제대로 못차리는 모습이었는데, 그런 족장이 우릴 버리고 먼저 도주하는 일은 없었을거야"
현재 상황은 심각하지만 족장에대해서 생각하니 그들의 입에서 절로 실소가 새어나왔다.
"근데, 이거 족장이 와서 보면 뭐라고 해야 하냐?"
"... 그러게 기껏 구해놨더니 배신했다고 날뛰는거 아닌가 몰라"
족장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까지 생각이 이어진 그들은 걱정으로 머리를 쥐어싸매고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블린들이 갈라지고 얼마 후 코볼트 영역에 모였던 고블린들 중 삼분지 일이 루프스의 자식들을 따라서 남아있는 이들과는 다른 길로 이탈했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이탈하고 수일 뒤 빙빙 돌아오느라 늦어진 루프스가 간신히 코볼트 부족에 도착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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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간신히 몸 성히 코볼트 부족으로 들어설수 있었던 루프스는 도착하자마자 들은 소식에 뒷골이 당겨왔다. 기껏 대피시켜 놓았더니 설마 이놈들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이야기에 혈압이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벗어난 자식들이 다른 자식들보다 접점이 적었던 이들이라는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자식들이 벗어난것이 자신이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속이 껄끄러웠다.
"후우... 이탈한 것들은 어쩔 수 없지 녀석들을 하나 하나 다 도로 잡아올수도 없는거고, 그래서 여기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
"얼마전까지 스쳐지나가던 놈들이 있었습니다만, 육안으로 보이던 사기가 사라지고 나서는 가끔 식량으로 여기고 쳐들어오던 것들 빼고는 별일 없었습니다. 쳐들어온것도 저희나 아니면 족장의 자식들이 알아서 몰아내서 크게 피해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이제 주변으로 정찰병들을 풀어봐야겠어, 상황이 어느정도 안정이 된것같기도 하고, 여기서 계속 살아가기도 힘들테니까"
지금 고블린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과거 코볼트들이 살아가던 영역, 계속 이곳에서 살아가기에는 계속 코볼트들을 믿을수도 없으며, 주변에 어떤 몬스터들이 자리잡았는지도 새로 알아야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고블린들을 풀어 바뀐 몬스터들의 영역과 새로 살아갈만한 터전을 찾는것을 가장 처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