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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1화 (111/374)

111화

공습

자신의 움막에 만들어진 문의 안쪽으로 몸을 던진 루프스는 매끄럽게 다져진 길을 미끄러지면서 밑으로 떨어져갔다.

쿠당탕

"큭"

다급히 몸을 던지다보니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상태로 미끄러져 바닥에 도착할때는 그 가속도 때문에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야만 했다.

"도착했나?"

머리를 휘휘 내저으면서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아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벽에 기댔다. 혹시나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반쯤 재미로 만들어놓은 비밀공간이 이렇게 쓰일줄은 예상치 못해 쓴읏음이 지어졌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시커먼 어둠이었지만, 그에게 이런 어둠은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비상 대피용으로 만들다 보니 이곳에도 충분히 식량을 저장해 두었기 때문에 그는 위에서 좀비들의 난동이 어느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이곳에서 버티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지금 나가봤자, 제대로 힘도 발휘 할 수 없고, 무엇보다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나갈수도 없으니..."

그는 미끄러져 이곳까지 들어온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무언가로 다져지듯이 매끄러운 흙바닥에 높은 경사로 거슬러 올라가기 어려워보였다.

"힘이 회복되면 간단하지만... 이 몸상태로는 무리지"

여기저기 찢기고 물어뜯기고 상당히 심한 출혈을 내고 있는 상처들과 지쳐 부들부들 떨리는 사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

인간들의 왕국 중 하나 플루왕국과 군락지가 마주하는 요새에서는 한창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조사대를 파견한지 수일이 지나지 않아 그들이 예상한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몬스터 무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숲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부터 빠져나오는 대규모 몬스터들은 그 양과 질이 그들의 예상치를 훨씬 능가하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쿠우어어어어!"

한 소머리를 한 근육질의 몬스터가 손에 잡히는 소형 몬스터를 집어들더니 그대로 성벽을 향해서 집어던졌다. 성벽이 거슬린 녀석은 함께 다니는 탄환처럼 사용하는 몬스터를 집어 던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던져진 몬스터는 마치 원래부터 이렇게 되기를 원했다는 듯이 온몸을 구부려 매끈하고 완전해보이는 구형을 이루었다. 소머리의 몬스터, 미노타우로스의 손에 쥐어졌을때 이미 구형을 이루어 마치 포탄처럼 성벽을 강타했다.

마치 공처럼 온몸을 웅크리고 있던 벌레처럼 생긴 몬스터는 마치 탄환과 같이 생겼으며, 완력이 강한 몬스터와 함께하며 녀석들의 투척 무기가 된다고 해서 붙은 탄환벌레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성벽에 박혀들어갔다.

콰앙!

껍질을 통해서 신체 내부에서 만들어낸 분비물을 분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분비물은 강한 충격에 폭발하는 특징이 있어 녀석이 박혀든 성벽은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그 뒤를 이어서 함께 나타난 미노타우로스들이 연달아서 자신들을 따르는 탄환벌레를 던지기 시작했다.

쾅! 콰광! 콰앙!

마치 포탄을 맞은것처럼 화려한 폭발을 만들어내면서 그 충격은 성벽을 조금씩 무너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저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이, 성벽 위에 올라서있던 인간들이 탄환벌레들이 날아오는 곳을 향해서 손을 펼쳐보였다.

"ㅡ!"

파앙!

어지러운 손동작이 이어지고 알수없는 발음을 내뱉더니 이윽고 탄환벌레를 가리킨 그들의 손에서부터 발출된 무언가가 허공에 거미줄처럼 생긴 무언가가 나타나 강력하게 돌진하던 벌레들을 탄성으로 막아냈다.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벌레들은 터지지 않고, 줄에 엉켜서 멈춰버렸다.

"ㅡㅡㅡㅡ!"

날아오는 벌레들이 거미줄로 포박되자 이어서 또다른 인간들이 손동작을 시작했고, 그들의 외침은 탄환벌레들에 의해서 너덜너덜한 성벽을 복구시키기 시작했다.

꾸물 꾸물

성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지면에서부터 재료를 뽑아오는 듯한 외형을 보여주면서 크레이터로 엉망인 성벽이 처음의 상태로 복구되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몬스터들도 때려도 때려도 복구되는 성벽과 그 원흉들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공격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서 검과 방패를 든 병사들이 막아서며 그 뒤로 창과 활을 든 병사들이 검병들의 공격범위에 들어서지 않은 이들을 미리 쳐내는 역할과 성벽에 접근하는 이들의 수를 줄여주며 공중에서부터 뎦쳐오는 몬스터들을 경계하면서 그들의 수를 줄이고 있었다.

"끄악!"

하지만 몬스터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아 희생되는 병사들의 수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몬스터들도 당하는 수만큼 숲에서 점점 더 튀어나와 그 수를 보충하고 있었다.

"끝이 없습니다!"

"젠장, 이것들은 왜 계속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끝없이 몰려든 몬스터들은 약한 몬스터들은 성벽을 타고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으며,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은 반드시 이 성벽을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집체만한 주먹과 아름드리 나무를 통째로 꺾어온듯한 몽둥이로 성벽을 두들기며, 공중형 몬스터들은 자신들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을 무시해서라도 인간들을 붙잡아 성벽 밖으로 내던지고 있었다.

인간과 몬스터 양측이 비등한 기세로 싸우면서 양쪽에 점점 희생만 늘어가고 있었다.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나면 일순 대처하지 못한 인간들은 제법 피해를 입었지만 곧 새로운 대책을 세워서는 오히려 몬스터들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된지 두달의 시간이 지나자 결국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것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었다.

두달동안 계속해서 끝없이 돌진만하는 몬스터들에 의해서 인간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모아놓은 전력들과 최근 군락지의 안에서 고블린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모여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햇병아리들과 최초 고블린에게 현상금을 걸었던 단체의 정예들까지 모여 상당한 전력을 구비하고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모인 이들이지만, 숲의 이상때문에 출입이 금지되면서 발이 묶인 이들이 전투의 전력으로서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쳐들어온 몬스터들을 대다수 죽이는것에 성공한 인간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에 긴장이 풀려 늘어졌지만, 긴장을 풀기에는 너무 빨랐다는 듯이 곧 다시 몬스터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더욱 격렬한 기세와 요새 주변 일대를 울리는 지진과 함께.

"아직도!"

"괜히 군락지라고 불리는게 아니란 말인가!"

"어머니... 아버지..."

또다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의 모습에 병사들과 지휘관들은 절망에찬 한숨과 도대체 이 전투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싸매고는 괴로워했다.

전투는 다시 시작되었고, 이번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몬스터들은 학살 당해 성벽의 앞에 더욱 시체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체가 쌓이면 쌓일수록 불길한 땅울림은 점점 더 커지고 그들의 눈앞에 그 원흉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쿵 쿵 쿠구구구

꽈드드득 쾅! 쩌저저적!

곧 그들의 눈앞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나타난것은 거대한 돌덩어리였다. 마치 궁전의 기둥과 같은 두꺼운 팔다리에 왠만한 건축물보다도 커다란 크기, 그리고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안면부로 추측되는 곳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붉은빛의 안광까지. 그 모습을 알아본 이들은 입을 쩍 벌리고는 경악했다.

"고... 골렘?!"

"저게... 뭐... 뭐야?!"

"골렘이 어떻게 저렇게 클수가 있는거지? 저 크기에 무게를 감당한다니, 말도 안돼!"

인간들의 사이에도 소형 골렘을 이용한 일꾼들이나, 전투형 골렘을 보유한 이들도 있지만, 그들이 보유한 골렘의 크기는 기껏해야 인간의 두배정도로 그 이상은 그들의 기술로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그들이 알고 있는 골렘의 수배에 달하는 그 크기는 그들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고대! 고대의 골렘인가! 이미 사라져버린 기술로 만들어진 기술의 결정체!"

후드를 뒤집어 쓴 한 노인이 부릅뜬 눈과 쩍 벌려진 입으로 저도 모르게 머릿속의 생각을 입밖으로 끄집어낼 정도로 경악해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골렘은 인간들이 놀라는것은 자신과 관계없다는 모습으로 그저 한걸음 한걸음 요새에 가까워졌다.

쿠웅- 쿠웅-

그리고 요새의 앞에 선 골렘은 무수한 복구를 통해 점점 내구도가 내려가 여기저기 실금이나 기스가 보이는 성벽을 향해서 그 묵직하고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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