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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10화 (110/374)

110화

공습

좀비들로부터 탈출한지 수 일, 고블린들은 무사히 후방의 코볼트들의 영역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키익... 드디어..."

고블린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곧 보수가 끝나 다시 굳건히 재건된 목책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목책의 문은 단단히 닫혀있었다. 본래라면 항상 문이 열려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어수선한 때 이들이 문을 열었을리가 없었고 그것은 이곳에 도착한 고블린들도 익히 아는 바였다. 고블린들 중 한 고블린이 앞으로 나서서 안에있는 이들을 불렀다.

"안에 아무도 없나!"

도주해온 고블린들 중에서 가장 상급자로 취급되는 프리트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그의 외침에 목책의 위에서 대기중이던 이들이 앞으로 나섰다. 다가온 이들을 살피기 위해서 고개를 슬쩍 빼내서는 다가온 고블린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무사히 안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이미 그들도 멀리서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확인에는 별달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무사히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목책 안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몇번 몬스터의 침입이 있었는지, 재건되어 굳건하다 생각되던 목책은 안에서 억지로 덧댄 티가 나고 있었으며, 곳곳에 무너져내린 건물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코볼트 왕이 지내던 중심부 부근에서 미리 대피해온 고블린들과 엘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후우... 왜 너희들이 먼저 도망치자고 이야기한건지 알겠더군. 정작 너희들이 이야기 한 강력한 언데드는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안으로 들어서고 휴식을 취하던 프리트는 눈앞에 있는 얼마전 루프스에게 도주를 건의하던 엘프를 눈앞에 두고는 이야기 했다.

그는 엘라가 빠져나간 이후 새로이 결성된 무력단체의 수장이었다. 처음엔 제대로된 전력이 안되던 이들이 고블린들의 호위 아래에서 성장해 지금은 과거의 엘라에 버금가는 실력자로 성장했다. 비록 아직 경험은 그녀에 비해서 일천했기 떄문에 전투시의 임기응변을 비롯한 상황대처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능력으로 수장직을 맡은이였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단순히 강자의 존재만을 알아차렸던 엘프들은 고블린들이 만신창이로 돌아온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또다른 한가지 문제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족장님은 어디에?"

어느새 몰려든 고블린들과 엘프들이 루프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도망쳐온 고브린들에게 물었다.

"..."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무도 그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그 끝없는 언데드의 물량에 쓸려 죽지 않았는가 하는 짐작 뿐이었다.

"족장은..."

루프스는 무엇보다 이들을 이끌어가던 이, 그의 상황에 대해서 무작정 숨길수만은 없어 지금 이곳에 도착한 이들은 어두운 안색으로 자신들을 도망치게 해주고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신들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런..."

"제발 살아있어야만 하는데"

그의 소식을 들은 대다수가 그의 생존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소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족장이 죽었다면... 언제까지 여기 붙어있을수는 없는데...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믿을 수 있을까?'

엘프 촌장은 자신과 약조를 나눈 루프스의 행방불명에 불안해져 이곳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후계자들이 그와 촌장이 아끼던 엘라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들이라지만, 가장 유력하다고 할 수 있는이들이 속을 알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에 믿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죽었다면... 이제 내가 이끌어야만 한다! 지금같은 위기상황에 이들을 이끌 족장이 없을수는 없지!"

그의 자식중 하나는 그가 없는 틈을 타서 그의 자리를 꿰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의 뜻대로 돌아가는 부족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볼트들은 고블린들의 손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며, 충실한 루프스의 수족들은 그를 어디서부터 찾아야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없어진 사이, 한곳에 모인 고블린, 코볼트, 엘프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

-흐어어

콰득

한참 좀비들로부터 도주중인 루프스의 팔을 한 좀비가 물어뜯었다. 지친상태로 급히 달리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좀비로부터 받은 공격이었다.

"크윽"

빡-

만신창이의 몸에 이미 부러져 자루만 남아있는 도끼까지, 완전히 지친상태에서의 공격은 다급히 달리던 그의 발걸음을 일순 멈출 수 있었다. 곧장 적의 머리를 겨우 남아있는 도끼의 자루로 내리쳐 자신에게서 떼어냈다.

"허억- 허억-"

하지만 멈춘 그의 발은 더 움직이기를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좀비와 언데드들로 부터 도망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그의 뒤를 쫓고 있는 좀비들의 수가 매우 적다는 사실이었다.

충격적인 무수한 좀비들과 그 밖에 다양한 언데드들을 보았던 그는 대적하기 불가능한 수준을 가진 적들의 등장에 절망했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단순히 그곳을 스쳐가고 있는 중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쫓듯이 수시로 움직임이 바뀌었지만 이곳에서 상당히 먼 것인지 그들의 움직이게 하는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자 어째서 몬스터들이 이 숲을 스쳐지나가고 언데드들도 중심부로 들어가는 장소로 들어가지 않고 그저 외곽을 관통하려는 모습만을 보였는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저 놈들은 살아있는자를 쫓고 있지만, 그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이가 있는게 분명해, 그렇지 않다면 저 놈들의 방향전환이 저렇게 부드럽지 않았겠지 그저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라면 방향도 휙휙 꺾는 것들이니까"

그는 숲에 진입하고 자신들과 싸운 좀비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곧바로 고블린들이 위치한곳으로 시선을 대번에 옮기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생각을 끊고는 천천히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는 생각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간다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그리고 충분한 휴식에 갈증과 공복을 해결할수 있다고 믿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부족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온통 꿈툴거리는 좀비들의 사지와 몸통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의 정면에는 그가 일생동안 일구어온 부족의 모습이 있었다.

겨우 겨우 좀비들을 하나씩 죽여가면서 간신히 그의 부족이 있던 자리에 도착한 것이다. 그 안에는 역시나 아무도 남아있는 이가 없었다. 이미 전투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은 일찌감치 코볼트들의 영역으로 넘겼으며, 엘프들도 진작에 넘어갔다. 마지막에 남아있던 고블린들도 방금전의 전투에서 도주해 이제 이곳에 남아있는 이는 지금 막 발을 들인 루프스 뿐이었다.

부족에 도착한 그는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인지, 더 이상 좀비들에게 쫓기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인지 발걸음이 한층 무뎌져 그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하나 둘씩 뒤늦게 그를 쫓아온 좀비들이 있었지만 아무린 지친 그라도 소수의 좀비가 상대라면 충분히 이길수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좀비들을 다시 토막내고는 그의 움막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도착... 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움막에 도착한 그는 다양한 잡동사니들이 올려져있는 바닥에서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모든 물건을 치우고는 흙을 먼지를 털듯이 훑어냈다. 그렇게 흙을 털은 바닥에서 하나의 작은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아닌 코볼트 왕의 침소에 있던 비밀장소를 보고는 혹시나해서 만들어놓은 대피소였다. 마지막 좀비를 토막낸지 시간이 좀 지났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좀비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먼저 움막 밖의 정황을 살핀 그는 좀비들의 모습이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듯 하자 조심스레 대피소의 안으로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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