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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09화 (109/374)

109화

공습

최초 좀비들과 충돌한 루프스는 이들이 고블린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에게 접근하는 좀비들부터 모두 뒤쪽으로 집어 던지고 밀치면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하나였고, 그가 상대해야 할 좀비들의 숫자는 무수했다. 당연히 그가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이용하고 가까운 생명체를 향해 먼저 달려드는 좀비의 습성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좀비들이 고블린들을 쫓지 못하도록 막지는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가 흘리는 좀비들의 수가 소수라는 사실이다. 상당한 거리로 그를 인식하지 못한 좀비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좀비가 그를 향해서 공격을 가해온 것이다.

후웅-

"키야악!"

루프스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괴성을 내지르면서 좀비들을 향해서 도끼를 내려찍었다.

콰직 부욱-

한 좀비의 머리에 박힌 도끼를 그는 힘주어 밑으로 밀어내 그 몸을 두동강 내버렸다. 그렇게 한 좀비를 처리한 그는 곧바로 바로 옆에서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서 발차기를 날렸다.

크억!

그가 날린 발차기에 걷어차인 좀비는 그의 힘에 밀려 그대로 상당한 거리를 밀려 날아갔다. 좀비는 밀려 날아가면서 그를 향해 다가오느라 밀집되어있는 좀비들의 사이를 날아가면서 다수의 좀비들을 함께 뒤로 날려보냈다.

좀비를 날려보내면서 슬쩍 뒤를 돌아본 루프스는 저 멀리까지 도망친 고블린들과 그들을 쫓는 소수의 좀비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저 정도는 알아서 처리 할 수 있겠지'

도망치는 이들이 한참 지쳤다지만 자신에게 몰려오는 것처럼 무지막지한 수의 좀비들도 아닌 자신이 전부 커버하지 못하면서 조금씩 새는 좀비들을 막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저 뒤로 너희를 못가게 해야겠지!"

중얼거리던 그는 곧장 자신을 물어뜯으러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서 외날도끼의 날이 없는 부분으로 쳐서 날려보냈다. 좀비는 방금전의 좀비와 같이 다수의 좀비들과 부딪히면서 넘어졌고, 루프스는 연이어서 자신에게 달려보내는 좀비들을 그렇게 날려보냈다.

루프스는 일일이 하나씩 잡아서 적대감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보다는 이렇게 날리면서 물리적으로 좀비들의 전진을 막아내는것이 더욱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웅- 부웅- 퍽- 부웅- 퍽-

연이어서 도끼와 발차기를 이용해서 좀비들을 날린 그는 흘긋 후방을 돌아보고는 더 이상 그의 시야에 고블린들이 들어오지 않는것을 확인했다.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린 그는 어느새 좀비들이 전진하면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사라지면서 이제 이 일대에서는 초목들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야, 여전히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좀비들을 포함한 모든 좀비들의 시선이 어느새 그만을 향해 있으니 눈치 못채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킥"

입가에서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 그는 곧 각오를 다졌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이제 수백을 넘어 천단위로 접어든 좀비들이었다. 이런 놈들이 지금 도망치는 부하들을 덮쳤다가는 모두 무사하지 못할것이다. 그는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뒤로 보내지 않기 위해서 손아귀에 쥔 도끼자루를 꽉 쥐고는 자신을 향해서 달려들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모든 좀비들이 그만을 노리는 상황, 더 이상 이들을 굳이 저지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루프스는 도끼를 반바퀴 돌려 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좀비를 향해서 달려들자마자 곧바로 그의 도끼는 그들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직- 우드득 서겅-

도끼가 완전히 자르지 못한 목을 완력을 이용해서 뜯어내면서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 도끼를 휘둘러 이번에는 단번에 그 목을 절단해 버렸다. 목이 절단된 좀비는 움직이지 못하진 않지만 그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져 있었다. 이미 많은 좀비들을 상대해본 그는 다른것보다 그들의 목을 날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좀비들의 움직임을 먼저 늦춘 뒤에 이들이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도록 토막낼 생각이던 루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수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무슨!"

점점 수가 늘어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백단위의 좀비들만 상대하면서 그들의 이상을 그는 느끼지 못했었다. 만일 고블린들의 수가 좀비들보다 적었다면 그 차이를 느꼈겠지만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이는 그들의 전술은 아직 구체적인 지능을 가지지 못한 좀비들을 다른 좀비들과 별 다를바가 없어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안전한 전투를 지향하던 그는 이번의 싸움에서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좀비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녀석들이 협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머리를 잘라낸 좀비들이 뒤로 물러나고 그들의 머리를 다른 좀비들이 주어 그들의 손에 쥐어주어 머리에 붙이도록 도와주는 모습까지 확인되었다.

"저게 붙는다고?!"

하지만 협공을 한다고 해보았자 결국 그들은 좀비들이 약간 강화되어 있는 이들에 불과했다. 상황의 변화에 일단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면서 다른 좀비들의 행동을 살피던 그는 좀비들의 헛짓거리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잘린 머리를 붙이려는 듯한 움직임에 황당해 하면서도 주시하던 그는 이내, 정말 황당한 장면을 보아야만 했다.

수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머리와 목이 서로 붙으면서 아물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미 죽어버리면서 상처가 낫는다는 개념이 없어야 할 좀비들이 보이는 모습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후방으로 물러나 대기하던 그들은 이내 머리가 붙으면서 합류해 루프스를 향해서 협공을 시작했다.

한 좀비가 달려들어 그를 물어 뜯으려하자 루프스는 당연히 이를 피하기 위해서 옆으로 몸을 옮겼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측면에 위치했던 좀비가 마찬가지로 달려들었고 녀석을 뒤돌아 차면서 날려보냈다. 그렇게 그가 한발로 서있는 한 순간 한 좀비가 갑작스레 튀어나와서는 그의 다리를 향해서 길쭉하고 시커먼 손톱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확인한 그는 곧장 들고있던 발을 강하게 바닥을 구르면서 날아오는 좀비의 팔을 밟아버렸다.

이 처럼 좀비들이 둘에서 셋 정도가 그의 정신을 빼놓는 사이 그 틈을 파고들어 다른 좀비들이 일순 드러난 헛점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것은 어느새 이 지역에 모인 좀비들의 숫자가 천에 달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그리고 그런 좀비들의 변화는 그를 성가시게 만들어버렸다. 동시에 그는 속으로 좀비들의 변화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이런 변화가 고블린들이 도주하기 이전에 나타났다면 보통 곤란한일이 아니게 될 뻔했다.

좀비들이 잘린 머리를 붙이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루프스는 이곳에서 버티면서 덤으로 그들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태도를 버렸다. 그들을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못하게 사지와 머리를 잘라버리고 불로 태우는것만이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잘린 신체를 후방으로 물러나 붙이기 시작한다면 당연히 그는 그들의 수를 줄이기는 요원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를 깨닫자 루프스는 그들의 수를 줄이기 보다는 보다 확실한 고블린들의 도주를 위해서 시간을 끌고자 움직인 것이다.

그는 먼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좀비들의 머리 위를 뛰어 넘어 포위망을 풀었다. 그리고는 사방팔방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좀비들은 그런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가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좀비들이 먼저 공격을 하고 그와 거리가 떨어져버린 좀비들이 부실한 다리를 놀리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좀비들을 농락하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그들의 발을 꼬이게 만들면서 숲의 외곽을 돌면서 그로부터 벗어나 밖을 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여 그의 체력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는 밖으로 나서는 것에 성공했고, 그는 그동안 계속 좀비들이 보충되고 있던 이유를 확인 할 수 있었다.

"...!"

밖은 그들이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좀비들의 터전처럼 변해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지평선을 넘어서까지 좀비들로 꽉꽉 채워져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그가 상대했던것과 같은 스켈레톤 나이트를 비롯한 리치와 레이스같은 언데드들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숲의 외곽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 전 나무위에서 바라본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는 왜 자신들이 이리 처참하게 져버리고 말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고블린들을 설득하기를 그만뒀는지 자책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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