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공습
루프스의 측근인 세 고블린과 그 자식들인 일곱의 상급 고블린들이 좀비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루프스는 스켈레톤 나이트와 대치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본래 스켈레톤 나이트는 상급 몬스터에 버금가는 언데드지만 그 기본 바탕에 따라 더욱 강해지는것이 가능하다.
지금 루프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스켈레톤은 과거 좁은 지역이나마 이름을 날리던 기사가 언데드화한 모습이다. 이미 과거 생전에 최상급에 근접했다 알려진 기사는 언데드가된 현재는 분명한 최상급 언데드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루프스에게 그와 관련된 지식은 없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해골이 내뿜고 있는 강렬한 기세를 통해 적이 자신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스읍
루프스는 한껏 긴장한 상태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켈레톤 또한 그런 루프스를 긴장한채로 견제하고 있었다. 그는 좀비와 달리 확고한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언데드들 처럼 발성기관이 완전히 썩어 사라져 말을하지는 못하지만 그는 분명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지고 있다. 그 생전 그가 기억하는 고블린들은 온 세상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마치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였다. 여행길에 고블린을 마주치지 않는 경우가 없을정도로 무수한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도 무수한 고블린을 상대해보았고 또한 처치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드물게 중급, 상급에 걸치는 고블린들이 간혹 있었지만 루프스처럼 최상급에 걸친 고블린은 그도 처음보았다.
자주 거론하지만 고블린은 최하급 몬스터로 몬스터의 서열중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약자다. 그들이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주변에 동등한 수준의 적이 다수 존재해야하며, 계단을 밟듯이 강한 적들을 상대하는것이 고블린들이 성장하기 가장 쉬운 길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이 주변에 최적의 적만이 있는것은 정말 운이 매우 좋아야만 한다. 실제로 그가 살던 시대에는 최상급에 이른 고블린이 간간히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수는 매우 극소수였다.
그리고 눈앞에 바로 그 극소수의 확률에 도달한 고블린을 생전도 아니고 사후에 본다니 이미 죽어 거의 메말랐을 터인 감정이 기묘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스켈레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건간에 루프스는 이녀석과 어떻게 싸워야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만했다.
'검과 갑주를 보면 분명 근접위주로 보이는데, 묘하게 거리를 벌리고 싶어하는 모습이 신경쓰이는데...'
루프스의 눈에 보이는 스켈레톤은 루프스를 향해서 검으로 견제를 하고는 발만을 이용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명백히 자신과 거리를 두려고하는 태도에 루프스는 어쨌든 그의 의도대로 두지 않기 위해서 그 자시도 조금씩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서로 검과 도끼를 겨눈채 상당한 시간을 서로 견제로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고블린들과 좀비들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다. 선두에 세 고블린들과 루프스의 자식들이 나서서 좀비들을 상대해 아직까지는 큰 피해는 없었으나, 좀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흘깃 본 것만으로 그가 그동안 보아온 좀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선두에 강자들이 나서서 좀비들을 막아주느라 아직까지는 별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좀비들이 합공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으며, 그들은 언데드와 달리 행동하면 할수록 지치기 때문에 점점 힘이 떨어질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별행동을 일삼던 좀비들이 위험한 상황에 몰린 좀비를 다른 좀비가 도와주면서 다수로 밀어붙이는 고블린들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리고 좀비들은 자꾸 지속적으로 보충이 되고 있어 고블린들이 아무리 그들을 쓰러트리고 쓰러트려도 끝도없이 계속 보충되고 있었다.
상대방이 일순 방심하는 때를 노리던 루프스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먼저 스켈레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스켈레톤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의 몸 어딘가에 박혀있는 핵심, 흑석을 부숴야만 한다. 흑석은 어느정도 격을 갖춘 언데드로서 일어날때 몸에 잔류하던 생전 사용하던 기운이 사기로서 변형되면서 생성된 물건으로 언데드가 움직이는 동력이자, 뇌를 대신하여 그들이 이성을 차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물건이다.
루프스는 그 흑석이 스켈레톤의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흑석의 존재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단지, 다른 이에 의해서 일어나 생명체를 물어뜯고자 하는 의지밖에 없는 좀비와는 달리 제대로된 이성이 있는것으로 보여 그가 좀비들과는 달리 독립된 개체로서 움직이는 원동력이 있을것이라 판단한것이다. 마치 생명체의 심장과 뇌와 같은 물건이 그의 신체에 존재할거라 생각한 것이다.
루프스는 먼저 팔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새로 만들어져 시퍼런 날을 드러낸 도끼는 스켈레톤의 어깨뼈를 부수듯이 내리쳐졌다.
하지만 스켈레톤도 생전 이름을 날리던 기사. 고블린이 휘두르는 도끼정도는 여유롭게 흘려낼수 있었다. 도끼를 흘려낸 스켈레톤은 이내 검을 바로잡더니 그대로 루프스를 향해서 찔러들어갔다. 스켈레톤이 도끼를 흘러내면서 일순 균형을 잃었던 루프스로서는 반격하기 까다로운 상황에 들어온 공격이었다. 루프스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쓰러지는 몸에 무게를 실어 그대로 사지로 몸을 지탱하면서 엎어져버렸다.
스윽-
단 한번의 충돌이었지만 루프스는 무기술로 상대하기에는 자신의 실력이 미천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축복을 받아 최상급으로 올라서면서 루프스는 부술 또한 한단계 진화했다. 그의 능력으로서 새로 생겨난 환부는 한번의 공격에 신체에 완전히 녹아든 특화능력을 이용해서 여러개의 허상을 섞는다. 그리고 그 허상은 마력의 부여로 실체의 힘을 어느정도 발휘하는게 가능한 점을 살린 부술이었다. 그동안 훈련으로 3단계까지 진보했지만, 스켈레톤과의 싸움에 내세우기에는 일천한 능력일 뿐이었다.
바닥에 엎어진 루프스의 몸은 이내 스켈레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루프스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몸을 숨겼다. 스켈레톤이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감각을 이용해서 그를 감지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먼저 시야에서라도 자신의 몸을 지워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한 행동이다.
다행히 스켈레톤은 시각으로 상대를 식별하고 있었는지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루프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간을 보듯이 가벼운 타격만 수차례 시도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그에게는 다행히도 상대는 진정 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는지 공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나중에는 그의 위치를 안다면 몸이 저절로 막아낼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상대가 자신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 두터운 하얀 갑주로 둘러쌓인 몸체를 무차별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콰직-
힘보다는 민첩성이 치중되어있는 고블린이라도 최상급까지 올라서면서 점점 상향된 육체의 성능은 대단했다. 여러번의 타격으로 상대의 몸통 갑주에 파손을 만들어내는것에 성공한 것이다. 도끼로 인해 강제로 파인 갑주에서는 가루가 부스스 떨어졌다. 동시에 그 내부는 텅 비어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제야 갑주로 몸을 가린것이 아닌 갈비뼈의 변형으로 갑주처럼 만들어진 사실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칫"
갑주의 틈새사이로 보이는 어둡고 텅빈 공간을 보고는 루프스는 혀를 찾다. 아무리봐도 그가 찾는 급소는 이곳이 아닌걸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루프스는 공격방식을 바꾸었다.
후웅- 콱- 콰직-
여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는 루프스를 찾아 허둥대던 스켈레톤에게 루프스는 다시 한번 도끼질을 선사했다. 그의 도끼는 이내 어깨에 박히는데 성공했고, 그 충격에 스켈레톤이 흔들거리는 사이 힘을 주어 박힌 도끼를 강제로 끌어 내렸다. 끌려 내려진 도끼에 의해서 스켈레톤의 팔은 하얀 부스러기와 함께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그 후 루프스는 연달아 스켈레톤의 사지를 끊어내고 두개골을 쳐내, 그곳에 숨어있는 검은 수정과도 같은 물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단숨에 그것이 스켈레톤의 급소임을 확신한 루프스는 곧장 도끼를 휘둘렀고, 그렇게 스켈레톤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두번째 죽음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