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공습
언데드들을 막아내기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고블린들이 막은 언데드들은 세 무리로 모두 좀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수도 최초 나타났던 무리와 그다지 차이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나타나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며, 언데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다른 몬스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 나타났던 몬스터들이 모두 일직선으로 움직이면서 길목을 막지 않는 고블린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것을 생각하면 아마 놈들은 언데드들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 확실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나타나는 언데드들의 뒤로는 이미 놈들에 의해서 같은 언데드가 되었거나, 이미 도망치는데 성공해 더 이상 고블린들의 부족을 지나치는 몬스터들은 더 이상 없을것으로 생각된다.
언데드들은 최초 나타난 이후 사흘의 시간이 흐르고 나타나더니 그 후로 하루씩 시간이 줄어 마지막에는 하루의 간격으로 나타났다. 언데드들이 점차 간격을 줄여가면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고블린들은 태평했다. 지금까지 나타난 언데드들을 별 무리없이 막아냈기 때문이다. 같은 언데드의 무리라는것이 그들의 방심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엘프들이 떠나고 최초 언데드들과의 싸움에 돌입했을 때는 이전과는 달리 제법 피해가 나와 고블린들도 한순간 좌불안석이 되었다. 그 순간에는 루프스들은 고블린들을 설득해서 후방으로 물러나는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블린들은 언데드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고, 두번째 세번째 공격을 경험하면서 실수와 희생이 줄어들었다. 마지막 세번째에서는 피해라고 부르기도 무안한 피해였다. 그러자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아니, 오히려 고블린들은 더욱 방심해버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엘프들이 떠나고 네번째 언데드들의 공습을 마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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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나이트를 비롯한 데스나이트, 듀라한, 레이스, 리치와 같은 고위 언데드들이 주축인 거대한 언데드 무리를 이끈 질병기사는 강렬한 사기의 원천을 쫓아 이동했고, 결국 그는 강렬하고 거대한 사기를 흩뿌리는 원천을 눈앞에 마주했다.
질서정연한 좀비들에 둘러싸인 사기의 원천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산을 보는것과 같은 강건한 거체가 있었다.
그곳에 거체를 땅으로부터 받치는 굳건하고 웅장한 기둥과 같은 다리가 있었다.
그곳에 하늘을 죽음으로 뒤덮는 듯한 거대한 검은 광택에 상처투성이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심연을 들여다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어둡고 어두운 칠흑으로 덧칠된 동공이 있었다.
그곳에 오랜세월을 구현한 듯한 오랜 상처는 썩어 문드러지며 강렬하고 역겨운 시취와 단 한번의 흡입으로 죽음에 이르는 시독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곳에 과거 그가 마주한 죽음과 닮은 무언가가 있었다.
ㅡ!
질병기사는 과거 겪어본적이 없는 강렬함에 전율하였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존재와 비견되거나 혹은 더욱 강력한것으로 판단되는 언데드가 그곳에 있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언데드 좀비 드래곤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좀비들을 양산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걷고 있을 뿐이었다. 생전의 자신을 죽게 만든 몬스터를 쫓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던 그것은 원수의 기척을 느끼자마자 곧바로 그 육중한 거체를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 죽음을 만들고 그곳에서 부터 좀비들을 양산하고 있던 것이다.
좀비로서 태어난 존재들은 보통 별다른 이성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가장 강력한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전승 중에는 그들이 내뱉는 숨결에 산이 녹아 사라지며, 바다가 갈라지고 거대한 섬이 가라앉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거기에 그들은 모두 천재적인 지략가이자 연구가로 하나 하나가 현자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라고 불려진다.
그런 존재가 언데드로서 그것도 가장 밑바닥의 좀비로서 태어났다 해도 그것은 이미 '좀비'라고 부르기 어색한 존재가 된다. 거기에 그것만으로 그 빛나는 지성은 사라지지 않아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롯해서 지금 어쨰서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지 그리고 눈앞의 작은 이가 어떤 존재인지 까지 모두 파악한 상황이었다.
좀비 드래곤에 접근한체 전율에 떨던 그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그것도 그의 눈앞에 있는 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좀비무리를 뚫고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잠시 무의식중에 내뿜고 있는 힘을 줄였기 떄문에 가능했다.
두 존재 모두 이미 성대는 썩어 문드러졌기에 서로 소리를 내는 직접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다만 둘은 서로를 주시했고 이내 질병기사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둘의 소리없는 대화는 끝이났다.
그리고 이후 좀비 드래곤의 주변에 있던 좀비들은 새로 합류한 언데드들의 지휘를 받아 더욱 더 주변으로 죽음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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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대에게서 언데드 무리의 출현을 보고받고는 바로 고블린들은 곧바로 숲의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수차례 겪은 경험은 고블린들에게 익숙함을 부여했고 그 익숙함은 곧 방심이 되었다. 쳐들어오는 언데드들을 숨죽이고 기다리던 그들은 이내 숲 안으로 들어서자 이전과 같은 전술을 이용했다.
언데드들을 향해서 최초 화살이 쏟아지더니 그 뒤를 이어서 이전처럼 통나무를 이용한 함정에 근접전투까지 지금까지 사용했던 방법들이 물흐르듯이 이어졌다. 새로이 쳐들어온 언데드들도 그렇게 쉽사리 끝이 난 것이다.
"케헷! 역시 별것 아닌 것들이다!"
"이런 조무래기 상대로 도망친다니, 족장도 너무 겁을 낸다"
고블린들은 이번에도 싸움이 간단히 끝나자, 우쭐대는 태도를 보이면서 은근히 족장인 루프스를 아래로 보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루프스는 고블린들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직 경계태세를 풀지 않았다. 이미 싸움은 끝났으며 다른 고블린들도 긴장을 풀고는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루프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듯이 이변은 갑자기 일어났다.
그어어어- 콰직-
"키에에엑!"
부족으로 돌아가는 고블린들의 측방에서부터 급작스럽게 언데드들이 출몰했던 것이다.
"이런!"
루프스는 난데없이 언데드가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면서 고블린들을 향해서 공격을 이어가는 그들을 향해서 다급히 달려갔다. 그 뒤를 이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고블린들도 다급히 루프스를 따르기 시작했다.
콰득 퍽- 퍽!
루프스는 눈앞에 있는 언데드를 향해서 도끼를 찍어내렸다. 도끼는 한순간에 그 목을 절반이상 잘라냈고 곧바로 이어서 루프스는 녀석의 복부를 차버려 멀리 날렸다. 그의 예상대로 아직 움직이는 언데드는 목이 잘리고 있는것에 아랑곳 않고 곧장 그를 향해서 공격해 들어오려 했던 것이다. 걷어차여 언데드가 거리를 내주자 그 뒤를 이어서 고블린들이 그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급작스러운 등장에 비해서 순조롭게 고블린들의 승리로 끝이 날 것 같자 그는 안도했다. 달려들기 시작한 고블린들이 다행히 압도적으로 언데드들을 몰아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좀비들로 이루어진 언데드들만이 쳐들어 온것이 아니었다.
-크어어어!
서걱- 서걱-
그것은 좀비들에 파묻혀있어, 고블린들의 눈에 띄지 않고 나타날 수 있었다. 나타나자 곧바로 그것은 좀비들에게 붙어있는 고블린들의 목을 쳐냈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아온 좀비들과는 확실히 이질적인 몸체는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있는 존재였다.
좀비들에 파묻히고 이곳에 접근하면서 땅을 뒹굴렀는지 주인잃은 썪은 살점과 흙더미를 몸에 묻히고 있었지만 그 새하얀 몸체를 가리진 못했다. 시커먼 동공에서 타오르는 푸른 귀화와 온몸을 감싸고 있는 뼈로 이루어진 갑주 그리고 두개골의 변형으로 만들어진 듯한 투구, 마지막으로 갈비뼈로 만들어진듯이 그 몸체와 같은 하얀 검까지 그것은 뼈로 만들어져있는 기사였다.
스켈레톤 나이트
기본적으로 상급 몬스터에 버금가는 언데드가 좀비들 사이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