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104화 (104/374)

104화

공습

고블린들과 엘프들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준비를 끝내고 얼마 후, 숲의 외곽에 자리잡은 루프스는 곧 육안으로 적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상대는 코볼트, 고블린, 랫맨과 같은 최하급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좀비들이었다.

좀비는 언데드들중 제일 밑바닥에 머무르는 몬스터들로 강력한 원념을 가진 이들이 저절로 그 몸을 일으키는 경우나 보다 윗줄의 언데드 몬스터가 사역하는 몬스터로서 일어나는 경우 두가지가 그들의 주요한 발생 원인이다. 그들이 품고있는 원념이나 상위 언데드로부터 전달되는 사기는 그들이 지니고 있던 기운을 사기(死氣)로 바꾸어 버린다. 그리고 이 사기는 살아있는 생명체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 때문에 언데드들은 생명체를 상대할때는 그들의 생전 등급보다도 한등급 높은 취급을 받는다. 지금 쳐들어오는 100체에 육박하는 언데드들도 대부분이 최하급 몬스터들이라지만 그들 모두가 한번도 축복을 받지 못한 이들이 아니다. 그들을 통솔하는 몇몇 언데드들은 하급이나 중급에 올라선 몬스터라는 것을 그 외형으로 대략 짐작 할 수 있었다. 즉, 지금 고블린들이 상대할 언데드들은 하급 몬스터 무리에 중급, 상급 몬스터가 적게나마 섞여있는 것과 상대하는 꼴이다.

현재 외곽에서 언데드들을 맞이하려하는 고블린과 엘프는 모두 활을 사용 할 수 있는 이들이다. 최선두에 있는 루프스도 활에 대한 적잖은 훈련으로 그 기량을 쌓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들에 못지 않게 사용 할 수 있다.

언데드들이 숲에 깊숙이 들어오길 기다리던 이들은 언데드들이 모두 그들이 쏘는 활의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루프스가 힘차게 소리쳤다.

"쏴라!"

피핑- 핑- 퍽- 콰직-

그들이 쏘는 화살은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언데드들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거나 심장이 자리한 곳에 박혀들었다. 이미 죽어있는 이들에게 이런 급소를 노린 공격들은 치명타로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발을 묶어 한 자리에 멈추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고블린들이 곳곳에 만들어놓은 함정들 중 하나가 자리한 곳이었다.

"캭!"

활을 쏘고있는 고블린들이 있는곳과는 약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한 고블린이 묶어둔 밧줄을 잘라냈다.

후웅-

그리고 밧줄로 지탱하고 있던 거대한 통나무는 중력에 의해서 강렬한 풍압과 함께 발이 묶여있는 언데드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곳과 또 멀지 않은곳에서도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통나무 몇개가 언데드들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

쾅-! 쾅-!

미리 통나무의 경로에서 벗어나있던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정통으로 얻어맞은 언데드들은 쳐들어온 수의 삼분지 일 정도가 곤죽이 되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끼기익-

부들- 부들-

그래도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아직 남아있는 신체부위가 억지로 움직이려는 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꿀꺽"

언데드들이 강화되었다고 해도 그들은 아직 얕보는 마음이 강했다. 언데드들은 그 신체가 일정 이상 파손된다면 더 이상 움직일수 없게 된다. 그것도 언데드 종류마다 다르긴 하지만 좀비정도 되는 최하급의 언데드는 생전의 급소가 어느정도 파손되면 보통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에 쳐들어온 언데드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달랐다. 고블린들은 한번 상대해본적 있는 언데드들을 기준으로만 생각해 그저 저런 끔찍한 놈들이 있나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엘프들은 그런 언데드들의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절로 창백해졌다. 지금 눈앞에 있는 언데드들을 부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를 짐작했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얼른 여기서 피해야 하는거 아냐?"

"이... 일단은 저 언데드들을 물리치는게 먼저야"

고블린들은 안색이 창백해지고, 손을 벌벌 떨고있는 엘프들을 보면서 의아해했지만, 의문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아직 남아있는 언데드들에게 집중했다.

언데드들은 어느새 자신들을 공격한 적들이 나무 위에 올라서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블린이나 엘프가 올라선 나무로 다가가 기어 올라가려 손을 휘젓고 있었다. 그런 언데드들의 모습에 엘프들은 후방에 남고 전방으로 고블린들이 뛰쳐나갔다.

나무에서 뛰어내린 고블린들은 매달리듯 달라붙어있는 언데드들을 향해서 들고있는 칼이나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선두에는 역시나 루프스가 앞장서서 그들의 목과 사지를 갈라내고 있었다.

"먼저 사지와 목을 쳐라! 아무리 녀석들이 죽지 않는다고 해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루프스의 외침에 고블린들은 루프스를 따라 사지와 목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헀다.

후방에 있는 엘프들은 화살을 날려 고블린들을 공격하려는 언데드들을 저지하고, 그들의 주의를 자신들에게 돌렸다. 엘프들에게 주의가 끌려 그들에게 다가가려하지만 언데드들은 나무를 타지 못해 그저 밑동을 긁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언데드의 관심에서 멀어진 고블린이 접근해 녀석의 목이나 사지 중 하나를 절단시켰다.

두 종족의 협공으로 언데드들은 하나 둘 줄어갔다. 언데드들의 수가 줄어들수록 동시에 그들에게 당하는 고블린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나 최하급의 고블린들은 그들에게 제대로된 피해를 주지 못해 제법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이번에 언데드들을 상대하는데 다른것보다 다수로 소수를 눌러버리는 싸움방식을 선택했다.

모든 언데드들의 사지가 잘려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이는 언데드들이 없어졌다. 그 사이에 고블린들이 받은 피해는 상당했다. 매우 큰 상처를 입어 사지중 하나가 달아난 이들이 다수 있다. 특히나 언데드들을 공격하는데 사용한 손의 손가락을 물려 잘려나간 고블린들의 수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죽은 고블린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미리 루프스가 최대한 죽지 않도록 하나의 언데드를 상대하는데 반드시 홀로 상대하지 말 것을 주문한것이 주효했다. 이전까지의 싸움은 아군이 죽는다고 하면 그저 전력이 줄어들 뿐 딱히 적들의 전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데드들은 죽은 아군을 일으켜 자신들과 같은 언데드로 만들어 전력을 늘이니, 루프스는 최대한 아군이 죽지 않도록 한 거이다.

한 고블린이 언데드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면 함께 싸우는 다른 고블린들이 언데드를 뒤에서 공격해 사지중 하나를 잘라내던지, 공격을 막아내고 그 사이 다른 고블린이 공격을 가하거나 위험에서 빠져나온 고블린이 뒤로 빠졌다가 다시 공격하는 식으로 싸워간 것이다.

고블린들은 온몸이 잘려 꿈틀거리고 있는 언데드들을 모아서 가까이 있는 구덩이 함정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불을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이용해서 그들을 불태웠다.

"캭! 알고는 있었지만, 이거 진짜 안타오르네"

언데드들을 없에는데 가장 효과 좋은 방법으로 최초 불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올라오는 소식중에 언데드들이 불에 잘 타지를 않는다는 소식도 함께 올라왔었다. 언데드들에 맞섰던 거점의 고블린들 중에 불을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전력을 다해서 발한 불이, 언데드의 피부를 살짝 그을리는 정도의 호과만 있을 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소식이었다.

불이 잘 타오르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불을 붙여 결국 언데드들을 모두 불태워버릴 수 있었다.

일단 쳐들어온 언데드들을 몰살시키는것에 성공한 고블린들은 다시 정찰을 이어가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한번 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던 중 루프스를 향해서 다가오는 엘프가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겁에 질려있는 듯이 창백한 안색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다른 엘프들의 상태를 살핀 루프스는 그들의 상태도 지금 자신에게 다가온 이와 그다지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챌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심상치 않은 기색에 안색을 굳힌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엘프를 향해서 물었다.

"그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