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공습
"족장!"
한 고블린이 루프스의 움막의 입구 천을 젖히고는 다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움막의 안에는 루프스가 다수의 고블린들 그리고 엘라를 비롯한 소수의 엘프들과 함께 고심에 잠겨있는 모습이었다. 다름아닌 최근 어수선한 숲의 상황부터 동시에 그것이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상태였다.
"무슨 일이냐?"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상황에 다급한 모습의 전령이 들어서자 루프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키... 키익! 언데드가 다수 출현했다는 정보다!"
"언데드?"
"그 죽다만것들 때문에 다수의 거점이 괴멸됐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고블린의 이야기에 루프스는 눈동자가 절로 크게 떠졌다. 고블린이 가지고 온 소식이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아니지, 잠깐'
동시에 루프스는 자신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와도 같은 무언가를 목격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은 고블린 부족을 향해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경계선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보았던 무수한 언데드들과, 그 끔찍했던 포효도 함께 떠올렸다.
'그 정상에 있던 무언가가 하산한 건가?'
루프스의 태도가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듯 하자 함께 논의를 나누던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그에게 시선을 집중시켜 무언으로 재촉했다. 그런 두 종족의 태도에 루프스는 그들을 둘러보다 자신 주변에 자리잡은 고블린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희는 기억하고 있겠지? 우리 고향인 저 산의 정상에서 부터 들려왔던 그 포효와 무수한 언데드들을"
그의 이야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프리트였다.
"그 듣는것만으로 끔찍했던 포효말입니까?"
프리트의 말에 당시 루프스와 함께 있던 다른 두 고블린도 떠올랐다는 감탄을 내뱉었다.
"그래, 아무래도 그 포효의 주인이 산 밑으로 내려온것 같다. 그 검은 안개와 같은 그것... 짐작도 못했었지만 언데드들의 출현이라고 들으니 그게 안 떠오를 수가 없더군"
루프스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섬뜩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야기했다.
"지금은 저희들도 많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그 포효의 주인에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다른 고블린들도 마찬가지라는 듯이 당시를 떠올리며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고블린들의 태도에 엘프들은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계신 거죠? 포효는 또 뭐고, 고향인 산이라니요?"
궁금증을 가진 엘프들을 대표해서 엘라가 루프스를 향해서 물었다.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최초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싸워온것이 저기 저쪽에 솟아있는 산이라는 이야기를"
루프스는 멀리 보이는 한 구름에 가리듯 흐릿하니 잘 안보이는 산을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고향과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들 그리고 그들이 그곳을 떠나 다른곳에 자리잡게 된 계기인 언데드들과 그 끔찍한 포효에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된 이야기다. 다행히 그 포효의 주인은 저 검은 기류가 마치 안개처럼 짙은 저곳에 있겠지"
루프스는 분명히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던 짙은 검은 안개와도 같은 기류를 떠올리면서 이야기했다.
"우리가 상대해야할건 언데드들이다. 그 놈들을 어떻게 상대할지를 생각해 보자고"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그녀석들은 일반적인 좀비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더군요. 우리쪽 고블린들이 제대로 힘도 못쓰고 대부분이 언데드화해서 오히려 그들의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서로 상황 대비를 위해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다시 회의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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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도 별다른 대책은 세울 수 없었다. 그저 부족과 마을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비전투인원들을 다소의 호위 병력들과 함께 그나마 영향력이 적은 전 코볼트 부족이 있는 장소로 대피시켰다.
그나마 그동안의 대비가 헛고생이 되지는 않았다. 부족과 마을이 있는 숲의 경계를 강화하고 곳곳에 설치된 함정들도 대장간이 생기면서 함정에 철을 접목해서 더욱 위력적인 함정이 만들어졌다.
비전투인원들이 대피를 하는것과 동시에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숲 곳곳에 만들어둔 함정들을 활성화 시켰다. 지금까지 강력한 적이 들이닥칠 경우 루프스가 직접 나서서 그들의 감각을 속여 부족을 빗겨가도록 만들었다.
루프스가 가진 능력이 강력해지자 자신보다 한단계 강한이들에게 약간의 감각의 비틀림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상대가 눈치채면 효과가 확 줄어들지만 직접 공격의사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적들의 수가 많아야 다섯 미만의 적들만이 몰려와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언데드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은 다수의 집단을 취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들의 의사는 연결되어 있었다. 루프스의 능력으로 그들의 의식을 돌리는게 가능하긴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보는것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판단 할 것이다. 그들을 온전히 속이려면 모든 언데드에게 동시에 같은 풍경을 보게하는 것 뿐이다.
아직 루프스들은 그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애초 그들 전체에 능력을 사용해 방향을 돌릴 수 없다 판단했기에 그들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족장! 언데드놈들이 슬슬 숲에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정찰대에서 놈들의 속도를 보면 하루의 시간이면 숲에 진입할거라고 한다!"
전령의 이야기를 들은 루프스는 전투를 위해서 부족에 남아있는 고블린들과 엘프들을 불러들였다.
"오늘은 푹 쉬도록 해라! 내일이면은 놈들과의 전투가 시작된다. 게다가 지금 쳐들어오는것들이 전부라고 장담할수도 없는 상황, 그러니 녀석들과 싸우기 전에 최대한 체력을 비축해두어야 한다!"
이번에는 고블린들과 엘프들 중 전투 인원들은 모두 부족에 남았다. 모두 지금 쳐들어오는 언데드들 때문이다. 게다가 비전투인원들의 대피가 거의 완료될 무렵 정찰병들과 거점에서 새로이 대피해온 고블린들로부터 북상하는 몬스터들 중에서 무수한 언데드들이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고블린들과 엘프들 모두 자신들이 자리잡은 영역에서 버티는것은 힘들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밖에서부터 들려온 소식들은 부족 전체에 얼마 걸리지 않아 모두 퍼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금 부족에 남아있는 이들은 부족을 지키고자 남아있는게 아니다. 적들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동시에 적들이 더욱 북상해 비전투인원들이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는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이미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루프스는 새로 자리잡을 곳을 발빠른 고블린들을 시켜서 알아보는 중이었다.
적들의 도착을 대비해 훈련과 정비로 시간을 보내던 고블린들은 이제 적들이 지척에 도달했음을 알았다. 그들은 만전의 상태로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루프스의 지시대로 남은시간은 휴식을 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몬스터들이 적이었다면 이렇게 느긋한 태도를 내보일수는 없었겠지만 상대는 생각없이 달려들기만 하는 언데드, 그들은 수작을 부리지도 못하며, 오로지 생명체를 죽이는것만이 지상명제인 이들이었다.
이번 언데드들이 상당히 이상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다른 생명체들의 등장에도 쫓아가지 않고 그저 한방향으로 계속 직진하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피난온 고블린들이 그들이 서로 협공하는듯한 모습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거나 하는 등의 언데드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고블린들을 속이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루프스의 지시로 고블린들은 각자만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무기를 손질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대로 잠자리에 든 이들, 남아있는 전투가 가능한 소수의 암컷 고블린들과 함께 성욕을 해소하고 있는 고블린들 각자만의 다양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떠오를 무렵 언데드들이 숲으로 진입이 임박한 순간. 고블린들의 휴식은 끝을 맺었고, 모든 고블린들과 엘프들은 숲으로 퍼져나가 진입해오는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