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공습
루프스가 대비를 시작한지 수개월이 지나 그가 세워놓은 대책의 진척도는 거의 완료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이들도 수개월이 지나 온전한 성체로서 자라나게 되었다. 성체가 되기 전에는 아직 특징과 가진 능력이 제대로 발현하지 못했었지만 성체가된 지금은 온전한 상급의 능력과 신체능력을 보유하게 된것이다.
특히나 라둔과 시에란의 능력은 부족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라둔의 능력은 소수지만 늑대들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충분한 능력을 가진 기수라면 라둔의 능력으로 강화된 늑대와 함께 즉시 전력으로서 가용하는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시에란의 능력은 그녀가 제작하는 물건 하나 하나가 지금까지 고블린들이 써온 무구와는 그 수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직접 제작하는 물품에 한하기 때문에 모든 고블린들에게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 고블린들 중에서도 중요간부라고 할 수 있는 상급 이상의 고블린들이 사용할 무기들은 충분히 제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에 비하면 작지만 충분히 부족에 도움을 주는것이 루프스의 자식 중 남은 둘이었다. 그룬의 능력은 특히나 정찰에 특화되어 그의 도움으로 루프스가 최초 생각했던 것 보다도 넓은 범위의 지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드란은 여전히 훈련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것은 그의 지도능력이었다.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기를 직접 사용해본 그는 다양한 무기술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고블린들의 무기술 능력을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루프스는 자신의 아들이 단순히 카리스마가 뛰어난 아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드란이 가지고 있던 진짜 재능은 카리스마 뿐이 아닌 무기술이었다.
그의 뛰어난 재능은 보다 높은 수준의 무기술을 개발 할 수 있었고, 그것을 훈련 받는 고블린들에게 전달 할 수 있었다. 현재로선 아직 그의 지도를 받은 훈련병들이 병사로서 임무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별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이후 시간이 지난다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루프스의 자식은 다름아닌 그 일 것이다.
그들의 성장은 고블린 부족에 큰 호재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호재만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다름아닌 숲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도 작성을 위해서 다양하게 정찰을 나섰던 고블린들은 오크들과 리저드맨들의 전쟁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것이 그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둘 수 없는 이유라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일대에서부터 숲이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이 가장 놀랐던것은 그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자락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무언가였다.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검은 무언가는 마치 아지랑이처럼 흐느적 거리면서도 산에서부터 부족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확히 직선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은 충분히 부족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그 시작은 남쪽에서 북상하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고블린들의 거점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매일 공격오는 몬스터의 종류는 달라졌다. 당장 주변에 있는 트롤과 오우거들도 종종 나타났으며 떠돌이인듯 남루한 차림의 오크들이나, 나무로 위장해서 살아가는 그린맨과 그들과 함께하는 걸어다니는 나무 엔트, 하늘을 다급하게 날아가고 있는 만티코어, 그리폰, 와이번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고블린들의 거점을 쓸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는 신경쓰지 않고 앞만 뚫고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그들이 시야에 들어올 떄 그들의 경로에서 비켜서기만 하면 그들은 고블린들에게 관심도 두지 않고 장애물만 피해서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기만 했다.
공중 몬스터들과 엔트와 같은 고블린들이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들의 경우는 거점의 파괴를 걱정하기 보다는 고블린들의 목숨을 걱정해야 했기 때문에 거점의 파손에 신경쓰지 말고 피하도록 지시를 해두었다. 그에 관한 지시는 이미 주변에 오우거의 서식지가 있을 때 부터 감당하기 힘든 적은 피하도록 방침을 정해 두었었다.
그리고 오크나 그린맨 같은 만만한 몬스터의 경우는 오히려 막아서면서 거점의 방어와 동시에 고블린들의 성장을 꾀했다.
처음 한동안은 이 방침이 제대로 먹혔다. 거점 몇개가 통째로 분쇄되기는 했지만 고블린들의 피해는 그다지 나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의 거점과 부족을 지나치는 몬스터들은 오크와 그린맨, 앤트들을 제외하면 무리를 짓지 않는 몬스터들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리를 짓지 않고 개별로 다니던 몬스터들이 점점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채 한달이 지나기 전에 트롤이나 오우거들은 한번에 열 이상의 무리를 짓고 다닐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예상치 못한곳에서 치고 들어오는 몬스터들 떄문에 잘 막고 있었다고 해도 이쯤 되자 고블린들이 막아내기에는 무리인 상황이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순간부터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뒤를 따라서 언데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이 최하급 몬스터를 기반으로 둔 좀비들이라는 점에서 얕본 고블린들은 강력한 몬스터들을 보내고는 기분나쁜 언데드들을 공격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언데드들을 공격한 고블린들은 소수의 언데드들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죽어 언데드들의 전력을 늘려주고 말았다. 고블린들이 언데드를 이기지 못한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의 힘이 언데드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언데드들은 과거 루프스가 마주했던 언데드들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느릿느릿 달려들던 언데드들이 지금은 빠르게 달려들면서 조잡하지만 연계도 하고 있었다.
아무런 지능도 없이 그저 움직일 뿐이었던 언데드가 그렇게 바뀐것은 다름아닌 그들을 감싸고 있는 검은 기류 때문이었다. 언뜻 보면 마치 안개와도 같아보이는 그것은 언데드들을 강화시켜주면서 동시에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된 언데드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같은 언데드들끼리 있을 때 언데드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휘적휘적 돌아다니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생명체가 나타나면 그 수가 몇이던, 그들이 얼마나 강하던 상관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든다. 유불리를 판단하지 않고 그저 생명체를 향해 달려드는 언데드들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이들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런 구분도 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생명체만을 구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와 풀에 달려들지는 않는다.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생명체를 상대로만 달려들 뿐이다.
즉, 언데드들은 단순히 움직이는것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구분하는것이 그들의 유일한 지능 활동이다. 그리고 이 미약한 활동들이 검은 기류에 의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무리로 엮여있는 언데드들이 미약하지만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유기적인 연결로 시작된 생각은 다수의 몸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었다.
아직 스무마리 이하의 언데드들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그들이 가지는 생각은 단순한 언데드보다는 높지만 누구를 공격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쓸모없는 지능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수가 백이라면 당장 아군을 구별 할 수 있어 쓸데없이 전력이 모이는걸 방지할 정도의 지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천이라면 위험한 아군을 구별하고 그들을 도와줄 정도의 지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몬스터들을 쫓아 고블린들의 영역을 휘젓고 다니는 언데드 무리는 삼십이 좀 넘는 수의 무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얕본 고블린들이 다수 그들의 무리에 들어가 현재 백 정도의 무리가 다수 만들어져 그들의 영역을 더욱 휘젓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전편으로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100회 달성으로 오늘은 두편 올라갑니다. 나머지 한편은 평소 올리던 시간에 올리겠습니다.
그동안 코멘트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