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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100화 (100/374)

100화

일상

모의 전투가 끝나자 루프스는 고참 고블린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서 다가갔다.

드란은 자신의 전략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중얼거리면서 파악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서 그림자가 드리우자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접근한 자를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고블린의 티가 나고있지만 동시에 휘하 고블린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함께 엿보이는것이 자신의 자식이지만 대견해 보였다. 그동안 자식들에게 제대로된 관심을 주지 못하는것이 후회될정도로 훌륭히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 당신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그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이가 누군지 정도는 금방 알아보았다. 부족 내에서 저정도 덩치에 왠지 흐릿해보이는 검은 피부까지 자신이 알고있는 족장이자 아버지인 고블린의 모습이었다.

다른 자식들은 그와 만났을때 못해도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 티를 내고는 했지만 드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 별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시죠?"

눈앞에 자신의 아버지가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는 그저 한없이 덤덤할 뿐이었다. 혈육의 정도, 강자이며 자신보다 우위에 선 자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외심도 일말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는 태도였다.

"...훈련소에서의 생활은 괜찮은가?"

드란은 그 스스로의 의지로 훈련소에서 먹고 자면서, 성체 고블린들이 하는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참가하는 무기술 훈련을 바꾸면서 대부분의 무기를 다룰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일개 병사로서 참가해 모의 전투 훈련을 했지만 아직 어리다고 해도 루프스의 자식은 자식, 처음부터 성체가 된 순간 상급의 고블린이 되는것이 약속된 이들이었다. 아직 어리다고는 해도 중급 고블린정도의 힘을 표출 할 수 있었고, 그것은 전투에 참가한 고블린들 사이에서는 반칙에 가까운 힘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무기술의 훈련에서만 직접 무기를 휘두를 뿐 모의 전투 훈련에서는 그저 관람만 하다가 최근 들어서 최고 지휘자로서 고블린들을 다루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루프스의 자식이라고는 해도 그가 다른 고블린들에게 인망을 얻지 못했다면 그렇게라도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일단 족장의 자식이라고 딱히 특별한 혜택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고블린들에게는 일정 이상의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카리스마 덕분인지 아니면 족장의 자식인 그에게 잘보이려는 것이었는지 하나 둘씩 그를 따르는 고블린들이 늘어났다.

가장 처음 그의 부하를 자처한 고블린은 그와 같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고블린이었다. 태어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게 가능한 순간부터 훈련소에서 지낸 경력의 고블린이었다. 녀석은 드란에게 살갑게 다가가서는 그의 1호 부하가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먼저 그와 같이 어린 고블린들을 먼저 접하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린 고블린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하자 훈련을 받던 고블린들도 그에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고는 곧 그들도 마찬가지로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루프스로서는 그들이 그에게서 무엇을 보고 믿으면서 그렇게 따르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병사들이 그를 따르는 덕분에 그는 모의 전투에서 총지휘관이라는 지위에 있을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루프스의 물음에 답하는 그의 대답은 이 단답 하나 뿐이었다.

루프스로서는 은근히 위기감이 느껴지는 그의 행보지만, 아이들에 대해서 믿기로 결심한 그는 그의 행보에 방해를 걸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해줄수 있는것 또한 없었다. 훈련소의 시설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것 이외에 그가 그에게서 받겠다고 하는것도 없었으며, 은근히 그를 밀어내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의 자식들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에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기는 했지만 루프스는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그렇게 반응하는것에는 그동안 자신이 그들에게 행한 태도 때문이라는 자책감도 들었다.

드란과의 만남은 그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와 루프스의 관계 진척에 관해서도 아무런 수확도 없이 그렇게 끝이났다.

"후우..."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드란의 태도에 섭섭하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능력을 얻었을때부터 그는 자신의 자식들에게 은근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식들이 가지는 힘은 자신보다 한단계 약한 힘이었다. 자신과 비교해 한단계라면 최상급인 자신의 자식은 상급의 몬스터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단적으로 하나 하나가 일반 오우거에 버금가는 강자들이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지금 당장부터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한단계의 차이는 생각보다 적은 차이지만 동시에 큰 차이이기도 했다. 단순히 다섯 여섯이 모여서 그를 공격한다고 해도 그를 이기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상급과 최상급은 중급과 상급보다도 더욱 큰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큰것은 특화능력이 한층 진화한다는것이다. 그 때문에 최상급 몬스터를 이기기 위해서는 상급 몬스터 특히 그 중에서도 상성상 우위에 있는 특화능력을 가진 이들로만 열은 있어야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힘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그가 직접 만난 자식들은 모두 그를 잘 따랐다. 해준것없이 경계만 해온 자신을 잘 따르는 자식들을 보니 그로서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 일환으로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한 아직 어린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그들도 다른 다섯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자신을 잘 따랐다. 그리고 드란을 제외한 셋은 그동안의 섭섭함을 풀겠다는 듯이 하루 온종일 그와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루프스 자신도 즐거워 종종 자식들과 이런 시간을 가지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란과 헤어진 뒤 루프스는 엘라를 찾아갔다. 굳이 급하게 갈 이유가 없어 여유롭게 가다보니 해가지고 달이 중천에 떠오를 즈음에 엘프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엘라는 집안에서 한적하게 불을 지펴놓고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근 그가 제안한 건으로 엘프 마을 전체가 분주해져 엘라도 일을 돕기 위해서 마을에 들어와 있었다. 처음 아이들은 모두 그녀의 품안에서 자라왔다. 루프스가 아이들을 경계하기도 했지만 바빴기 때문에 함께 돌볼 여유가 나오질 않았었다.

그런데 두번째 아이들이 태어났을때는 엘라 또한 바쁜 일정을 보내야만 했다. 다름아닌 코볼트들과의 전쟁 도중에 출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창 서로 견제를 하는 사이에 출산을 했기 때문에 이후 본격적으로 전쟁이 격화되는데다가 식귀까지 나타나 그녀도 쉴틈없이 바빠졌었다. 그 때문에 그녀가 직접 돌보지 못한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사이로 자리를 잡아가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그녀는 엘프 마을이 분주해지면서 그들을 돕기 위해서 살고 있는 곳을 이곳으로 옮겼다. 그나마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오랜시간 아이들을 직접 돌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그녀 뿐이었다. 루프스는 드란의 태도를 떠올리면서 그녀에게 그에대해서 묻기 위해서 그녀가 사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엘라는 은은한 불빛에 의지하면서 무기를 손질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루프스가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무기들을 내려놓고 문앞으로 다가가 그를 맞이했다.

그녀의 환대를 받으면서 루프스는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당신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요. 여기까지는 무슨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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