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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94화 (94/374)

94화

변화

"크우워어어어! 죽어라!"

"시잇- 너나 죽어 이 돼지새끼들!"

늪지가 시작되는 경계부분, 오크들과 리저드맨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곳은 리저드맨들에게 최초로 정착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오크들이 접근 할 수 있는 장소 중에서 리저드맨 부족의 중심까지 최단거리로 이어지는 장소로 상당히 중요히 여겨지는 장소였다.

리저드맨들은 반드시 이곳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리저드맨은 다름아닌 유일급 리저드맨으로 한번 한번의 축복을 받기가 어려운 리저드맨들에게 세번이나 축복을 받은 강력하고 경험많은 노장이었다.

하지만 오크들도 이곳을 뚫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에 못지 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는 오크가 마찬가지로 지휘하고 있어 팽팽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군락지의 바깥에서부터 루프스들이 위치한 장소까지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바로 얼마전까지의 코볼트들이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영역을 지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트롤, 오우거와 같은 몬스터부터 세력을 가지는 몬스터들은 오크, 리저드맨들과 같은 몬스터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더욱 안으로 들어가면 더더욱이 강력한 힘을 갖춘 몬스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것은 이론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더욱 깊숙한 곳에서 약한 이들이 살아가는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그것은 반대의 경우도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몬스터들도 성장하면 할수록 그 외견은 천차만별로 갈라져 약해보이는 몬스터가 강자인 경우도 강해보이는 몬스터가 약자인 경우도 심심치않게 나타난다.

이 두가지, 중심부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강자가 외곽에 갑작스레 나타난다거나, 약한 몬스터로 보이는 외견에 만만히 보고 덤볐더니 무리 중 특별히 강한 몬스터라거나 하는 경우 때문에 인간들도 이곳에 들어오길 꺼려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두 종족이 싸우는 이 자리에 갑작스레 중심부에 있어야 할 몬스터가 나타나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며, 이 몬스터가 약자의 가면을 쓴 강자라는 것도 그다지 특별하지 못한 일이었다.

다만, 이것이 이 숲에 미친 영향은 특별했다.

쿠과과과과-

리저드맨들과 오크들의 격전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갑작스레 땅을 이루고 있던 늪지, 흙, 풀, 나무가 하늘 높이 솟구쳐올라갔다.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어느 순간 상대의 칼과 창이 자신의 몸을 파고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전투를 중단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싸움의 외곽에 있던 오크와 리저드맨은 가까이서 일어난 현상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고, 그들은 흙먼지 사이로 인간과 닮은 형상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알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 였다.

스윽- 스윽-

흙먼지 속 인영이 날린 것으로 짐작되는 투명한 칼날이 은밀하게 그들의 목을 베고 지나가자 그들의 목은 어꺠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목이 떨어진 몸은 이내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고, 그것은 곧 도미노처럼 다른 오크와 리저드맨들에게 지금은 싸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내 두 종족의 검과 창이 방향을 바꿔 흙먼지 속 인영을 향했다. 인영은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흙먼지를 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쿠워?"

"스으?"

흙먼지를 헤치고 나온 인영의 모습은 흙먼지에 가려져 있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족보행을 하고 양손이 자유로운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뚜렷한 특징은 온몸이 시커멓게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온몸이 검은색으로 코와 입 그리고 귀는 구분이 가지 않았으며 단지 눈만이 유난히 번들거리는 것으로 겨우 알아챌 수 있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

검은 인형, 마치 그림자와도 같은 몬스터가 나타나자 그 근처에 있는 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거 루프스와 같은 고블린들이 출발했던 산은 간혹 고블린들을 배출해주었고, 그 중 일부는 루프스들의 부족에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식으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밖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언데드들 떄문이었다.

본래 그들이 위치한 동굴보다 높은 곳에만 있던 언데드들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동굴의 근처는 언데드들로 가득차버렸다. 고블린들은 그런 언데드들을 처리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만 언데드들도 동굴로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데드와 고블린은 서로 접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지금까지 겪어본적이 없는 변화에 겁을 먹고는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는 숨어버렸다. 언데드들은 그런 고블린들의 상황은 전혀 모르고 그저 밑으로 밑으로 내려 갈 뿐이었다.

언데드들이 내려가는 속도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약 하루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고블린들이 동굴 밖으로 언데드들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언데드들이 사라지자 고블린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환호성을 채 내쉬기도 전에 그것은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

쿵- 쿵-

펄럭-

그것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굳건해보이는 다리와 단단한 몸통, 무엇이든 물어 뜯을 듯한 턱, 가르지 못할것이 없을 듯한 발톱까지 그야말로 폭력의 화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굴에 갇혀 별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고블린들도 기억하고 있는 최강의 종족이라고 불리우는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다만 그것의 날개는 여기저기 뜯겨져 있어 펄럭 펄럭 날개짓을 하지만 공중에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단하고 굳건해보이던 몸체는 곳곳의 살이 썩어 속의 뼈가 보일듯했다. 사나워 보이는 머리는 한쪽의 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검은 동굴과 같았으며 절반은 썩어 문드러져 뼈만이 보이고 있었다.

너덜너덜한 몸을 한 드래곤은 지금까지 내려간 언데드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죽은자였다. 다만 다른것이라면 그의 주변은 그저 오한만 주던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그 사기가 눈에 보여 사기의 편린에 닿는 것만으로 살아있는자가 죽어있는자로 변해버릴 것만 같은 검은 안개에 둘러쌓여 있다는 것이다.

동굴 안에서 오랜시간 살아왔던 고블린 족장은 그런 드래곤을 보면서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입은 벌벌 떨리면서도 마치 내뱉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하나의 단어를 끄집어냈다.

"좀비... 드래곤..."

망연자실한듯한 모습으로 드래곤을 바라보던 고블린 족장은 끔찍한 것을 보았따는 표정으로 말했다.

///

숲의 깊숙한곳 군락지의 심부와 거의 근접한 장소, 황폐한 땅과 죽은 고목, 누렇게 뜬 풀뿌리까지 그야말로 죽음이 내려앉은 듯한 숲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것은 다름아닌 언데드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고블린 동굴이 위치한곳에 있는 저급한 언데드와는 다른 이들이었다. 동굴이 있는 산에 자리잡은 언데드들은 전부 좀비들이라면 이곳에 있는 것은 상위종의 언데드들이었다.

이 땅은 과거 모종의 사건으로 무수한 죽음이 쌓여있었다. 많은 왕국과 제국에서 온 기사와 마법사들 그리고 병사들이 이곳에 자리잡았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 진격했었다. 결국 그들은 원하는것을 성취했지만 동시에 그들 중 누구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그렇게 이곳에서 죽은 인간들의 수만 해도 수십만에 그동안 많은 몬스터들이 죽어 이곳에서만 백만을 가뿐히 넘어서는 수의 생명이 그 빛을 잃었다. 그리고 그 무수한 죽음은 오랜 시간의 축적으로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그리고 숲이 본래 가지고 있던 생기를 지독한 사기로 변질시켰다.

변질된 사기의 안에서 죽은자들은 다시 눈을 떴고, 그것은 과거 사라졌던 강력한 인간들의 병력이 몬스터로서 되살아난 것이었다. 과거 병사였던 이들은 스켈레톤 나이트로 목이 잘려 죽은 기사는 듀라한으로 신체가 사라진 이들이라면 레이스로 시체가 온전한 이는 데스나이트로서 깨어났다. 특히나 그들 중 과거 전설급의 직업을 가지고 있던 한 기사는 직업의 영향으로 데스나이트 중에서도 아종으로 질병기사로서 꺠어났다.

질병기사는 제법 먼 거리지만 강대한 사기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했다. 그 사기는 그 보다 강렬한 사기로, 그는 저도 모르게 사기를 따라서 이동을 시작했다. 질병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가 통솔하는 언데드들도 그런 질병기사를 쫓아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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