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광산
고블린들은 자신들이 찾아가는 곳에 제대로 된 흔적이 남아있을거란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광산을 샅샅이 수색하면서 지금 찾아가는 곳도 이미 한번 이상 수색을 진행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있었지만 다시 아무것도 없는 광경을 눈앞에 두게 된다면 아무래도 심란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이 근처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루프스는 눈앞의 허허벌판을 바라보면서 숫개에 유용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에게 능력을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핏-
한 고블린이 능력을 사용했는지 눈동자가 투명해졌다. 투명해진 눈을 가지고 그는 잡초가 자라있을뿐 아무것도 없는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족장, 여기 뭔가가 다르다! 겉보기엔 그저 잡초가 자란 흙바닥이지만 바닥의 밑이 텅 비어있다!"
바닥을 살펴본 고블린의 이야기에 다른 고블린이 앞으로 나선다. 나선 고블린은 지목되는 부근을 손으로 짚어서 방금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를 확인했다.
"확실히 이 밑이 텅 비어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잠시 바닥에 손을 대고 있던 고블린이 외치는 소리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고블린들이 들었다.
"모두 이 땅을 파버려라!"
두 고블린의 이야기에 루프스는 땅을 파헤치도록 지시했다. 두 고블린은 다름아닌 투시 능력과 초음파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이었다.
투시 능력은 그저 겉에 걸치고 있는 물건을 한꺼풀을 통과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최근에는 진화를 거치면서 내장기관까지 볼수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고블린은 손바닥을 기점으로 지형을 감지하고 일부 움직 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움직일수 있는 범위는 넓지 않고, 움직인 부위의 땅이 저절로 압착되기 때문인지 보다 단단해지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지켜보기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갖가지의 능력들이 목표한 땅을 향해서 쏘아졌다. 일시적인 부하를 주는 중력은 그 위로 떨어지는 흙으로 뭉쳐진 바위의 무게까지 더해서 바닥과 충돌시켰다. 땅을 향해서 날아오는 얼음을 비롯한 질량을 가진 공격의 위력을 높여주었다. 그 외에도 불과 뇌전으로 이루어진 공격들과 같은 다양한 공격들이 날아갔다.
쿠구구구구궁-
고블린들의 공격에 위장된 흙바닥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고블린들은 조심스레 무너져내린 곳을 내려다보았다. 무너져내린 것은 일부분이었기에 그 내부를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부를 살펴보기에는 충분한 크기의 공혈이었다.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어둠사이로 은은히 단단하고 날카로운것이 벽을 쳐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캉- 캉-
그리고 그들이 바라본 곳에는 희미한 불빛이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비교적 작은 불빛은 조금씩이지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내부를 살피기 위해서 손에 들고 있는 횃불로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큰 불빛은 전체적으로 내부를 밝히기 위한 장작불들로 보였다.
희미한 불빛 사이를 훑어 본 정찰병 고블린이 루프스에게 고지했다.
"족장! 저곳에 있는 것은 확실히 코볼트들이다! 제대로 찾아온것 같다!"
고블린의 이야기를 들은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느새 코볼트들도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눈치챈것인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프스는 상대가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한 사이에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 고블린들에게 준비해온것을 코볼트들 사이로 떨어트리도록 지시했다.
후웅
바닥으로 강하게 던질 것 없이 그저 손에서 놓기만 하자 고블린들이 가지고 온 주머니는 바닥으로 자유낙하했다. 낙하의 끝에 바닥이나 횃불 위, 그리고 코볼트의 머리 위로 떨어진 그것들은 충격을 받으면서 가루가 퍼져나갔다.
푸화악-
퍼져나간 가루는 코볼트들의 호흡기로 빨려들어갔고 주머니와 가까이 있던 코볼트들 부터 하나 둘 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이 떨어트린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은 다름아닌 독이었다. 특히나 고블린들의 부족 주변에서 쉽게 접할수 있었던 그래서 더 손쉽게 연구에 이용할수 있었던 마비초에 다양한 것을 섞어서 그 효과를 강화시킨 독을 바짝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내 주머니에 담아놓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빽빽히 가루를 집어넣으면서 주머니는 다름 아닌 엘프들에게서 얻은 방직 기술로 만들어낸 비교적 잘 찢어지는 천 주머니로 만들어져 있다. 단순히 던질 때는 잘 안터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지금처럼 고저차가 상당한 경우 주머니는 무리없이 대부분 터져 코볼트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마비초를 기반으로 만든 독이기 때문인지 최초 나타나는 증상은 마비였다. 그 때문에 중독이 되기 시작한 코볼트들부터 하나씩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내장기관과 호흡기관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코볼트들은 피거품을 물게 되었다. 그렇게 약해진 사이에 마비독은 빠른속도로 온몸에 퍼지게 되고 결국 심장이 정지하면서 죽게 되었다.
다만 코볼트나 고블린들의 경우 두번 이상의 축복을 받은 이들은 독 저항력이 상당한 것인지 지금 쓰러진 코볼트들과는 달리 몸이 둔해지고 통증이 유발되었지만 충분히 움직일수 있는 이들이 몇 있었고, 그들은 독에 중독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독가루가 날리는 범위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그 외의 코볼트들도 휘날리는 가루를 흡입한 동족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 가루가 휘날리는 공간에서 벗어났다. 고블린들은 가루를 피해서 달아나는 코볼트들을 확인하면서 나무와 식물을 이용해 가공한 가면을 썼다. 가면은 엘프들과 함께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자신들이 사용한 독에 중독되지 않고자 하는 방도 중 하나로서 개발된 물건이다.
가면을 쓴 고블린들은 곧 구멍 안으로 진입했다. 비록 제법 높아 상당히 위험해 보였지만 고블린들은 능력을 이용해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일차로 중력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고블린들이 중력을 줄여 고블린들의 무게를 줄이고, 바람의 능력을 가진 고블린들이 밑에서 부터 밀어올려주는 바람으로 고블린들의 낙하속도를 줄여줬다. 마지막으로 프리트가 바닥을 쿠션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충격을 줄여주었다.
무사히 착지한 고블린들은 이내 주변에서 당황하고 있는 코볼트들을 공격해들어갔다. 이곳에 있는 코볼트들은 왕의 직속 부하들로 이루어져 있어 생포하기 보다는 죽이는것으로 방향을 잡은 고블린들은 거칠것이 없었다.
서걱-
독가루의 범위로부터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움직이면서 저절로 흡입한 독과 피부로 접촉된 독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당장 죽어가는 코볼트들 만큼은 아니지만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마비돼가는 몸은 고블린들에게 반격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커헝!"
"캥"
고블린들이 눈에 띄는곳에 위치한 모든 코볼트들을 죽이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은 그저 목을 내놓고있는 허수아비와도 같아 고블린들이 무기를 한번 휘두르면 하나의 목숨이 사라져버렸다.
코볼볼트들을 모두 죽인 고블린들은 그제야 내부를 둘러볼수 있었다. 그들이 서있는 장소는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고 건물들이 지어져있는것이 이곳이 광산의 거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건물들만 있을 뿐 광산으로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멀리 벽에 뚫려있는 구멍들을 확인하고야 이곳이 맞다고 확신 할 수 있었다.
고블린들은 혹시나 잔존한 코볼트들이 있을까 곳곳에 뚫려있는 공혈을 향해서 진입했고, 그들의 예상대로 한창 채광중인 코볼트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무장을 갖춘 코볼트 병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바깥에서 휴식중에 당한 것인지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고블린들은 코볼트 병사들은 모조리 죽이고 코볼트 광부들은 모두 생포했다. 뒤에는 광산의 이변을 느꼈는지 광부로 위장한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어렵지않게 찾아내 죽일 수 있었다. 진짜 광부들은 모두 폭력에 노동력을 착취당했는지 온몸이 성한곳이 별로 없을정도라 멀쩡한 병사들과 구분하기가 쉬웠던 덕분이었다.
그렇게 광산을 하나 점령하는 것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고, 그들이 점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쪽으로 갔던 무리에게서도 광산을 무사히 점령했다는 전령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