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정리
"그렇게 나는 도적들의 손에 노예가 되어 버렸지"
맥은 그때를 떠올리면서 괴로운 눈빛으로 자신이 노예가 된 경위를 루프스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군, 그럼 여기까지 어떻게 흘러들어온거지? 짐작대로라면 아마 그 도적들이 여기 코볼트들과 서로 교류하던 놈들인것 까지는 짐작이 가는데..."
"처음 한동안은 그들에게 부려질 뿐이었지. 녀석들이 만들라고 하는것들을 만들어야만했고, 다른 노예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라면 그래야했지. 나로선 절대 그러고 싶지가 않았지만 녀석들은 나와 같은 마을의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을 해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밖에 없었지"
맥은 덤덤한듯한 태도로 루프스에게 그 이후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놈들에게 쓸모가 다 하게 되었지. 내 기술은 이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대장장이 노예들이 전부 흡수하게 되었고, 그들의 혹사로 내 노구도 더 움직이기가 잠시 힘들어지던 때가 있었지. 그러자 놈들은 내가 쓸모 없다고 생각되서 그런지,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더군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또다시 노예가 되어야만 했지"
"음..."
맥은 늙은 대장장이이다. 그는 일평생 대장일만을 해오면서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얻어왔다. 당연히 도적들이 데리고 있는 젊은 대장장이 노예들이 그의 모든것을 가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의 그는 아들과 손자가 무사히 도망쳤는지에 대한 걱정과 마을사람들을 인질로 잡혀 강제로 일을 하다보니 도적들은 그를 별볼일 없는 대장장이로 젊은 대장장이들이 그보다 뛰어나다 보았기 때문에 그는 결국 이곳으로 팔려온 것이다.
"팔려온 나는 이곳에서 다른 대장장이들에게 상황에 대해서 여러모로 들을 수 있었지. 당시의 코볼트들은 우리같은 인간들을 정말 험하게 부려먹었지. 유일하게 원래 직업을 그대로 이어간것이 대장장이들 뿐이었어"
당시 코볼트들은 도적들이 영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별 기술도 노하우도 없는 대장장이들을 이곳으로 팔듯이 보내왔다. 덕분에 코볼트들은 조잡한 형태라지만 철제 무기를 다룰 수 있을 수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강력했던 세력이 더더욱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조잡한 무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의 무기는 리저드맨의 녹색빛 무기에 힘없이 부러졌으며 트롤의 가죽을 뚫을 수 없었고, 오우거에게는 일말의 충격조차 제대로 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나타났던것이 다름아닌 맥이었다.
"강력한 몬스터들에게는 별다른 피해도 주지 못하는 무기라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유용성을 이들은 알아보았었지"
그 때문에 코볼트들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항상 도적들이 팔아버리려는 대장장이들을 모두 사들였었다.
"사실 도적들도 대장장이들을 파는건 그다지 내키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대장장이는 인간들 사이에서 나름 고급 직종이다. 모든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농기구나 생필품들 그리고 병사들의 무기까지 어디든 대장장이가 없어서는 제대로 구하기가 힘든 물건들이었다. 인간들 사이에서 교역이 활발하다는 것도 대도시 사이의 일, 낙후되고 외진 시골에서는 물건 하나 구하기 힘든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애초 마을을 건설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 또한 대장장이다. 마을을 건설하면서 이용되는 도구며 건축 자제 등 대장장이의 손이 닿는곳이 잔뜩있기 때문이다.
도적들은 특히나 악명높은 이들로 자신들의 본거지 주변의 마을에서는 조공을 받으면서 물자가 부족하다 싶으면 말을 타고 멀리 원정을 나가 마을들을 습격한다. 그러다보면 마을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다수 도적들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수를 늘려봤자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대장장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모되는 자원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철을 두드리기 위해서 몸을 키우고 유지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소모되는 식량들은 수가 늘면 늘수록 도적들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며, 그들이 소모하는 철광석을 비롯한 자원 또한 도적들이 제공하는 것보다 가공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별 의미없이 놀기만 하는 대장장이가 늘어나게 된다.
그 때문에 도적들은 실력이 없는 대장장이들부터 수를 줄일 방도를 찾아왔고, 그 결론으로 코볼트들에게 그들을 팔아넘기게 된 것이다.
"내가 이곳에 도착하고 여러모로 바뀐것들이 있지"
맥이 도착했을 때 이미 코볼트들은 대장장이의 유용성을 알아보고 있었다. 다만 맥처럼 늙은 대장장이가 제 몫을 할 수 있을까 우려를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대우는 처음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대장장이는 대장장이. 코볼트들은 그를 다른 대장장이들과 함께 공방에서 지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다.
여전히 실의에 잠겨 아들과 손자만을 생각하던 늙은 노인은 시끄럽게 울리는 망치 두들기는 소리에 점차 꿈에서 깨어나듯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도적들의 아지트와는 달랐다. 대장장이에게 간섭하는 거슬리는 놈들이 이곳에는 없었다. 오로지 망치만을 두들기는 대장장이들만의 공방이었다.
그를 명확한 정신으로 돌아오도록 만든것은 불협화음과 같은 망치질 소리였다. 엉망인 망치질 소리는 그의 귀를 거슬리게 했고, 그것이 그의 정신을 바깥으로 끄집어낸 계기였다.
맥은 거슬리는 소리를 기분좋은 소리로 바꾸기 위해서 대장장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경험도 적었으며 실력도 부족했던 대장장이들에게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가 나타난 것이다.
마구잡이의 소음과도 같았던 망치소리는 점점 변해갔다. 맑고 청명한 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정도까지는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올라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되자 코볼트들도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대장간에서 나오는 무구들의 질이 확연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종국에는 옛날에 생산된 검을 최근에 생산된 검으로 내리치자 맥아리 없이 부러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에게 인정받아 대장장이들을 통솔하는 입장까지 올라갔다. 웃기는 일이지, 같은 인간들도 아닌 몬스터인 코볼트들에게 인정을 받다니 말이야"
맥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루프스에게 말했다.
"그러니 우리가 원하는것은 그다지 없다네, 다만 어쨌든 노예였던 우리들의 주인을 상대로 이긴 그대들이 우리도 그들처럼 죽이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네. 그 외에 바라는게 있다면..."
맥은 뜸을 들이면서 말하기를 주저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자유를 주게, 자유라고는 해도 그대들이 우리를 머물게 하는 곳에서 그다지 벗어나고자 하는게 아니네. 우리는 항상 지하의 대장간에서만 생활해야 했지, 가끔 밖으로 나갈수야 있었지만 그거야 놈들의 필요로 끌려나갔던 것이니 말이지.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을 원한다네"
맥의 희망사항을 들은 루프스는 흔쾌히 들어주겠다 했다.
"그럼, 우리는 그대들을 위해서 망치를 들것이네"
흔쾌한 루프스의 대답에 맥 또한 만족하면서 그에게 다짐했다.
"참, 혹시 코볼트들이 광석들을 어디서 얻는지 알고 있는가? 광석을 이용해서 거래를 할 정도면 상당한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광산을 가지고 있는것 같은데"
그런 루프스의 이야기에 잠시 생각에 잠긴 맥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그에 대해서 루프스에게 이야기했다.
"북쪽과 동쪽에 각각 광산이 있다는것 같더군 주로 철광석과 구리광석들이 출토되는 곳이라더군"
"그곳의 경비는?"
"경비가 아무리 삼엄해봤자 여기만 하곘는가? 그리고 여기는 그대들이 점령했으니 그대들이 가진 전력으로도 충분할걸세"
맥의 이야기대로라면 양쪽을 동시에 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문제는 없을것 같았다. 루프스는 대장장이들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지만 고블린들을 보내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추석이라 바빠져서 평소보다 일찍 올립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