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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89화 (89/374)

89화

정리

코볼트들은 고블린들과 적대했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대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들은 고블린들을 적대했었으며 그 과정에서 희생된 고블린들의 수는 상당했다. 물론 마찬가지로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수의 코볼트들이 죽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시작한 전쟁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살리려면 다양한 대가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력이 남은 코볼트들이 다시 들고 일어나 다시 전쟁을 시도 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고블린들도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게 없다 여기면 이 뒤로는 루프스의 말을 듣지 않게 되기 떄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경우가 다르다. 그들은 고블린들을 적대하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고블린들을 더욱 풍족하고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떄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프스는 그들이 희망사항을 가낭하다면 들어주고자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거라... 우리는 그저 살아남길 원하고 있다네, 지금이야 노예로 전락해서 이런곳에 팔려온 몸이 원하는게 무어 있겠는가? 예전의 영광이 어떻든 지금은 일개 노예일 뿐이고 벌써 이렇게 되버린지 십년도 넘게 지나버렸다네."

노인 맥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확실히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보였다. 가장 젊어보이는 이도 삼십대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이들 모두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 보았던 여성들도 오랜시간 포박되어있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잡혀오고 나서 태어난것인지 아이들도 열살이 넘어보이는 아이들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애초에 인간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거지? 여기는 그다지 인간들이 출입하는 장소가 아닐텐데?"

십년이 넘게 노예로서 잡혀있었다는 이야기에 루프스는 맥에게 의문성을 나타냈다. 그렇지않아도 이곳에는 인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물론 그들이 특수한 경로로 코볼트들에게 노예로 팔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출입이 거의 없는 인간이 이곳에 와서 노예로서 잡혀있다는 이야기가 그에게는 이상하게 들렸다.

"모두... 도적들의 습격 때문이었지..."

그의 말을 듣자 맥은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그것은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이자 그의 마을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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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맥은 자신의 대장간에서 철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주는 아들과 손자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변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마을에서 사용 할 농기구를 만들던 그는 갑작스레 바깥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 그가 지내는 마을에서 망치소리를 뚫고 소란스러움을 전달할 정도로 시끄러울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 무슨일이지?"

이상함과 함께 불길함을 느낀 맥은 슬쩍 바깥의 상황을 살펴보기로했다. 문으로 다가선 그는 살짝 문을 열고는 바깥을 살펴보았다.

"흐하하하하! 마음에 안드는 놈들을 죽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강간해라! 값진 물건들도 모두 약탈해라! 오늘 이 마을을 우리 마음대로 주물러보자!"

마을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도적으로 보이는 놈들이 마을사람들을 해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빨리 문을 닫고 숨은 맥은 먼저 자신의 손자와 아들을 피신시키고자 했다. 이미 평균 수명을 훌쩍 넘긴 그 보다는 그의 아들과 손자가 더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너희들 자재창고로 가라, 광석을 모아놓은 곳 뒤편에 혹시 몰라 만들어둔 비밀통로가 있으니 그곳으로 탈출해라"

"하... 하지만 아버지!"

손자를 숨게하는 것은 아들도 자신의 아들이 더 살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기왕이면 자신의 아버지 맥도 함께 숨기를 바라고 있었다.

"너도 어서! 네 아들을 애비없이 자라게 할 생각이냐!"

맥은 우물쭈물하는 아들을 보면서 호통을 쳤다. 위험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말을 듣지 않고있는 아들의 모습에 다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라도 이곳에 있어야 한다. 만일 여기에 아무도 없다면 놈들은 우리가 도망쳤거나 숨었을거라고 의심할거다. 하지만 내가 남아있는다면 나 이외의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다. 너희라도 살아남아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맥의 모습에 아들은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그는 서둘러 아들을 데리고 창고로 향했다.

창고로 들어서는 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가 아들을 낳고 얼마지나지 않아 죽어 남은 가족이라고는 이제 아버지와 아들 뿐이었는데 그 중 한명이 자신들을 위해서 사지로 걸어들어가고 있으니 그의 표정이 풀릴 수 가 없었다.

둘이 몸을 숨기고 있을 때 대장간의 문이 강제로 활짝 열렸다.

"오? 뭐야, 여긴 대장간이잖아?"

"뭐 좋은거라도 있나?"

도적들은 발로 차서 문을 열더니 뭐 훔쳐갈것이 없는지 대장간을 샅샅이 뒤져보고 있었다.

"이놈들! 내 대장간에서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냐!"

대장간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도적들을 향해서 맥은 망치를 들고는 기습했다.

콰직-

휘둘러지는 망치의 무게와 담겨있는 힘에 가까이에 위치해있던 한 도적의 머리가 으깨졌다. 맥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다 늙은 대장장이라고 무시하던 그들은 생각보다도 강력한 일격을 내지르는 그의 모습에 깜짝놀라면서 전투태세로 들어섰다.

하지만 매일같이 대장일만 하던 대장장이일 뿐인 맥은 힘은 좋았지만 제대로 된 전투기술을 가지지 못했다.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도적들에게 제압되고 말았다.

"큭"

사지멀쩡하게 제압된 맥은 도적들의 장난감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퉤! 젠장, 별로 세지도 않은게 까불고 앉아있어"

"어이, 노친네 댁이 여기 주인인가? 그렇다면 대장장이겠지?"

"야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데 있겠냐? 이런 지저분하고 더럽고 더운곳에서 그렇게 악바리같이 덤벼들진 않았겠지"

도적들은 저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바닥에 쓰러져 포박돼있는 맥을 걷어 차면서 이야기했다. 그는 걷어차이면서도 이곳에 더 이상 사람이 없을거라고 판단하는 이들의 모습에 안도하고 있었다.

'아들아 손자녀석을 데리고 꼭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나는 상관하지 말고, 꼭 살아남길 바란다'

맥이 아들과 손자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그때 도적들은 여전히 희희낙락한 모습이었다.

"대장장이라면 여기서 죽이는것도 아깝지. 게다가 늙은이잖아? 적당히 기술도 가지고 있을테니 노예놈들에게 기술이나 가르치게 하던지 팔아먹든지 하면 좋은 수입원이 되겠지"

이 자리에 있는 도적들을 통솔하는 역할로 보이는 도적이 맥을 보면서 다른 도적들을 향해서 말했다.

"조장, 얼른 여기서 뜨자고요, 여기 너무 더운데요? 대장간이라 그런가"

"그래, 어이! 막내 이 영감탱이좀 끌고 와라"

그렇게 말하고는 도적들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도적의 손에 끌려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온 맥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더 이상 아늑하고 평온한 마을의 모습이 아닌 곳곳의 집이 불타고 있고 길거리에서는 아낙들이 도적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고, 살아남은 장정들은 전부 몸이 성하지도 않으면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포박당해 있었다.그리고 아이들과 노인들은 필요없다 판단했는지 죄 죽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찌, 이런!'

마찬가지로 온몸이 포박당해 조금도 움직일수 없는 그는 그 끔찍한 모습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망연히 변해버린 마을의 풍경을 바라본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적들이 실신한 여자들과 아직 살아남아있는 장정들을 이끌고 자신들의 아지트로 돌아갔다. 맥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도적의 우악스런 손길에 끌어당겨져서 강제로 도적들의 아지트를 향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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