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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88화 (88/374)

88화

정리

"세뇌?"

"네...네, 그렇습니다, 컹"

코볼트 크링크는 불안한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루프스에게 대답했다. 그의 상태는 일견 보기에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루프스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

"세뇌라... 정확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지?"

"세...세뇌라고는 해도, 그... 그다지 유용한게 아닙니다"

"?"

세뇌가 유용하지 않다는 이야기에 루프스는 의아함을 내비췄다. 세뇌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전의 족장이라는 것은 그래도 제법 강자였음이 분명했다. 그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의 왕은 이전 족장의 유산으로 그를 따르던 상급 코볼트들이 그를 지지하면서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판단됐다. 그런데 그런 능력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것이다.

"그게 왜 유용하지 않다는거지?"

"전대 족장이 가졌던 능력은 세뇌지만, 축복을 세번이나 받고도 그저 원래 가지고 있던 사상, 감정과 같은것을 한가지만 선택해서 강화시키기만 하는 능력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으음?"

'그걸... 세뇌라고 할 수 있나?'

"그러니까 부하들의 자신을 향한 충성심을 강화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컹"

죽 코볼트의 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부하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충성심만을 계속 강화해온 것이다. 한번 충성심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 별것 아니라고 한다. 그저 한번 신경쓸거 두번 신경쓰게 하는 정도 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매일매일 지나면서 강화가 점점 누적된다면 그들이 가진 충성심은 비정상적인 마치 말 한마디로 정말로 목숨을 끊을정도의 충성심을 가지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식한테 물려줬다는건 전대 족장은 어떻게 죽은거지? 우리한테도 수명이란 개념이 있었나?"

"컹, 일종의 병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뭘 잘못 먹었었는지 온몸에 반점이 하나 둘 씩 생겨나다가 몸 전체를 뒤덮자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직감하셨을 때 충성심의 방향을 왕에게 맞췄었구요"

"흐음... 그래서 그놈이 왕이랍시고 설칠 수 있었던 거군"

루프스는 코볼트 왕이 인간과 이야기하던 순간과 자신에게 잡히기 직전의 순간 거들먹거리던 놈을 떠올렸다. 호의호식하고 그의 부하들 덕분에 권력을 얻었을 뿐이기 때문인지 루프스로서는 상당히 거부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루프스는 어째서 그런 놈이 코볼트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이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능력으로 아버지의 권력을 세습했을 뿐인 그저 그런 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녀석이 왕이 된지는 얼마나 지난거지?"

"대략 삼십년쯤 되었습니다"

"...그런놈이 왜 우리는 그렇게 악착같이 공격한거지?"

아직 삼십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면 그놈이 굳이 고블린들을 적대한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고블린들이 세상에서 사라진지 그것보다 더 오랜시간이 지났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 컹... 그... 그건"

루프스가 묻자 크링크는 움찔 놀라면서 대답하기 곤란하다는듯 말을 더듬으면서 회피하려고 했다.

"그건?"

하지만 루프스가 계속해서 말하라는 듯이 압박을 주자 어쩔수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그게, 별거 아닌 것들로 보이니... 한번 건들여 보자고..."

쾅!

크링크의 말을 듣다가 루프스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바닥을 쳐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놈이 단지 세력의 힘에 심취해서 자신들이 거기에 말려들었다는 이야기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져버린 고블린 부족들도 생각하면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너무... 쉽게 죽여준게 아닌가싶군. 키르륵"

루프스가 화를 내자 크링크는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그의 기분 한번에 자신의 목숨이 사라질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르르

"후우..."

루프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화를 다스리더니 다시 크링크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유는 그게 다인가?"

"컹! 와...왕은 인간들과의 제대로된 교류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적집단과 교류를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된 인간들의 국가나 영지와 교류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도적들에게 정보를 얻고는 주변에 만만한 고블린 부족이 자리잡자 곧바로 공격한것도 있습니다"

"..."

이미 약간은 짐작하고 있던 이야기였다. 그나마 그저 한번 건들여보고 싶었다는 이유보다는 제대로된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들이 너희들과 교류를 했을까?"

"도... 도적단들이 저희와 교류를 하니,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럴리가, 아마 정보랑 고블린 사냥의 증거만 너희들에게서 탈취하고 자기들의 공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내가 본 인간들이라면 그랬을것 같은데"

그는 엘프들을 습격했던 인간들과 크링크 부족 근방에서 발견했던 인간 무리들을 생각하고는 그렇게 답했다.

"컹, 그... 그런"

크링크는 루프스의 심드렁한 대답에 충격을 받은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당황해했다. 하지만 루프스는 크링크가 당황하던 말던 관심없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었다.

"흠... 뭐, 너희가 어떤 이유로 우리를 공격했던 간에 결국 우리가 이겼군. 그럼 너희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그들을 살려서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미리 알려줘 봤자 이후 힘을 길러서 다시 고블린들을 공격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저로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사... 살려주시는게?"

"내가 어째서 너희를 그냥 살려줘야 하는거지? 바로 좀전까지 서로 죽이려고 혈안이던 관계였는데?"

그는 그야말로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듯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크링크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에 크링크는 허겁지겁 어떻게해야 자신이 살아남을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 그럼 어... 어떻게 해야"

"그건 너희들이 생각해야겠지. 흠... 그렇군 어차피 너희를 거둬야 한다면 너희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이곳에 고블린들의 상주를 허락하겠는가?"

"과... 관리 말입니까?"

크링크는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이 생기가 돋아나는 듯한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살려주신다는?"

"방금 말했듯이 그냥은 안돼지"

즉답하는 그의 말에 크링크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지만 루프스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이득을 쥐어줘야 너희를 살릴 이유가 생기겠지"

이어지는 루프스의 말을 시작으로 코볼트들을 살리는 대가를 정하기 위해서 둘의 대화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

코볼트와의 대화가 끝나고 루프스는 다음으로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곳에 남아있는 인간 노예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따로 그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많은 인간들이 별달리 긴장하지도 않은 듯한 태도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다가간 루프스는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우리에 대해서 별다른 불안감이 내비춰지지가 않는구나"

인간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건장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한 노년의 남성이 그에게 대답했다.

"어차피 우리는 부려먹히거나 죽거나 둘 중의 하나일테니 굳이 불안해 할 이유가 있는가?"

남자는 초탈한듯한 태도로 그에게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겠군. 내 목적도 너희를 이용하고자 하는 거니까 말이야. 흠... 네 이름이 뭐지?"

"맥이라고 하네"

루프스는 남자 맥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희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우리는 너희를 이용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너희에게 신세를 지는것이니 그에 대한 대가 정도는 어느정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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