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결전
목책이 무너지자 고블린들이 부족의 안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활을 장비한 고블린들은 목책의 바로 앞에 서서는 활을 날리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의 화살이 목책의 뒤에서 대기하다가 급작스러운 고블린들의 공격에 발이 묶인 코볼트들을 덮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볼트들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목책이 무너지면서 석궁을 들고 있던 코볼트들이 무너진 잔해에 깔리거나 낙사했고, 동시에 많은 석궁이 파손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멀쩡히 사용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었으며 구사일생으로 큰 상처없이 살아남은 코볼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목책의 뒤편에도 석궁을 들고 있는 코볼트들이 다수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코볼트들이 쏘는 석궁으로부터 연달아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발사된 화살은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노리고 날아갔다.
퍽- 퍼벅-
"캬악!'
"...!"
선두에서 달려들던 고블린들은 뒤로 물러서는 코볼트들을 확인하고 그들을 쫓아 앞으로 달려나갔다가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에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변해서는 쓰러져버렸다. 고블린들이 쓰러져 돌격이 지체되는 잠시간 사이에 코볼트들은 진열을 재정비하고는 그들이 고블린들을 향해서 오히려 돌진해왔다.
두 종족의 싸움은 점점 격렬하게 타올랐다. 서로 활과 석궁을 이용해서 화살을 쏘아냈다. 그리고 이제 화살의 존재를 인식한 둘은 각자 능력을 사용해서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오는것을 막아내면서 공격해들어갔다. 처음에 희생되는것은 별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최하급의 고블린과 코볼트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별달리 화살을 막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의 동료들에 의지해서 싸웠지만 결국 가장 먼저 죽어나는것은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없는 그들이었다.
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하급의 병력들이 점점 죽어나갔다. 특히나 코볼트들의 경우 대부분의 하급과 중급이 전선에서의 전투로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에 특히나 수의 줄어듬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게다가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이 쏘는 화살이 주로 노리는 것은 상대방의 활과 석궁을 든 병력들이었다. 그리고 이전 코볼트들의 석궁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고블린들은 궁수들은 항상 방어형 능력을 가진 고블린들과 짝을 이뤄 다니도록 하였다. 덕분에 고블린들이 지닌 궁수들에게 큰 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코볼트들은 급조한 병력들로 이루어져있었다. 특히나 능력을 가지지 못한 코볼트들이 근접전에 나서는 것은 방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석궁으로 원거리에서 지원하도록 지시해뒀었다. 그리고 지금 석궁을 잡은 코볼트들은 고블린들의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대다수의 석궁병들이 목책이 무너지면서 죽어나간 데다가 느린 장전속도로 생각보다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볼트들이 죽어나가자 고블린들이 더욱 기세를 살려서 공격해들어왔다.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병력들이 싸우고 있는 틈에 상급 고블린들과 루프스는 부족의 더욱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들은 일단 코볼트들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코볼트 왕을 노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위기의 상황에 직접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몸을 드러내서 다른 코볼트들의 사기를 높이려 하지 않을까 하고 찾아봤었다.
하지만 코볼트 왕은 그 어디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코볼트 왕 뿐만이 아니라 루프스가 확인했던 궁을 지키고 있던 병력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궁을 지키는 호위병력들은 대장장이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는지 지금까지 싸워온 코볼트들보다 월등한 무구를 가지고 있어 이곳에 있었다면 다른 코볼트들과 다른 모습에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코볼트 왕은 단순히 부족 안에서 생활을 하던 코볼트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고는 싸움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왕의 모습과 그를 지키는 직속 병력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 루프스는 직접 부족의 안으로 상급 고블린들과 함께 침투한 것이다. 다만 코볼트들과 싸우고 있는 고블린들을 지휘하기 위해서 프리트를 전장에 두고 다른 일곱의 고블린들을 이끌고 들어왔다.
고블린들에게 먼저 궁쪽으로 향하도록 명령을 내려두고는 루프스는 상업구역에 들어가서 인간들이 갇혀있던 장소로 다시 찾아갔다. 만일 그들이 사라졌다면 코볼트들과의 전투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없게 되니 반드시 확보하고자 한것이다.
건물을 찾아나선 루프스지만 그 주변의 건물에서 자신을 힐긋힐긋 확인하는 코볼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시선을 향하는 코볼트들은 대부분 최하급 코볼트들로 추정이 된다. 지금 전장에서 고블린들과 싸우는 코볼트 중에서도 최하급 코볼트들은 많이 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락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투에 참가한 이들과 숨어있는 이들이 갈리는 것은 아마 이들이 전투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하급의 몬스터들이라도 직접 전투를 겪은 바 있는 이들은 모두 거친 성향을 드러낸다. 몬스터들의 본능 자체에 야성이 아직 박혀있기 때문에 실전을 경험한 이들은 그 야성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오랜 경험이나 수없이 많은 경험으로 제어하는 경우는 있지만 최하급의 단계에서 제어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실전을 겪은 몬스터들의 이야기다. 코볼트나 루프스의 고블린들처럼 농경을 시작한 몬스터들은 농사나 그 외 도구 제작 등 생산활동에 집중한 이들은 그런 야성을 드러내는 기회가 없었고, 오랜 시간 전투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일말의 야성도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루프스를 보는 시선들에는 그런 거친 느낌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시선들이었다.
'역시, 지금 우리와 싸우는 것들은 코볼트 왕의 부하 코볼트들이 아닌 부족 안에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을 모은것이 분명하군'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렇게 자신이 지나가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지 않고 직접 습격하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들 눈치보기만 바쁘다는것은 이곳에 싸울 수 있는 힘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없다는 뜻'
그렇게 부족의 안을 살펴보던 루프스는 목적으로 하던 건물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건물에 도착한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이전에는 이곳을 지키는 경비와 같은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적막한 건물 안을 어슬렁 돌아다니던 루프스는 숨겨진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길지 않은 통로를 내려가니 이전에 보았듯이 넓직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위에서 상주하던 코볼트들이 모두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곳은 그 나름대로 코볼트들에게 중요한 곳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는가 했더니 모두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곳에 있는 코볼트들은 모두 죽어있는 상태였다. 아마 그들은 지하에 내려오면서 식량창고에 있는 식량들을 먹은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이곳에 방문했을 때 루프스는 그저 조용히 물러가는 것이 아쉬워 이들이 모아놓은 식량에 가지고 있던 독주머니 안에 있던 독을 풀어놓았었다. 사용한 독은 밀폐용기에서 벗어나면 기화되서 주변에 있는 물체로 스며들어가는 형태의 독이었다.
해독제가 있다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는 독이지만 해독제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천천히 신체활동이 멈춰가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끔찍한 독이었다.
실제로 이 자리에 쓰러져있는 코볼트들의 표정은 대부분 공포에 질려있는 모습이었다. 폐가 먼저 기능을 정지했는지 숨을 꺽꺽 쉬는듯한 자세로 죽은 코볼트하며 뇌가 먼저 정지한 듯 멍청한 표정의 코볼트등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죽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