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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84화 (84/374)

84화

결전

고블린들은 전장의 정리를 끝마치자 루프스의 지휘아래 집합하더니 진군을 시작했다. 코볼트들의 영역에 침투한 고블린들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갔다.

직전의 전투로 고블린들의 수가 대폭 줄고 피로도 쌓여있었지만 코볼트들은 어찌 대처하지도 못하고 간단하게 쓸려나가기 일쑤였다.

전투가 가능한 대부분의 코볼트들이 고블린들과의 싸움에서 대부분 죽거나 중상을 입었고, 중상에 거동이 불편한이들은 전장을 정리하던 고블린들의 손에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소수의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도주하는데 성공한 코볼트들은 영역 전체로 퍼져서 도망쳤기 때문에 어쩌다 고블린들과 마주친다 하더라도 다수로 소수를 압살하면서 각개격파 당할 뿐이었다.

고블린들은 모든 거점을 공격하지 않았다. 루프스가 알아낸 코볼트 부족의 위치를 토대로 최단거리로 다가갈 뿐이었다. 방위를 위해서 코볼트들이 습격을 가하거나 암습으로 고블린들의 수를 줄이려는 행동을 보였지만 어둠과 기습에 능한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에게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려 코볼트 부족의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코볼트 부족에 도착한 고블린들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전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에 루프스 또한 그들 처럼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도 병력이 저 만큼이나 있었나?"

"키익, 족장 그래도 저것들은 별거 아닐 겁니다. 우리랑 싸웠던 저 놈들의 주력은 저들보다 훨씬 큰 압박감을 만들어 냈지요. 하지만 저놈들은 우위에 있는 상황임에도 지금 보이는 모습조차 겁에 질려있는 모습이보이니, 저들이 오합지졸이라 스스로 광고하는 꼴이지요"

목책의 위를 빼곡히 매우듯이 늘어선 코볼트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루프스를 향해서 옆에서 대기하던 프리트가 그를 달래듯이 말했다.

루프스는 혀를 차면서도 그런 코볼트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전히 고블린을 얕보는 듯이 기고만장한 표정을 짓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긴장한 상태로 유심히 그들을 바라보는 코볼트 그리고 겁에 질렸는지 온몸을 벌벌 떨면서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코볼트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코볼트 부족의 앞에 도달한 것은 해가 지려고 하는 저녁의 시간대였다. 고블린들은 코볼트 부족의 사방에 그들이 도망치는지 감시할 인원을 두고는 야영에 들어갔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한밤중에도 부족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이곳까지 행군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고블린들을 이끌고 공격을 감행하는 무모한 짓은 벌이지 않았다.

루프스의 생각으로는 언제든 코볼트 부족을 공격해 녀석들을 상대로 이기는것은 손쉽다고 여기고 있다. 단지, 이들이 자신들의 불리함을 인정하고 이곳으로 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것만이 우려스러울 뿐이었다. 그 때문에 루프스는 그들을 감시하는 인원을 배치했다. 그들은 루프스가 특별히 통신병으로서 이용하고자 분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멀리있는 동족에게 텔레파시가 가능한 능력이나, 아군에게 경종을 울리는 능력, 특별한 색의 기탄을 발출 할 수 있는 능력 등 전투에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정보를 전달하는게 가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만일 코볼트들에게서 이상징후가 발견된다면 곧바로 그들이 코볼트들을 쫓아 위치를 수시로 알려줄테니 만일의 걱정은 접어두었다.

그렇게 대비를 해두고는 하룻밤이 지나도록 코볼트들의 목책이 보이는 앞에서 휴식을 취했다. 코볼트들도 비록 고블린이라 얕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에게 입은 피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기습을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이대로 기다려야하는건지 갈팡질팡하다가 하루가 지나버리고 말았다.

하루가 지나고 해가 중천에 떳을 때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을 공격 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고블린들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목책을 빠져나가 도망친 코볼트들은 별로 없었다. 소수가 탈주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지만 그 떄 마다 보초를 서던 중급 고블린이 나서서 그들의 탈주를 막을 수 있었다.

코볼트들도 고블린들이 전투 준비를 마쳤음을 느꼈는지 목책 위에서 그들을 상대 할 준비를 끝마쳤다.

"으음... 역시나"

루프스는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코볼트들이 서있는 목책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그의 예상을 져버리지 않는 물건이 나타났음을 알아챘다.

"저건... 석궁이라고 하는거군요"

"그래"

코볼트들 중에서 제법 많은 수가 그것을 들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전에 방문했을 때 석궁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전투에 나타날 것임은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냈나 보군"

전에 확인했을 때 생각보다 제작에 손이 많이 가는것 같길레 얼마 들고오지 못할거라 생각했었지만, 만들어둔 물량이 상당했었는지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석궁을 들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좀 까다롭긴 하겠지만... 프리트 준비는 끝났겠지?"

"네, 이제 명령만 내려주시면 됩니다"

이미 전투 준비가 끝났음은 알고 있었지만 석궁을 확인한 루프스는 따로 프리트에게 일러둔것이 있었다. 그리고 방금 그 준비가 끝이났다.

"좋아, 그럼"

그리고는 루프스는 크게 호흡을 하더니 크게 소리를 질렀다.

캬아아아악-!

그 외침은 일반적인 외침이 아니었다. 고블린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단순히 전투시작의 신호로 여겨 코볼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대응해야하는 코볼트들은 외침을 듣고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료를 찌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술에 취한듯이 비틀거리는 코볼트에 엉뚱한 방향으로 석궁의 살을 발사하는 이들까지 제대로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외침은 루프스의 능력을 이용한것으로 최근 얻은 간섭의 능력을 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능력을 사용했었지만 최근에는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영향을 미치는 감각을 촉매로 능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을 알아냈다.

이번에는 그 방식으로 자신이 내는 소리를 마력으로 최대한 키워 이 자리에 존재하는 이들 모두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고 동시에 자신의 전방에서 소리를 들은 이들에게 능력을 사용해 코볼트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다만 말 그대로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코볼트들은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고블린들이 목책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목책 위로 발사해라!"

휙- 휙-

프리트는 미리 준비해놓은 듯 촉부분이 뭉툭한 주머니 형태의 화살을 코볼트들의 목책의 위쪽을 향해서 발사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를 따르는 고블린들이 연이어서 같은 형태의 화살을 마찬가지로 목책의 위를 향해서 쏘아냈다.

펑- 펑-

화악

"아... 앞이!"

"고블린 놈들은 어디에 있는거냐! 컹!"

"컹! 컹!"

겨우 혼란에서 깨어났다가 바로 근처에 도달한 고블린들의 모습에 기겁한 코볼트들은 대응을 하기도 전에 또다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프리트를 비롯한 궁수들이 그들에게 발사한 화살이 그 원인이었다. 목책 가까이까지 다가간 그들의 화살은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고 전부 코볼트들이 자리한 목책의 윗부분에 도달 할 수 있었다. 목표에 도착한 화살은 충격이 가해지자 촉부분의 주머니가 터져나갔고 그곳에서부터 밖으로 빠져나온 하얀 가루와 같은것이 그자리에 있는 코볼트들의 시야를 가리면서 동시에 그들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처음엔 앞을 가리는 가루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 당황하던 그들이 이번에는 좀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혼란이라기보다는 광란에 빠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얀 안개처럼 퍼진 가루에 시야가 막혀 고블린들도 그 안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없어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고블린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듯이 최대한 가루가 떨어져내리는 곳을 피하거나 입을 막는 복면을 쓰고는 목책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코볼트들도 눈치를 챘는지 목책의 뒤쪽에 모여드는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목책은 고블린들의 공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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