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결전
전선 전역에 흩어진 고블린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선 양끝의 고블린들은 조금씩 전진해 코볼트들을 포위하는 형국을 만들고 있었다.
쉬익-
"캬아악!"
"컹! 이 망할 놈들!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야! 컹!"
고블린들이 급작스레 반격을 시작하자 코볼트들은 화들짝 놀라버렸다. 고블린들 사이에서 강자가 하나 출현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에게는 그와 같은 강자가 둘이 있었기 때문에 우위를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또다른 강자들이 투입되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확실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강자중 하나가 이곳에 있었던 만큼 코볼트들은 별다른 걱정을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갑작스레 고블린들이 그들을 휩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전선에 투입된 코볼트들은 모두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이 험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매일 매일이 투쟁의 연속이었고 그것은 나오기 힘들다고 하는 상급 코볼트들까지 다수 생기게 될 정도로 치열한 매일이었다. 그런 매일을 살아왔던 코볼트들은 최근에야 나타나기 시작한 고블린들을 얕보고 있었다. 실제로 고블린 부족 몇개를 몰살시키는데도 그리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투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믿었던 상급 코볼트는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상급 고블린에게 막혀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경험의 차이인지 코볼트에게 유리한 상황이긴 하나 다른곳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틈에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을 이 자리에서 완전히 밀어내기 위해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고블린들의 병력이 숫적으로는 밀렸지만 이번에도 궁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코볼트들도 고블린들이 이렇게 나올거라 예상해서 화살을 막기 위한 방패를 개체 하나하나가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지급받은 방패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없었고, 활을 엘프에게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았던 고블린들은 화살과 능력을 함께 운용하면서 코볼트들을 차근차근 줄여나갔고, 아직 방패 이외의 수단을 갖지 못한 코볼트들은 가랑비에 젖듯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곳과 반대쪽 끝에서도 마찬가지 형국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다른점이라면 이곳에는 상급 코볼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전선의 중앙 부근에 상급 고블린이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부분의 상급 코볼트들이 그곳으로 몰리면서 이곳이 비어버린 것이다.
상급 코볼트가 없는 상황을 기회로 본 고블린들은 상급 고블린을 앞세워서 코볼트들을 공격했다. 코볼트들이 병력의 수에서는 월등했지만 상급 고블린을 상대 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상급 고블린 루프스의 자식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린 코볼트들은 그 자리에서 퇴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양끝에서부터 코볼트들과의 전선을 밀어붙이면서 식귀와의 싸움 때처럼 점점 포위 형국으로 만들어갔다.
코볼트들은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당황에 당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얕보던 이들에게 많은 희생을 치른데다가 그들의 전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자 조심스럽게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있었던 괴물과의 싸움으로 고블린들의 전력이 줄어들었음이 확실하다 판단한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고블린들을 완전히 배제시키고자 했었지만 이번에도 예쌍과는 전혀 다른 강력한 전력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급 고블린이 있다는 첩보로 한곳에 모였던 코볼트들은 녀석을 확실히 죽이기 위해서 모였지만 이어서 여기저기서 상급 고블린의 출현을 보고 받았고, 그제야 자신들이 속았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코볼트들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상급 고블린들의 전멸, 아니 최소한 반절이상은 죽어야지만 승기가 다시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결국 전선 곳곳에서 들려오는 패전보를 들으면서도 그들은 모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블린들도 상급 코볼트들이 한곳에 모여있음을 알고는 상급 고블린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투를 이어가다 보니 절로 만났던 이들도 있는가 하면 모여서야 겨우 맞상대 할 이들을 본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두 진영의 가장 강한 이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었다.
두 무리가 모이게 되자 코볼트들이 먼저 쳐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모인 상급 고블린들이 자신들보다 수가 적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루프스가 직접 나선다면 그들 모두가 한번에 덤빈다고하더라도 큰 피해없이 그들의 행보를 막을 정도의 힘은 있었다. 하지만 자식들이 이번에 자신들과 동급 존재들과의 전투 경험을 가지길 원하기 때문에 직접 전투에 참전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흠..."
루프스는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두 무리의 격돌을 지켜보고 있었다. 코볼트들과 고블린들의 리더격의 이들이 맞붙자 뒤에서 대기중이던 병력들도 서로를 향해서 달려들기 시작했었다. 이번에는 코볼트들도 제법 준비를 많이 했는지 격돌 지점에서 돌아간 코볼트들이 원거리에서 코볼트들을 노리던 궁수들을 무력화 시키기 시작했다. 고블린들도 혹시 모른다 생각해 궁수를 지켜줄 병력들을 파견보냈지만 혼잡한 상황에서 그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졌다.
그들을 제외한 두 병력이 한자리에서 맞붙자 전투는 혼전으로 이어졌다.
"크아압!"
"컥!"
"깨갱"
캉- 챙- 채챙- 카가가각-
전투는 치열했다. 한 고블린이 코볼트의 목을 칼로 베어내자 뒤에있던 또다른 코볼트가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고블린은 동료의 심장을 찌른 코볼트를 죽이기 위해서 다가갔지만 또다른 코볼트의 습격을 당해 머리가 쪼개졌다. 머리를 쪼갠 코볼트는 다른 상대를 찾아 눈알을 굴리다가 듬성듬성 날아오는 화살에 눈을 맞고는 고꾸라졌다.
일반 병력들의 싸움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이었다면 그들을 이끄는 상급 존재들의 싸움은 서로 한방씩 먹이고 먹는 싸움이었다.
한 코볼트가 창을 내지르자 고블린은 그 창을 상대로 자신의 검을 갖다 대서는 비껴냈다. 동시에 능력을 사용해서 상대를 향해서 전격을 뿜어내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고자 했다. 그에 상대 코볼트는 방어막을 만들어내서는 전격을 막아내고 다시 창을 찔러넣었다. 고블린은 반격을 위해서 능력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그것은 또다른 코볼트에 의해서 막히고 창에 찔릴 위기에 처했다.
그때 다른 코볼트들을 상대하던 고블린이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 가세했고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다만 위험한 상황이 이어질때마다 주변에서 살펴보던 루프스와 세 고블린들이 도움을 주면서 위험을 비껴가도록 만들어 주었다.
매번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코볼트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긴 했지만 전투가 한창 이어지는 중에 한 눈을 팔기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루프스들의 도움으로 고블린들은 점점 전투에 익숙해지고 자신과 버금가는 상대와 싸우는데 경험이 쌓여갔다. 그러자 상황은 점점 고블린들에게 유리해지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이는데로라면 지는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전력차이였지만 몰래 도와주는 루프스를 비롯한 세 고블린들 덕분에 상황은 눈으로 보이는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한마리, 두마리의 코볼트가 쓰러지자 승기는 확실하게 고블린들 쪽으로 돌아갔다. 고블린들 쪽의 승리가 확실시 되자 그들을 도우기 위해서 잠자코 있던 루프스를 비롯한 세 고블린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코볼트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전장을 정리해갔다. 그것을 확인한 상급 코볼트들은 매 순간순간 동요했고, 그 바람에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 그들은 고블린들에게 하나, 둘 씩 정리가 이어져갔다.
거의 하루 온종일 이어진 전투는 결국 고블린들의 승리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