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결전
코볼트 부족을 빠져나온 루프스는 그대로 전선에 위치한 고블린들의 거점까지 곧바로 달려갔다.
다른곳을 추가로 들르지 않았기 때문인지 떠났을때보다 빠른 5일만에 떠났던 거점에 다시 도착 할 수 있었다. 거점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먼저 전선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먼저 알아보았다.
다행히 자신의 자식인 마인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크게 밀리지는 않는 상황이었다. 몇몇 거점이 먹히고 그보다 적은 수로 고블린들이 점령한 거점들이 있긴 했지만 전투에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변화였다.
상황을 얼추 파악한 그는 자신이 있는 거점으로 다른 곳에서 대기 중인 중급 이상의 고블린 대부분을 불러모았다. 고블린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족장이 돌아온 것을 알고는 해당 거점을 지휘할 고블린들을 제외한 모든 중급 이상의 고블린들이 루프스가 위치한 거점으로 모여들었다.
루프스는 모여든 고블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거점의 중앙에 자리를 만들어서 모두 둘러 앉았다.
"녀석들의 부족을 직접 확인하고 왔다"
둘어 앉아 회의를 시작하자 루프스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키익, 근데 족장은 왜 거기까지 갔던거다?"
한 중급 고블린이 의아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그냥 여기서 놈들과 싸우기만 하면 되는게 아닌가?"
또다른 중급 고블린도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말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루프스가 아닌 프리트가 대답했다.
"놈들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당장 위협이 되는 것은 이곳에서 우리를 견제하고 있는 두 상급 코볼트들입니다. 족장께서는 이들에 버금가는 코볼트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정찰을 가셨던 겁니다"
원래라면 견제가 아닌 몰살을 위해서 투입된 이들이지만 마인이 투입되면서 제대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유리한 점이라고는 최하급과 하급의 코볼트들이 고블린들보다 수가 월등히 많다는 점과 상급의 존재가 하나 더 많다는 것이다. 중급의 경우는 오히려 고블린들이 많기 때문에 상급 중 하나는 그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본래라면 중급 고블린을 맡는이가 하나 있고, 다른 하나가 다른 고블린들을 학살하면서 고블린들을 완전히 몰살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마인이 등장하면서 그와 중급 고블린의 상대하는걸로 둘이 모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블린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그리고 상급 코볼트가 이곳에 추가로 파견된다고 하더군"
"...!"
"그렇다는건..."
"이제 우리들도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런 루프스의 말에 한 고블린이 궁금한점을 물었다.
"우리가 나서면 저들도 그만큼 더 불러들이지는 않는건가?"
고블린의 물음대로 본래라면 상급 전력이 추가로 나타난다는것은 그만큼 코볼트들도 더 많은 이들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가 우려하는것도 루프스는 이해가 되었다.
"음, 저들의 수가 더 늘어난다면 문제겠지... 늘어난다면 말이지"
루프스는 고블린들을 둘러보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었다.
"그 말씀은?"
그의 말에 프리트가 일말의 기대를 담아 그에게 물었다.
"그래, 놈들이 이곳으로 보내는 이들 다섯에 이미 내려와있던 두를 더해서 일곱이 전부지, 그들에겐 더 이상 추가할 상급 코볼트를 지니고 있지 않다"
"오오"
고블린들은 그의 이야기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일곱의 상급 코볼트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고블린들의 승리는 확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곱이란 수가 그들이 가진 전부라면 이미 루프스가 이곳에 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패배는 기정사실과도 같았다.
"다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이들을 상대하는데 방심이라는 이유로 이번 전투에서 하나라도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면 그 자체로 우리에게는 큰 손해다. 모두 무사히 생존해야 한다. 이건 상급의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급의 자리에 있는 너희들도 큰 전력이다. 아니, 우리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다. 너희들은 최대한 손실을 보지 않도록 조심해서 코볼트 녀석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번 전투에서 전력에 큰 손실이 생기는 것을 용납 할 수 없는 루프스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고블린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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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들과의 회의는 그의 생각보다도 길게 이어졌다. 대대적인 격돌을 위한 장소를 선정해야하는 것은 물론 장소 주변에 만일을 위한 함정의 설치부터 코볼트들을 유인할 방법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동굴 생활을 지내던 고블린들 보다 외부에서 생활하면서 증가한 고블린들의 수가 많아진 지금은 고블린들도 그저 명령에만 따르기 보다는 점점 자신의 생각을 표출 하는것이 늘어났다.
이는 루프스로서도 상당히 기쁜 상황이었다. 자신이 부족의 모든걸 통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예전부터 고블린들의 자율적인 사고와 실천을 바래왔다. 다만 이전에는 동굴에서 지낸 고블린들을 주축으로한 수동적인 고블린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교육받으면서 절로 그들의 성향에 감화된 이들이 대다수여서 그의 생각보다 고블린들이 생각을 표출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생각을 하는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볼트들과의 싸움이 장기화되고 식귀가 등장하면서 개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저 남에게만 맡기기에는 고블린들도 불안해 졌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 생각하기를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상황 하나하나에 조금씩 의견을 제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회의가 그의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결국 끝은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시작한 회의는 결국 해가 달로 바뀌고 나서도 좀더 이어지다가 다시 해가 떠오를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회의가 끝나고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휴식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고블린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거점으로부터 떠나갔다.
고블린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프리트들과 할 이야기가 있어 또다시 따로 마주하게 되었다.
"족장, 무슨 일이신지요"
"너와 미리 해 둘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루프스는 그들을 따로 부른 이유를 이야기했다.
"아마, 코볼트들을 상대로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게 끝은 아닐거다"
"...?"
루프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가 불러낸 세 고블린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들은 인간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인간?"
루프스가 뱉은 인간이라는 단어에 그들은 잘 모르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전, 엘프들을 습격했던 이들 중 한 녀석들이지"
"...아! 그 허약한 놈들 말입니까?"
루프스의 설명에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한 태도로 프리트가 대답했다. 당시 인간들은 고블린들에게 쉽게 쓸려나가는 입장이었다. 그들 중 제대로 된 강자가 없기도 했거니와 당시의 고블린들 중에서 정예들이 모여서 덤벼들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이길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들에게 그렇게 기억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 그들도 제대로 성장한 이들은 지금의 나보다 강한 이들이 있다고 하니 마냥 허약하다고 할수는 없다만..."
루프스는 프리트에게 떨떠름히 대답했다.
"그래서 그들이 어쨌다는 겁니까?"
"코볼트들과 상당히 깊게 연결되어있는것 같았다. 그들의 우두머리끼리 대화가 가능할 정도라면 상당히 깊은 사이라고 봐도 되겠지"
당시를 떠올리면서 루프스는 말을 이었다.
"코볼트들과의 싸움이 끝나면 이곳에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을 것이다. 그건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우리들에겐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녀석들에게는 그렇지 않겠지"
"그들이 우리에게 덤비기라도 한다는 뜻입니까?"
"글쎄 그건 모르지. 어쩌면 우리가 새로운 거래 대상이 되어서 말을 걸어올수도 있겠고, 그들의 거래처를 없앴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덤벼들수도 있겠지"
루프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의 적이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세 고블린에게 이야기했다.
"녀석들은 그들 사이에서도 범죄자들이다. 언젠가는 우리를 배신 할 가능성이 높지.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을 토벌한 인간들이 언젠가 나타나서 그들이 우리에게 덤벼들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따로 불러들인 이유를 말했다.
"그러니, 너희들은 다른 녀석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라, 특히나 내 자식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들은 내가 성장하면 성장 할 수록 우리 부족에서 큰 전력이 될 이들이다. 이런 곳에서 죽게 내버려 둘수는 없겠지"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오랜시간 살아남는다면 그들도 충분히 우리의 주력이 될 수 있을테니 그들을 잃어버리는 것도 큰 손실이다. 너희들이 맡아야 되는 코볼트들은 내가 맡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오로지 다른 녀석들의 보조만 신경쓰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