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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78화 (78/374)

78화

침투

루프스는 문의 앞에 섰다. 이곳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이곳 말고는 코볼트의 왕이 있을만한 곳으로 짐작되는 곳이 없었다. 그가 발견하는 문들은 대부분 창고나 하인, 노예들의 방인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코볼트들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있다는게 놀랍기는 했지만'

그리고 침소로 생각되는 곳을 발견 할 수 있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아직 침소에 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찾는 코볼트의 왕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을 찾았고 가장 유력한 장소가 이곳이었다.

'... ... ...'

문에 가까이 다가가니 안쪽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문의 안쪽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루프스는 혹시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대... 상황... 왕... 석궁은... 이겨..."

"당연... 그... 별... 고블... 내... 질리..."

문에서부터 희미하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루프스는 집중해서 소리를 들을려고 했지만 거리가 있는지 잘 들려오지가 않았다.

어찌되었든 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온 그의 눈에 들어온것은 두 존재가 술을 대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촛불로만 빛을 비추는 듯이 희미한 불빛 속에서 커다란 덩치에 주둥이가 튀어나온 실루엣과 그에 비교해서 작지만 절대로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이가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방은 다른 곳보다 커다란 면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성과 같은 외견과는 달리 대전의 모습이 아닌 유목민족의 족장이 가지는 움막의 내부와 같은 공간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죽 방석들과 지금까지 잡은 사냥감들인지 다양한 모습을 한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박제된 모습으로 벽에 달려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빛이 부족한 어둠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자 루프스는 두 존재가 어떤 이들인지 알 수 있었다. 비대한 덩치를 자랑하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코볼트였다. 그는 그가 지금까지 보아온 코볼트와는 다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코볼트들은 강한 녀석일수록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비대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코볼트의 얼굴은 개와 같았지만 겉으로도 오만함, 욕심, 나른함이 덕지덕지 붙은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코볼트의 반대쪽에 있는것은 놀랍게도 인간이었다. 그 겉모습부터 비열함과 얍삽함 그리고 코볼트처럼 욕심을 발라놓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쿠하하하하! 고블린 놈들도 이제 얼마 못갈거다! 내 용맹한 부하들이 항상 승전보만을 올리고 있으니 그 자체로 고블린 놈들이 우리를 넘볼 깜냥도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코볼트가 파안대소 하면서 인간을 향해서 말했다. 퍽이나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고, 어떻게 고블린따위를 대왕님께 견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놈들은 대왕님께서 손짓한번만 하면 순식간에 사라질 놈들 아닙니까!"

인간은 마치 파리와 같이 손바닥을 비비면서 코볼트에게 아부를 떨기 바빴다. 그리고 코볼트는 인간이 대왕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바빴다.

'저놈은 뭐라고 하는거야'

문을 지나서 들어오자마자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둘을 보더니 루프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이 쓰러진 이후 사기가 떨어져서 그런지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못 하고 코볼트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무사한 것을 알고 아군의 전력이 올라간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합지졸처럼 밀리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싸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곧 끝날거라는 것처럼 이야기하네'

푸훗

루프스는 최대한 참았지만 한줄기 비웃음이 입밖으로 나오는 것을 참지는 못했다. 다행히 능력을 사용해서 몸을 숨긴 덕분에 소리가 그들의 귀에 흘러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들이는 노예들은...?"

"크흐흐흐 만족스럽더구나, 내 충분한 값을 치뤄주지!"

"대금은 철광석으로 부탁드리지요"

인간은 코볼트에게 손을 살살 비비면서 부탁했다. 코볼트는 그런 그의 모습에 만족해하면서 호쾌하게 대답했다.

이후로 둘에게서는 여러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둘은 상당히 긴 시간동안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코볼트 왕이 어린 시절 가보았다는 인간들의 도시를 방문했던 것은 그의 아버지와 함께 그들을 따라서 방문한 것이라고 한다.

코볼트들과 교류하는 인간들도 그다지 정상적인 놈은 아니었다. 놈들은 코볼트에게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한답시고 내세우는 것이 길을 가는 여행자들을 습격했다느니, 커다란 상단의 행렬을 습격해 물품을 약탈했느니 하는 도적일이었다.

'그러니까, 범죄조직이랑 손을 잡은거로군'

루프스의 눈이 침잠했다. 범죄조직이라하니 이전에 있었던 엘프들을 습격했던 인간들을 떠올린 것이다. 엘라에게 듣기로는 인간들 사이에서 이종족을 노예로 삼는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이 아닌 노예제도 때문에 이종족과의 전쟁이 발발한 과거가 만들어낸 법이라고 한다.

인간들의 개심을 믿은 소수의 엘프들은 그대로 남았지만 그들을 믿지 못한 대다수의 엘프들은 인간들이 자리한 곳을 떠나 오지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엘프들을 잡아 노예로 삼으려는 이들이 이전 만났던 인간들과 같은 범죄자들이었다. 즉, 지금 코볼트들과 교류하고 있는 저들도 고블린들과 함께 있는 엘프들에 대해서 안다면 분명히 코볼트들과 연합해서 고블린들을 공격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최대한 숨어서 저격이나 정찰 정도만 부탁해서 아직까지 들키지는 않은것 같지만...'

"그런데, 너희 인간들은 고블린들을 무척 싫어하지 않았나? 왜 녀석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거지?"

"에이, 저희들한테 아무런 득도 안됩니다요. 녀석들을 잡아서 상금을 받는다는 것도 제대로 신분이 보장되는 모험가나 군인들이지, 저희들이 그랬다가는 오히려 우리들을 체포하고 공은 자기들이 꿀꺽 할겁니다요. 게다가 고블린들을 주로 노리는건 성직자들인데 그런 놈들이 저희를 좋아하겠나요? 보자마자 안잡아가면 다행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고블린들에게 관심이 없어요"

"크흐흠, 그런가-"

인간이 코볼트에게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코볼트는 귀찮다는 듯이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었다.

그렇게 두 인간과 코볼트의 대화를 듣고 있던중 루프스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보니... 저 코볼트는 왜저렇게 약해 보이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분명히 그는 코볼트들의 왕 즉 지도자임이 분명한데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기껏해야 중급의 고블린과 비슷한 정도밖에 안됐다. 분명히 상급의 코볼트를 확인했던 적이 있으니 그들이 따르는 이라면 분명 상급 이상이라는 그의 생각이 깨져버린 것이다.

'이놈들, 설마 그런것도 인간들을 따라가는 건가?'

엘라에게 듣기로는 인간들을 이끄는 왕이나 황제라는 이들은 몬스터들 처럼 강자들이 이끌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루프스가 보아온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기에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예상밖에도 코볼트들에게서 보고 있으니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인 일은 아니었다.

'그 얘기는 즉, 놈들에게서 가장 강한건 상급 코볼트 정도라는 이야기인가?'

놀랍기는 했지만 곧 루프스는 그 이야기가 자신들에게는 희소식이라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보를 파악하던 그는 이내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움직일 준비를 했다.

'지금 저들을 죽이는건 그다지 이득이 없지, 딱 보니까 우리를 얕보고 있는 모양이고, 녀석을 죽였다가 오히려 강하고 현명한 이가 자리를 차지하면 우리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니 지금은 살려두도록 하지'

루프스는 코볼트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그들을 따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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