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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76화 (76/374)

76화

침투

"저건..."

숲에서 나무 위를 다리는 루프스는 바로 눈앞에 있는 거대한 목책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목책은 지금까지 지나오면서 본 다른 거점의 목책과는 그 규모가 달랐다. 언뜻 보이는 것만으로도 몇겹으로 견고하게 쌓여있었다. 그리고 거점의 규모도 다른 거점들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여서 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데도 전체모습이 시야에 다 들어오지 않았다.

루프스는 상상보다 훨씬 커다란 모습에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저곳이 코볼트들의 본거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우..."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코볼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시 한번 사용하는 능력들을 점검하고는 경비를 서는 코볼트들을 지나쳐 거점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선 루프스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제대로 정비된 도로, 마치 중세시대에 들어선것 같은 제대로 된 건물, 그리고 치안을 위해서인지 무장을 차린채 길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코볼트들의 본거지에 들어선 루프스는 직접 걸어다니면서 이곳의 구조를 익히고 있었다. 다른 거점들은 고블린들이 가진 거점들과 크기와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본거지는 고블린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루프스가 거주하는 부족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코볼트들과의 전투는 결국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어질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아니, 루프스 자신이 그 지경까지 끌고갈 확률이 높다. 결국 먼저 고블린들을 공격한것은 코볼트들이었고, 그렇게 사라진 고블린 부족들이 이미 있었다. 루프스의 생각으로는 고블린들이 코볼트들과 대등해져서 그들과 화평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틈이 생기는 순간 뒤통수를 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믿을 수 없는 이놈들이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로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날 정도로 싫은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곳을 구석구석 제대로 살펴둬야 나중에 이곳에서 녀석들을 상대 할 때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겠지'

루프스는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주변을 더욱 세심히 살폈다. 직접 살펴본 이곳은 생각보다도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중앙의 코볼트들의 대장이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곳을 제외하면 총 네곳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 중 농경구역은 없다는게 유난히 특이한 점이었다.

네 구역은 칼같이 나누어져있지는 않았지만 각각 한가지의 용도로 나누어져있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한 장소는 코볼트들의 거주 구역이었다. 곳곳에 순찰을 도는 모습의 코볼트들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코볼트들은 별다른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별다른 특징 없이 그저 구역 밖으로 나가는 코볼트들, 안으로 들어와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구역은 군사구역이었다. 많은 수의 코볼트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를 다루는 훈련, 체력 훈련, 그리고 지휘관들의 지휘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확실히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덕분인지 아니면 루프스들의 추정대로 인간들과 교류하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둘 모두인지 제대로 된 체계가 잡혀 있는것처럼 보였다.

세번째로는 코볼트들 중에서 강자 혹은 권력을 지닌자들인지, 거주구역에 있는 코볼트들과는 그 외형이나 사용하는 물품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강자들이 이곳에 몰려있는 듯이 눈에 띄는 대부분이 중급 이상의 코볼트들로 보였다. 다만 강자들이 제법 있어서 그럱지 가까이 다가갔다가 이상낌새를 느끼는듯한 모습을 보여 세세하게 살펴보지는 못했다.

마지막 네버째 구역은 상업구역인지 코볼트들이 여럿 모여서 물물교환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가끔 주화로 보이는 물건을 이용해서 물건을 사는 모습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였다. 그리고 여기서 이곳에 왜 농경구역이 없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목책의 문과 가까운 곳에 다른곳과 그다지 차이가 보이지 않는 건물이 한채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코볼트들이 경비를 삼엄하게 서는 장소였다. 괜스레 호기심이 동한 루프스는 은신상태로 건물의 내부에 들어섰다. 내부에 거주하고 있는 상급으로 보이는 코볼트가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코볼트들 중에 저 정도의 상대는 없었던지라 혹시나 들킬지도 모른다 생각해 최대한 반응을 살피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거리를 둬서 그런지 별달리 눈치챈듯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코볼트를 지나쳐서 건물의 내부 곳곳을 조심히 살펴보았다. 내부는 이곳에서 살펴본 다른 건물들과 비교해서도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다른 건물들이 내부에서도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다면 이곳은 그저 삼엄한 경비를 설뿐 그 어떤 거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것으로 보였다.

척 봐도 수상한 모습에 루프스는 몸을 숨긴채로 다시 한번 이곳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감각에 따르는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이 빛을 보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루프스가 숨겨진 지하로 이동하는 통로를 발견한 것이다. 루프스는 별다른 적도 없을 텐데 이렇게 꽁꽁 숨겨놓았다는것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곧 결심을 굳힌 그는 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다행히 통로는 발견하기 어렵게하기 위해서인지 최대한 구석진곳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코볼트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게다가 위험한 순간에는 그의 능력이 발휘되어 속일수도 있었기 때문에 통로로 들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통로는 넓직한 경사진 면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체로 흙길로 이루어진 이곳은 곳곳에 수레바퀴로 보이는 자국들이 보였다. 이로 보건데 아마 주로 창고로 이용되고 있는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이어지는 통로는 그리 길지는 않았다. 어느정도 통로를 따라 내려가니 넓직한 지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공간과 다른 것은 지하공간 곳곳에 뼈로보이는 무언가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문들 다섯개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루프스는 아무거나 함부로 열어보기 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바닥에 나있는 바퀴자국이 제일 많이 들락거리고 있는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바퀴 자국은 지하에 있는 문들중에서도 정면에 있는 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문앞에 다가선 루프스는 지체하지 않고 열어보았다. 다행히 잠금장치는 되어있지 않은지 별다른 문제 없이 열 수 있었다. 그렇게 열린 문 안에는 산처럼 쌓여있는 곡식들과 육류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둘다 별다른 가공은 거치지 않았는지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루프스는 그제야 어째서 이곳에서 농경지역을 찾을 수 없었는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광경을 보아서인지 잠시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루프스는 이내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서늘한 지하라지만 문 내부의 기온이 춥다고 느낄 정도로 낮다는 것과 바깥과도 확연한 차이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내부를 둘러보았고 천장에 박혀있는 매끈한 표면을 가진 돌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냉기가 그것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마치 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과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것이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이곳에 오래 있는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 문을 닫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만 코볼트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 이곳에 쌓여있는 식량에 수작을 부려놓고는 밖으로 나왔다.

문을 나선 루프스는 다른 네개의 문은 어떤용도로 사용되는것인지도 궁금해졌고 가까이 있는 한 문으로 다가가서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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