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75화 (75/374)

75화

침투

루프스는 몸을 숨긴 상태로 코볼트들의 마을 근처에 다가갔다. 이동하는 동안 자신이 숨어있는것을 코볼트들이 언제 눈치를 채는지 실험을 해보았었다. 결과는 그에게는 다행히도 아주 근접하더라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은신 스킬과 주변에 동화하는 육체 마지막으로 이번에 새로 얻은 특화능력의 간섭 특성이었다.

은신능력은 사방에 적뿐인 코볼트들의 영역에 홀로 들어와있다보니 자동적으로 한단계 두단계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 능력이 코볼트들로 부터 몸을 숨기는데 일차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두번째로 이번에 변화한 육체가 있다. 육체에 능력이 적용되어서 그런지 그가 원하는 순간에 주변과 완전히 동화되는것처럼 보이도록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게 이 두가지 만으로도 눈에 거의 띄지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간섭의 능력으로 코볼트들의 감각을 조작한다. 그 덕분에 코볼트에게 가까이 갔을시 냄새 등의 이유로 발각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그들은 더더욱 루프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게다가 능력이 상당히 강력해 다수를 상대로 사용하더라도 정신이나 육체에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루프스는 능력의 시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코볼트들의 거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눈에 처음으로 제대로된 코볼트들의 생활상이 눈에 들어왔다.

코볼트들은 고블린들과 비교했을때 제법 하나의 문화의 티를 내고 있었다. 거점 전체에 울타리를 쳐서 입구를 제한해두고 입구에는 보초를 서는 코볼트들이 있었다. 그들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풀로 덮어놓은 초가집과 비슷한 형태의 집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전선에 가까운 지역에 있는 거점이라 그런지 내부에 있는 코볼트들은 대체로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새끼 코볼트들 그리고 어미 코볼트들, 그리고 신체적으로 결함이 보이는 코볼트가 주로 남아있었다. 새끼와 어미는 전투에 나설 수 없기에 남아있는 것일테고 결함이 있는 이들은 거점 내에서 사용할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코볼트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그들의 신앙인지 하나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석상은 코볼트들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현명해 보이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개의 얼굴에 자글자글하게 나있는 주름과 턱 끝으로 늘어져있는 수염이 이 코볼트가 상당한 나이를 먹은 코볼트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코볼트는 한손엔 검을 들고 한손엔 석판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건... 코볼트들의 영웅이나 신정도 되는 자를 석상으로 만들어 놓은건가?'

루프스는 왠지 모르게 석상을 보니 경외감과 꺼림칙함을 함께 느끼고 있어 보면 볼수록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 이건 어찌되었든 여기는 별다른건 보이지 않는군'

그저 코볼트들의 생활상을 적당히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뺴고는 별달리 수확은 없었다.

'더 안쪽으로 가봐야겠군. 집의 수랑 남아있는 코볼트들 수를 보면 대부분이 전선에 나간것 같으니 이런 환경인 코볼트들의 거점이 얼마나 있는지도 한번 알아 봐야겠지'

코볼트들의 거점을 한바퀴 쭉 둘러본 루프스는 이곳에서 더 이상 건질게 없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서 훌쩍 사라졌다.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바로 떠난 덕분인지 이곳에서의 코볼트들도 그가 다녀갔다고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루프스는 코볼트들의 새로운 거점을 찾아 떠나면서 방금 지나온 거점 내부의 풍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녀석들 확실히 그렇게 많은 부족원을 보유하고 있는게 납득이 되는군. 설마하니 수로를 끌어오는 방식까지 쓰는 농경기술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게다가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은은하게 울려퍼지던 그 망치소리는 놈들이 대장기술까지 가지고 있다는거겠지'

거점 내부를 그저 한바퀴를 돌아보면서 당장 코볼트들과의 전쟁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그다지 발견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생활은 확실히 놀랄 만한 것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지금 고블린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은 대부분 돌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석기들이다. 금속을 이용하고 재련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보니 그런것만 사용 할 뿐이다. 새로이 합류했던 엘프들도 나무를 이용해서 도구를 만드는 기술은 있지만 금속 관련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그들은 석기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엇다.

루프스는 항상 그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코볼트들과의 싸움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그들의 기술을 빼앗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코볼트들의 농경기술은 고블린들을 능가하고 있었다. 금속제 기구들을 생산 할 수 있다보니 땅을 파내면서 멀리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일종의 저수지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루프스도 머리로는 알고 있는 기술이었지만 땅을 깊고 길게 파내는게 힘든데다가 물을 저장하는 개폐기의 제작 방식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리 드러나지 않았지만 비가 잘 내리지 않거나 충분한 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금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는 밭은 전부 써먹지 못할 것들로 바뀌어 버린다. 아니 당장 엘프들의 도움이 없다면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다. 부족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의 보급이 필수였다. 그런 기술을 코볼트들이 가지고 있는것을 그는 두 눈으로 확인 한 것이다.

'꼭 녀석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얻어야만 해! 두가지 모두 우리 부족에 당장 필요한 것들이야. 절대 놓칠수는 없지!'

루프스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면서 또다른 코볼트들의 거점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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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루프스는 많은 수의 거점을 들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코볼트 거점들은 처음에 확인했던 거점과 비교해서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생활상도 비슷했고, 그들의 내부에 인원수도 전투로 차출되었는지 매우 적은 수만이 남아있는것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가지 특기 할 만한 것이 있다면 단순히 몸에 결점이 생겨 전투에 나서지 못하는것으로 보이는 코볼트들이었다. 처음엔 그들 전부 몸이 불편해 제대로 싸우지 못하니 거점 내부에서 생산활동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거점에 들르고 둘의 거점을 들르고 그렇게 하나씩 들어가 확인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장에서도 팔 다리 한두개쯤 불편한 녀석들도 많이 있었는데...'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코볼트들이 대부분 신체 어딘가가 훼손되어 전투에 나서기 힘든 모습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단순히 전투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약 절반 정도에 달하는 코볼트들이 같은 부위를 똑같이 당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그런 생각에 쐐기를 박은 것은 어쩌다가 발견한 한 장면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처형이었다. 거점 내부의 대다수의 코볼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고 한 코볼트가 그들이 확인하기 가장 좋은 장소에 무릎꿇리고 손발이 묶인채로 주저 앉혀있는데다가 코볼트들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강자들로 보이는 녀석들 셋 정도가 죄인처럼 보이는 코볼트의 주변을 둘러 싸고 있었다. 그 중 한 코볼트가 무릎꿇은 녀석의 오른쪽 팔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렇게 잘린 팔에서 채 피가 굳기도 전에 불로 지져버리는 모습까지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코볼트들 중에서 외팔이 들이 많은가 했더니 그 이유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루프스는 나름 충격을 받은 채로 그 자리에서 떠났다. 설마하니 몬스터들 중에서 동족에게 저런 벌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주변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동족의 전력을 줄이는 짓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충격을 안고 루프스는 지금까지 본 코볼트들의 거점과는 확연히 다른 규모의 거점을 확인 할 수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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