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침투
부족을 떠난 루프스는 수일에 걸쳐서 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코볼트들의 영역에 침투하기 직전에 전선에 위치한 거점중 하나에 들어섰다. 전투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바닥에 털푸덕 주저 앉아서는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거점의 상황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들른 이 거점은 다름이 아니라 그의 자식 중 하나가 책임지고 맡고 있는 곳이었다. 자식들의 경우는 식귀의 토벌작전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어찌되든 아버지라는 입장이다 보니 조금만 잘못되어도 죽을 수도 있는 장소로 보내는데는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보통의 고블린들이라면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고블린이 자신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다지 애정이 생기지 않는데다가 세대 교체의 주기가 빠르다보니 더욱 그렇다.
"음?"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식을 찾아보니 멀리서 다른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눈에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을 하나 발견 할 수 있었다.
"이거... 생각을 못했었군"
긁적
루프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자신을 잠시 자책했다.
"어이!"
고블린을 확인하고 루프스는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그가 소리 높여 부르자 뒤돌아보더니 그의 모습을 확인했다.
"엇, 아버지"
루프스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그 고블린도 그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건강해 보이는 구나 마인"
고블린은 그의 자식들 중 채 몇분의 차이도 나지 않지만 첫째로 태어난 마인이었다. 마인은 씨익 웃음을 지으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최근 특히 건강해지긴 했죠"
"캬하하하"
마인의 대답에 루프스는 소리내며 웃었다. 그가 말하는 최근이 바로 얼마전 자신이 축복을 받았을 때의 일이란 것을 꺠달았기 때문이다.
마인의 모습은 다른 고블린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눈에 띄는 두터운 근육을 가지고있었다. 그리고 다른 중급 고블린보다 좀 더 큰 키에 조금 더 진한 녹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상급 이상에 올랐던 고블린들의 피부색이 워낙 화려하게 바뀌었다 보니 비교적 수수해 보이는 변화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상급에 이르렀다는것을 알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루프스가 기억하는 그의 능력은 근력강화 계통이었다. 그가 가진 정보창이 그의 능력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였다. 이번에 성장하면서 능력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이다.
"문제는 없는건가?"
루프스는 거점 여기저기서 치료를 받고있는 고블린들을 보면서 그에게 물었다. 딱 보아도 직전에 있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성한 고블린들이 드문데다가 치료를 도와주는 고블린들도 부상을 입은 상태라는게 눈에 띄었다.
"아직까지는 별 문제 없습니다. 이곳으로는 진짜 강한 놈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 그런데 왜 이렇게 부상병이 많은 거지?"
마인의 말에 루프스는 의아함을 내비쳤다. 그가 알기로 자식들이 배정된 거점에는 각각 부관의 형식으로 하나 이상의 중급 고블린들을 붙여놓았기 때문에 상급 코볼트가 없는 코볼트 무리를 상대로 이정도의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인이 전투에 참전했다면 저렇게 많은 부상병들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제가 전면으로 나서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음? 그렇군, 적들을 속이는 작전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나 보군. 아니, 그렇더라도 너한테 붙여놓은 녀석이 하나 있을텐데? 그리고 이곳에 배치된 궁병들을 제대로 다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도 않았을 거고"
"아... 아버지 전선에는 방금 도착하신 거지요? 어디 다른곳에 들리시지도 않은거죠?"
끄덕
"그래,코볼트 녀석들의 영역에 침투하는 경로에 네가 있는 거점이 있길레 잠깐 들린것 뿐이다. 왜 그러지?"
"최근들어서 코볼트 녀석들이 수가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야 말로 우리들을 몰살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뭐?!"
침투 작전을 짠지 약 삼일이 지난 상태에서 곧바로 북상하기 시작한 루프스였고, 시기가 절묘하게 얽히면서 그에게 제대로 정보가 전달되지 못 한 것이다. 마인의 이야기를 들은 루프스는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때문에 제 부관이 전면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코볼트들의 공격을 막아준다고 해도 후방에 있는 궁수들에게까지 도달하는 적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제가 그런 코볼트 녀석들을 최대한 쳐내서 이정도로 끝난겁니다"
"끄응... 우리들의 전력이 녀석 때문에 대폭 깎였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 동안은 탐색전. 그리고 세번의 축복을 받은 걸로 추정되는 두 코볼트의 등장은 나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한거였겠지"
"그렇다면..."
"그래, 내가 한동안 전선에 나타나지 않은 걸로 저들은 내가 죽었던지 아니면 큰 부상을 입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 했을거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이 나면 우리 고블린들의 전력이 대폭 줄었다고 판단하는게 당연하겠지.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약해진 틈을 타서 우리 부족 전부를 몰살시키는게 녀석들의 목적이겠지"
"...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루프스에게 물었다.
"녀석들이 너무 격렬하게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니, 여차하면 녀석들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걸 알려줘야겠지. 다른 거점과 이야기해서 너가 제일 먼저 앞으로 나서는 것으로 해둬라. 아직 내 측근 셋과 네 동생들이 있으니, 너 하나 쯤 앞으로 나서도 괜찮겠지. 녀석들도 어쩌면 그놈을 우리가 토벌하면서 하나나 둘 정도는 새로 축복을 받는 강자가 나타날거라 짐작하고 있을테니, 오히려 놈들을 안심시킬수도 있을테고"
그의 말에 마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심 그도 한껏 늘어난 자신의 힘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없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들보다 상급자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측근이 내린 명령이 있었기에 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허가가 내려져서 정당히 이 힘을 뽐낼수 있는 상황이 왔다. 그는 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아버지의 말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원래라면 하루 정도 있다가 갈까도 했다만... 녀석들이 힘을 이쪽으로 쏟아붇고 있다니, 이곳에서 느긋하게 있을수가 없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루프스는 거점에 나왔다. 그는 아들의 배웅을 받고는 다시 원래의 목적대로 코볼트들의 영역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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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는 숨을 죽이고는 나무에서 나무로, 수풀에서 수풀로 코볼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기면서 나아갔다. 이번에 변해버린 자신의 몸이 그런 움직임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가 조용히 숨어서 다니겠다고 결심하자 그의 몸이 주변 환경에 맞춰서 몸의 모습이 바뀌고 있었다. 스스로의 몸이기에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움직인 직후가 아니라면 자신의 몸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너무 정보창에만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능력을 너무 등한시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렇게 변화된 육체를 체감하면서 코볼트들의 영역을 앞으로 나섰다. 과연 마인의 말이 맞았는지 전선의 곳곳에서 다수의 코볼트들을 수시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선에서 조금 벗어나자 전선에 아직도 합류 중인 코볼트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부터 몰려오는 코볼트들의 수는 언뜻 보아서도 고블린들의 수는 간단히 넘어버리는 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도 식귀에 의해서 상당히 많은 수를 잃었을텐데도 이정도의 수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그로서도 기가 질리는 기분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은거야?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우리 부족의 수 같은거는 수도 아니었구만"
루프스는 우려 섞인 눈으로 그런 코볼트들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이 코볼트들의 영역에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 볼 시간이었다. 비록 많은 수가 전선으로 내려왔지만 전선이 힘들어진 만큼 영역 내부에 존재하는 코볼트들의 수는 적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녀석들의 생활을 지켜보는데는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