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72화 (72/374)

72화

전장의 축복(4)

고블린들은 루프스가 강타당해 날아감과 동시에 식귀가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바로 조금전에 식귀가 저렇게 잠잠하다가 갑작스레 날뛰기 시작했던걸 생각하면 함부로 다가가기도 힘들었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여 중상을 입고 쓰러진 루프스를 수습하기 위해서 그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다른 부상을 입은 고블린들을 수습하기 위해 다가갔던 고블린들은 곧 식귀의 사체에서 일어난 이변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끄그그그그

두더지의 형태를 한 사체에서 부터 하얀 아지랑이 같은 것이 그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구우우웅

시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빛은 잠시 진동하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형상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여 휘몰아치는 듯한 모양의 연기에 무수한 입이 달려있는 모습이었다. 내뱉는 소리만큼이나 기괴한 형상을 한 그것은 그대로 땅을 뚫고는 강제로 끌려가듯이 빠른 속도로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시신에 일어난 괴사를 보고 일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고블린들은 곧 아지랑이가 완전히 사라진 두더지 형상의 시체가 분해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속적으로 일어난 기괴한 현상은 고블린들이 미쳐 손을 쓰거나 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고블린들도 저렇게 사라지리라고는 루프스의 이야기로 얼추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목격하게 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고블린들이 식귀에게 당해 아직 살아있는 고블린들과 죽은 고블린들을 나눠서 분류 시켜놓고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블린들은 그동안 독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치료를 위한 약도 함께 손을 대면서 제법 그럴싸한 약들을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간당간당하게 살아있던 대부분의 고블린들의 치료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급한 응급처치가 다 끝나자 고블린들은 프리트의 지휘아래 부상자를 없고는 부족으로 되돌아 갔다. 돌아가면서 소수의 인원에게 전선과 포위망의 밖에서 감시를 펼치고 잇는 고블린들에게 승리를 전달하도록 지시해뒀다.

그들의 승리는 영역 전체에 순식간에 퍼졌고, 일반 고블린들은 더 이상 마음 졸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전선의 고블린들은 식귀에게 당한 코볼트들을 생각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그들을 괴롭히던 식귀는 그렇게 사라졌다.

///

"으음..."

부상으로 기절했던 루프스는 몽롱한 정신으로 차츰 깨어나기 시작했다.

"끄으응"

점점 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눈앞이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그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통증에 신음성을 흘렸다.

"왜... 이렇게 몸이..."

루프스는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면서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왜이렇게 아픈지 잠시 고민하던 루프스는 이내 식귀의 팔에 얻어맞아 기절해버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런데, 내 움막에 있다는 건 나는 그걸로 죽었거나, 아니면 부하들이 놈을 물리치는데 성공했거나 둘 중 하나겠군"

하나씩 깨어나는 감각을 몸을 움직여 조금씩 확인하던 루프스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놈을 물리쳤나 보군, 죽었다고 보기에는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 너무 생생하군"

당장 참을 수는 있지만 온몸이 부서질듯이 고통이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역시 강한 놈을 잡으니까 오랜만에 반응이 왔군"

그의 눈앞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정보창의 존재가 그의 판단 근거가 돼주었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등급이 '상급(정예)'가 되었습니다]

[이름: 루프스 종족: 고블린

등급: 상급(정예)

특화능력: 환상[분신][眞]

종족특성: 이상번식

종족특성: 단체은닉

전장의 축복까지: 100%

전장의 축복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이번에는 저번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하지는 않는 모양이군"

이전 상급으로 올라설때 보았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널널해 보였다.

"저번처럼 오래 걸리는것 같지도 않고, 일단 다른 녀석들한테 깨어난걸 알리고 시작해야겠군"

그러고는 루프스는 움막의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 다른 고블린들을 찾는데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이 바로 앞에 보초를 서고 있는 고블린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엇! 족장! 일어났다?"

"오오! 족장 깨어난것 알리고 오겠다!"

그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호들갑을 떨었는데 최근 함께 다니면서 다른 고블린들과는 다른 말투를 사용하던 프리트들의 말투와는 달라서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어색함을 느끼던 말던 계속 떠들던 고블린들은 그가 깨어남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 중 한 고블린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인지 자리에서 벗어나 달려가버렸다.

그렇게 달려가는 고블린을 보면서 루프스는 남아있는 고블린에게 이야기했다.

"한동안 내 움막에 아무도 못오게 해둬라, 잠시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고블린은 그의 이야기에 의아해 하면서도 알았다는 뜻을 표했다. 고블린이 순순히 그의 말을 들어주자 루프스는 이제 축복을 받기 위해서 다시 움막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시작해볼까"

움막의 안에서 잠시 심호흡을 하던 그는 이내 눈앞에 떠오른 정보창의 '예'를 향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웅웅웅-

그러자 나타난 반응은 이전들과는 꽤나 달랐다. 곧바로 몸의 변화가 시작되었던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의 몸속 여기저기 퍼져있던 마력들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가 지닌 마력들은 진화를 하면서 몸속에서부터 솟아나듯이 생겨난 마력들과 그동안 여러모로 운용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쌓여온 마력까지 제법 많은 양의 마력이 쌓여 있었다. 그런 마력들이 축복을 받기를 결정하자 온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휘잉- 휘잉- 휘잉-

그렇게 온몸을 휘돌던 마력은 점점 몸의 중심쪽을 향해서 빨려들어가듯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마력은 그의 명치 부근에 하나의 결정의 형태를 취했다.

스르륵-

그렇게 생견난 결정은 그의 명치를 통과해서 체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신체의 변화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

꾸그그극- 끼기이이-

변화가 시작되자 그의 온몸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이 꼬였다가 풀리면서 조금씩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교적 얇았던 그의 몸은 점점 더 얇아지면서 보다 더 날렵한 형상을 취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위치해 있던 뿔은 분열하면서 정수리의 바로 옆 양쪽에 두개의 뿔로 바뀌었다. 그리고 꼬리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오더니 뼈에 얇은 가죽만 씌워진 꼬리가 만들어 졌다.

회색에 가까웠던 피부는 점점 어둡게 변하더니 완전한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신체 자체에 그의 특화능력이 적용된듯이 마치 허상을 보는듯한 느낌의 육체가 완성되었다.

[전장의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등급이 '최상급'이 되었습니다.]

[마력운용이 마력지배로 변경되었습니다.]

[부술이 환부(幻斧)로 변경되었습니다.]

[특성이 신체와 결합되었습니다.]

[특화능력이 진보합니다]

[특성 간섭이 선택되었습니다.]

[간섭

상대방의 감각에 간섭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간섭된 감각은 환상을 통해 생기는 변화를 신체에 그대로 적용시키려고 한다. 단, 상대방이 경험한 적이 있는 감각에 한한다.]

"..."

신체가 급변하면서 여러모로 충격을 받은 정신이 바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변화가 있고도 제법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루프스의 정신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후우...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한번 축복을 받을 때마다 힘이 넘쳐나서 무슨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군"

겨우 정신을 차린 루프스는 곧 자신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떠올라있는 정보창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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