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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71화 (71/374)

71화

이변

생각보다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식귀의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신감은 그들의 마음속에 미약한 방심을 꽃피웠다.

고블린들은 식귀를 향해서 무기를 휘두르고 활을 쏘고 능력을 발동했다. 그런 공격을 식귀는 영락없이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식귀가 고블린들에게 맥을 못 추는것은 그것이 집어먹었던 코볼트들과 특수한 처리를 했던 시체들에 있었다. 루프스는 놈이 소화를 시키기 전까지는 섭취한 것이 미치는 영향이 그대로 몸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떄문에 여러 조치를 취해둔 것이다.

포로들의 몸에는 그들이 사용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을 소지시키게 해 놓았다. 식귀가 의류와 몸을 가리지 않고 먹어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시체에는 특히 오래된 시체들을 이용했다. 그저 방치시켜 놓아 각각 지독한 시독을 뿜어내고 있는 시체들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들에는 스콘드가 그동안 연구한 시독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촉매를 적용시켜 놓았다. 촉매를 이용한 시체는 약 하루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정도로 무너지게 되어있지만 식귀가 잡아먹도록 만드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고블린들은 독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식귀를 상대로 선전을 하고 있었다. 그저 몸을 웅크린채로 고블린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얻어맞고 있었다. 하지만 식귀도 그저 계속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블린들을 향해서 달려가다 순간 마비가 올라오면서 몸을 움직이지 못할때 스스로도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 원인이 자신이 섭취한것들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조속한 소화를 위해서 몸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식귀의 몸은 고블린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무수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빠른 소화를 위해서 외부의 활동을 멈춘 육체는 소화가 되면서 생기는 에너지로 몸을 재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재생을 위해 에너지를 생성하는게 아닌 잉영 에너지로 이루어지는 재생이다보니 아무래도 회복되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리고 상대가 상처를 입으면서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에 승리를 장담한 고블린들은 식귀의 상처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식귀의 몸은 어느새 다양한 상처로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다. 온몸에 한군데도 가리지 않고 나있는 자상에 몸의 곳곳에 타박상과 화상 그리고 동상에 열상까지 다양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런 식귀의 모습에 고블린들은 이제 곧 있으면 아무런 피해도 없이 놈을 죽일수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런 고블린들의 희망에 찬물이 부어졌다.

번쩍-

"키약!"

갑작스레 떠진 식귀의 눈동자는 한가득 살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 시선에 갑자기 노출된 한 고블린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가진 이승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후웅- 콰직-

눈을 뜨자 제일 처음 보인 고블린에게 식귀가 팔을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것이다. 순간적인 공포에 몸이 굳은 고블린에게 그런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재주가 잇을리 없었고, 결국 순식간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끼에에에에에ㅡ

식귀는 눈을 뜨면서 동시에 온몸에 나있는 상처를 통해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면서 가까이 보이는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직- 퍽- 타앙- 퍽- 쿵-

식귀는 가장 가까이 있는 고블린들 부터 그 손으로 쳐내기 시작헀다. 한번의 휘두름에 하나의 고블린이 날아가고 있었다. 한 고블린은 공격에 대비하지 못해 몸이 잘려나가 즉사했다. 그리고 한 고블린은 어떻게든 들고 있는 무기로 공격을 막아내 무기가 부서지긴 했지만 목숨만은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고블린은 능력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충격으로 더 이상 거동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나마 지금 이곳에 남아있는 고블린들이 최소 중급의 고블린들이라 한순간에 전멸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접전으로 나선 고블린들 대부분이 전투 불능의 상황에 빠졌다. 결국 남은것은 식귀의 공격에 순간적으로 위기감에 몸을 다급하게 물린 소수의 고블린들과 원거리에서 공격하던 고블린들 뿐이었다.

"크윽"

루프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놈의 모습에 입술을 짓씹었다. 어떻게든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에 놈을 죽이는것이 목적이었는데 미처 죽이기 전에 놈이 소화에 성공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빨리...!"

루프스도 소화가 끝난다면 독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이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만에 소화가 된것에 절로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륵- 그르르륵-

그렇지만 고블린들에게는 희소식으로 식귀의 몸도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화시키는것에 집중한 나머지 소화되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그만 밖으로 배출시킨 것이다. 비록 한순간이라고는 해도 고블린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던 시귀는 그들을 얕보았고, 동시에 자신의 몸에 침투한 독의 강력함과 끈질김도 얕봤던 것이 문제였다.

사실 원래라면 고블린들의 공격으로 식귀의 몸에 이처럼 상처를 내기는 힘든 일이었다. 식귀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단순히 식귀의 육체가 생각보다 약하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것은 루프스가 풀어둔 독 때문이었다. 그들이 사용한 독은 온몸을 마비시키고 섭취시 속에서부터 녹아내리게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그런 효과가 모두 적용되기에는 식귀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저항력이 상당히 강력해서 신체의 강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정도로 적용되었고 그것이 고블린들의 공격이 통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그렇게 식귀가 고블린들에게 입은 상처는 당장 보이는대로 아니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도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었다. 식귀 자체가 지금 두더지의 몸이 본체가 아닌데다가 기본적으로 통점과는 연결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몸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었다.

텅- 텅-

"흡! 큭!"

"하앗! 흐압!"

루프스와 파인피 두 고블린은 각각 하나의 팔을 맡아서 놈이 자신들을 지나쳐서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고블린들과 아직 살아있지만 거동이 불가능한 고블린들을 공격하지 모하도록 하고 있었다.

"족장들이 막아주는 사이에 놈을 공격해라! 지금 이 사이에 죽여야만 한다!"

뒤쪽에서는 지휘를 맡고 있는 프리트와 스콘드가 고블린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을 소화한 식귀에게 더 이상 화살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팅- 팅- 티디디딩-

고블린들이 날리는 화살은 몸체에 닿는 족족 튕겨나가고 있었다.

"칫"

프리트는 식귀의 몸에 닿는 족족 계속 튕겨나가는 화살을 보면서 혀를 찼다.

그러던중 그의 눈에 일말의 희망이 비쳤다.

팅- 팅- 푹-

식귀의 가죽에 닿는 화살은 전부 튕겨나가고 있었지만 듬성듬성 있는 상처에 정확히 맞춘 화살들은 놈의 몸에 꽂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좋아! 놈의 상처를 집중적으로 쏴라! 녀석이 상처입은 곳은 녀석의 가죽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죽보다 속살이 연약하기에 생기는 현상이었다.

놈과 근접해서 접근을 막고 있던 두 고블린도 놈의 몸에 화살이 박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확실히 놈이 데미지를 입고 있음을 확인한 두 고블린은 더욱 힘을 다해서 놈의 접근을 최대한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점점 놈의 움직임도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그동안 먹어온 것으로 몸을 재생시키거나 폭발적으로 신체능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사용 할 수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독 때문에 급하게 소화를 시키면서 잃어버린 에너지들 때문에 그런 방법을 사용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주변의 것을 먹고 있기에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두 고블린 특히 족장인 루프스에게 틈을 보이게 되고 그 순간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본능적으로 감지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식귀가 믿고 있던 것은 흙이나 바위따위를 먹으면서 단단해진 외피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상처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처음 몸을 일으키면서 고블린들에게 입힌 피해 말고는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식귀는 제대로 된 이성은 없었지만 본능이 자신의 몸이 당장 죽어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참으로 오랜시간 갇혀있다가 겨우 빠져나왔더니 짧은 시간만에 다시 돌아가게 될것같자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그 분노는 자신을 죽게 만든 고블린들에게 향했고, 특히나 그들 중 가장 강한 루프스에게 집중되었다.

식귀는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했고 동시에 자신을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무시했다. 그리고는 오직 자신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루프스를 향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쾅- 쾅- 쾅-

"크윽! ...!"

갑작스런 식귀의 돌변에 루프스는 제대로 대처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비록 그 사이에 다른 고블린들의 공격에 상처가 벌려졌지만 식귀는 그것에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고 오로지 루프스만을 공격했다.

퍽-

"꺼허억!"

결국 식귀의 공격은 루프스를 정통으로 가격했고,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루프스를 확인하면서 식귀는 두더지 모습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서서히 쓰러져 갔다.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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