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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70화 (70/374)

70화

이변

루프스가 식귀를 코볼트들을 상대하는데 이용하면서 추가로 알아낸게 있다면 녀석이 생각보다 무차별적으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귀는 한 거점의 코볼트들로 식사를 마친다면 다시 지하로 들어가서는 가장 가까이 위치한 코볼트의 거점에서 다시 튀어나와 녀석들을 잡아먹고는 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 소수나 다수의 코볼트들을 남기고는 다시 지하로 돌아가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나타나는데는 다음 거점이 아무리 가까워도 약 하루의 시간이 걸렸다.

"즉,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거겠지"

식귀가 소화 때문에 잠시 잠잠한 시간.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고, 루프스가 식귀를 죽이기 위해 준비하는데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컹- 컹-

잡아-! 놓치면 귀찮아 진다!

캐개갱- 크허엉-

식귀가 전부 포식하지 않고 지하로 파고드는 모습을 멀리서 확인한 엘라가 루프스에게 보고하였다. 그리고 보고를 들은 루프스는 그대로 고블린들을 코볼트들을 포위한 지역으로 투입시켜서는 녀석들을 생포했다. 식귀를 상대하는데 녀석들은 방해만 될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코볼트들은 자신들과 적이니 식귀를 유인하는데 사용해도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고블린들이 코볼트들을 전부 죽이거나 생포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반나절의 시간이 걸렸다. 전선에 투입된 고블린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투가 가능한 고블린들 모두가 투입된데다가 코볼트들이 완전히 지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블린들은 포위진의 중앙에 생포한 코볼트들과 랫맨들을 묶어서 모아놓았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사이에 스콘드의 능력을 이용해 코볼트와 랫맨으로 만든 언데드들을 풀어놓았다.

작업이 끝나자 슬슬 식귀가 다시 나타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루프스는 싸움에 방해가 될게 뻔한 하급 이하의 고블린들은 뒤로 물려서 전선에 배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곳은 만일을 대비해서 소수의 감시자만이 숲의 동태를 살피는것을 허가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있던 엘라를 포함한 엘프들도 돌려보냈다. 정확히는 이곳을 신경쓰느라 줄어든 중급 고블린들의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전선에서 고블린들을 지휘하기를 부탁했다.

"족장, 이정도 대비만으로 괜찮은건가?"

프리트가 비쩍 마른 코볼트들과 랫맨들이 묶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음... 여러가지로 대비를 해뒀으니까. 괜찮길 바래야지"

"주변에 함정이라도 파둬야 되는거 아닌가? 녀석은 오우거랑 비교해도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

"오우거보다 강하지 너희랑 나의 차이가 오우거랑 놈의 차이와 같을거다"

"그런데 단순히 유인만 한다고 이길 수 있는건가?"

"아니지, 단순히 유인이 아니야, 놈이 나타나서 저들을 삼키다면 그 순간 우리에게 승기가 생긴다"

그렇게 말하는 루프스는 멍하니 서있을 뿐인 시체들과 포로들의 몸에 같이 부착시켜놓은 가죽 주머니들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정말 녀석이 나타날 순간이 임박해왔다. 고블린들은 혹시나 자신들이 있는 위치에 나타나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주변의 나무 위로 올라서서는 포로들이 위치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되었는지 주변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여러번 경험했거나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코볼트들은 두가지 태도를 보였다. 힘이 빠지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당한 상태임에도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는 자들, 여기서 벗어나 보았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미 모든것을 포기한 죽은 동태와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하면서 루프스는 이전 촌장에게 들었던 또다른 한가지의 식귀들의 능력에 대해서 기억을 되세기고 있었다.

촌장은 머릿속에서 오래되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끄집어 내듯이 찌푸린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었죠. 음... 그건'

기억속의 촌장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있었다.

'아! 식귀들은 먹은것의 특징이 몸에서 나타나요. 그렇지, 예를 들면... 돌을 먹으면 피부가 돌과 같은 강도를 가진다거나, 나무를 먹으면 지면에서부터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그 영양분으로 몸을 재생시킨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점점 기억이 떠오르는 듯이 그녀의 표정은 점점 풀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특징에 약점이 없는건 아니예요. 독처럼 몸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그 영향이 완전히 소화되기 전까지는 적용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강제로 몸에 특징들이 적용되는 만큼 장점뿐이 아니라 단점도 함께 섞여요.

이것도 예를 들자면 돌과 나무를 먹은 녀석은 땅의 영양분으로 신체의 재생이 가능하고 피부가 돌과 같이 변하지만 동시에 돌이 충격에 쉽게 부서지듯 그리고 나무에 불이 붙으면 활활 타듯이 녀석의 몸은 충격에 잘 깨지고 불에 약한 몸이 되어버리지요. 그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회상이 끝나는 순간, 녀석은 이번에도 땅을 뚫고 튀어나왔다.

푸확-

땅에서부터 튀어나온 녀석은 주변에 있는 이들을 보자 곧바로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을 휘둘렀다. 단순한 한번의 휘둘림에 포로들의 몸이 두동강이 나고, 머리가 떨어지고, 사지가 날아갔다.

"커허엉-!"

"찌이이익-!"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그 손에 걸리는 모든 이들이 처참한 시체가 되거나 중상을 입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했지만 루프스들은 아직 나서지 않았다.

"녀석이 일단 식사를 마칠 때 까지 대기한다"

식귀는 주변에 서있거나 움직임이 있는 것들을 향해서 손을 내질렀고 그렇게 몇번의 휘두름으로 그곳에 위치한 모든 생명들은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절명하고 말았다.

주변에 더 이상 움직이는 것들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녀석은 그대로 시체투성이인 장소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온 몸에서 입과 이빨이 생겨나더니 주변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입 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기 시작했다.

"으윽"

"저런...!"

멀리서 놈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던 고블린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도 식량이 부족하다면 몬스터들을 직접 섭취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저렇게 개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본다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루프스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놈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아마 놈은 이미 고블린들의 위치를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바로 자신들을 향해서 덮쳐올거라는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루프스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직- 콰직- 콰드득- 우드득-

식귀가 바닥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전부 먹어치우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쩝쩝

식사를 끝낸 식귀는 입맛을 다시더니 온몸에 나타난 입이 다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은 고개를 돌리더니 고블린들을 향해서 달려왔다.

끄기기기기게게에에엑-

녀석은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기세좋게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고블린들은 저도 모르게 몸이 얼어 붙듯이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고블린들에게 거의 근접한 순간 녀석은 갑자기 몸을 기우뚱 쓰러뜨렸다.

"지금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이 루프스가 앞장서서는 녀석에게 달려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몸이 자유로이 움직임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그 뒤를 따라서 식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활을 들고 있거나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멀리서부터 놈의 몸을 향해서 공격을 날렸다.

끼기기에게에게게게-

생각지도 못한 고블린들의 공격에 식귀는 고통에 찬듯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보고 들어온 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녀석을 토벌한다는 이번 작전에 참가하는 고블린들 중 반수가 과연 상대가 가능한것인가 하고 우려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작전이 시작되자 그들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듯이 녀석은 평소와는 다른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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