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68화 (68/374)

68화

이변

"호오... 상당한 수로군"

루프스는 눈앞에서 비틀거리면서 서있는 수많은 시체들을 바라보면서 감탄했다. 시체들의 수는 다른 고블린들이 잡아 온 포로들의 수를 월등히 뛰어넘고 있었다.

"그래서 실험이란 것은?"

"족장이 이번에 포로들을 잔뜩 잡으라는 건 식귀라는 놈을 유인하는데 이용하려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래, 놈은 우리 거점에서 항상 인원이 밀집해있는 곳에 나타났다. 그건 놈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거곘지"

"그러니 시체들로 실험을 하는 겁니다. 시체들에 끌려서 올라온다면 굳이 힘들게 포로들을 더 잡을 필요도 없을겁니다. 그리고 시체를 이용하면 녀석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요"

스콘드는 루프스에게 이야기하면서 낮은 웃음을 흘렸다.

"흠... 확실히 네 말대로군, 그러면 먼저 내 짐작이 맞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

///

고블린과 코볼트의 접경지역. 바로 전에 식귀가 튀어나왔던걸로 추정되는 전장의 근처.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별다른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장소에 루프스들은 포로로 잡아둔 코볼트들과 랫맨들을 옮기고 있었다. 별로 싸움이 일어나는 장소도 아니고 숲이 우거져있어 감시하기도 변변치 않아 양쪽 모두 신경쓰지 않던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 고블린들은 지금까지 잡아놓은 포로들의 반수정도를 데리고 한곳에 밀집시켜서 그들을 던져두고 있었다.

"컹, 뭐... 뭐하는 거냐!"

"찍... 찍! 찍찎!"

코볼트들과 랫맨들은 고블린들이 자신들을 한곳에 몰아놓자 당황하면서 그들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의미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이내 그들은 숲 한가운데에 내던져지게 되었고, 그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는 작업을 완료한 고블린들은 멀찍이 물러났다.

그런 고블린들의 모습에 왡지모를 섬뜩한 느낌을 가진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곳에서부터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쳤지만 손발이 묶이고 제대로 움직 일 수 없는 상태라 별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버둥은 그들이 바라지 않는 효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우르릉-

묶여진 이들이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몸부림을 치자 그들이 위치한 땅이 울림을 토해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땅의 흔들림에 그렇지 않아도 불길함을 느끼던 그들은 본능이 경종을 치듯이 더욱 미친듯이 몸을 흔들면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우르릉-

땅의 울림은 점점 더 커졌고, 울림이 커질수록 두 종족의 발버둥도 점점 더 격해졌다.

쿠구구구-

이내 땅의 울림은 지면 가까이에서부터 느껴졌고, 그들이 위치한 바로 밑에서부터 무언가가 땅을 뚫고 올라오듯이 울림의 소리가 더 심해졌다.

쿠과가가가가-

푸확- 촤악-

그리고 그 울림이 극에 달했을때 그들이 위치한 땅을 뚫고 고블린들이 기다리던 식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로 위에 위치해있던 두 종족을 땅을 파면서 뻗은 손으로 몸을 잘라내고 베어냈다.

"...!"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블린들은 모습을 드러낸 적의 모습에 온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들은 포로들을 묶어서 몰아놓은 목적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적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자연스레 뿜어내는 위압감에 다들 저도 모르게 몸이 굳고 말았다. 그나마 몸을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중급이상의 간부급 고블린들 뿐이었다.

이 자리에는 루프스와 엘라 가 있었다. 그리고 프리트, 스콘드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파인피, 그리고 루프스의 자식들과 루프스가 축복을 내려준 이들까지 고블린 부족이 보유한 중급의 고블린들의 과반수가 모여있었다. 모두 전장에 몸을 담고 최전선에서 코볼트들을 맞상대하던 이들이다.

이번 실험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모두가 한번쯤 식귀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 실험만에 성공해버렸고 그들의 적을 그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단지 눈만이 아닌 그 마음에까지 공포라는 이름으로 함께 담기고 말았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식귀는 나타나자마자 가까이 있던 모든 생명을 먹어치우고는 다시 땅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다행히 루프스를 비롯한 고블린들은 넉넉한 거리를 두고 있어서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후우..."

사라진 놈의 뒤꽁무니를 보면서 루프스는 나직이 한숨을 내뱉었다. 다른 고블린들처럼 심각한 공포에 떨지는 않았지만, 놈의 모습을 보면 절로 침음성이 튀어나왔다.

"상상이상이군"

"... 저걸 이길 수 있을 까요?"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1차 실험은 어쨋든 성공으로 끝났다. 이제 정말 중요해지는 건 2차 실험의 성공이야"

그가 말하는 1차 실험은 이번에 살아있는 포로들을 묶어놓고 그들에 의해서 식귀를 유인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2차 실험은 내용은 같지만 사용되는 미끼가 달랐다. 이번에는 살아있는 포로가 아닌 이미 죽은 시체들을 이용한 것이다. 단지 단순한 시체가 아닌 스콘드의 힘으로 일어선 시체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스콘드의 능력은 본래부터 시체를 이용했다. 이전에도 시체를 이용해서 적의 움직임을 묶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었다. 간혹 독 폭탄으로서 적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능력에 은근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였지만 단점이 한가지 있었다. 아주 간단하게 시체가 없다면 사용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콘드는 항상 전투가 끝나면 적의 시체들을 대부분 거점까지 가지고 가서 그 몸을 일으켰다. 그의 능력으로 시체를 일으키는데는 두가지의 방법이 있었다.

첫째로는 하루에 20구의 시체를 영구적으로 일으킨다. 단, 이렇게 일어난 시체는 단순한 행동 걷고 멈추는 정도의 행동만이 가능했다.

둘째로는 그 자리에 있는 시체 40구를 일시적으로 일으킨다. 일시적인 만큼 약 삼일의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은 단순한 시체로 돌아가고 그 시체는 더 이상 그의 능력에 반응하지 않는다.

루프스와 트롤을 사냥했을 때 사용했던 능력은 특수한 처리를 마친 시체를 이용한 후자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실험에 사용하려 모아놓은 시체들은 전자의 능력을 이용했는데 이 경우 후자의 능력을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루프스가 지시를 내리기 전부터 꾸준히 모아온 시체들이었다.

곧바로 장소를 조금 바꿔서 2차 실험은 행했고, 이번 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쳐졌다.

두 실험의 결과를 살핀 루프스는 식귀의 모습을 확인할때마다 절로 표정이 굳어지긴 했지만 이용해먹기 좋은 상황임을 깨닫고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루프스는 그들이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투를 벌이도록 하고는 식귀가 나타난 지점을 포함해 그 근처 일대를 완전히 포기하고는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나자 아직 아무것도 모르던 코볼트들은 좋다고 그들이 물러난 자리로 밀려들어왔고, 곧 고블린들이 비킨 자리에는 코볼트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싸우던 고블린들을 점점 뒤로 물려서 고블린들의 영역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는 해도, 별로 기분이 좋을 상황은 아니지만 거점을 차지하고 있는 코볼트들을 루프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살펴봤다.

"흐흐흐"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아니, 이제 저 놈들도 우리가 골치아파했던 일을 겪을거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군 크크크"

엘라와 함께 상황을 살펴보던 루프스는 곧 자리에서 물러나서는 새로 만들어진 전선에 위치한 거점으로 들어갔다.

"작전이 시작될때가 기다려지는군"

큭큭거리며 입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루프스는 이내 거점에 위치한 자신의 움막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