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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67화 (67/374)

67화

이변

"끄응..."

루프스는 방금전에 들은 전선에서 부터 온 소식에 이마를 짚고는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방금전에 그의 움막에 들어왔던 전령 고블린은 그에게 전선에서 일어난 사태와 패전에 대해서 전달해왔다.

"그게 하필이면 그때 나타났다니..."

"그래도 우리만이 아니라 코볼트들도 상당한 피해를 봤잖아요?"

"그러니까 패전이라도 그리 걱정하지 않는거지"

이번 전투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진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장에서 싸우던 이들은 모두 죽었고 그자리에 뒤늦게 도착한 이들이 본것은 여기저기 해집어진 땅과 뽑혀진 나무 깊게 파인 땅굴을 확인했을 뿐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전장은 지원요청을 위해서인지 전령들이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정보는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따르면 그때까지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전투는 박빙이었다고 한다. 수는 코볼트들이 많았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는 고블린들쪽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의 공격으로 그 수는 계속 줄어들지만 줄어든 수만큼 계속 보충이 되니 패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자리에 있던 모든 생명체가 싸그리 쓸려갔다... 우리도 피해가 크지만 코볼트들은 우리보다 더하겠지. 그 증거로 원래라면 영역에 더 침투했을 건데 우리가 반격할걸 염두에 두고 조금밖에 전진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식귀가 그곳에서 나올거라는걸 짐작했었다고 했죠?"

"음... 정확히는 어디서 나올진 몰랐다. 단지 경로를 확인해보니 녀석이 그 근처 방햐으로 가고 있는걸 확인했지"

"그래요?"

루프스는 그녀를 이끌고 조잡하게 만든 지도의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위표가 그려진 장소를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설명했다.

"여기가 제일 처음으로 놈이 출현했던걸로 추정되는 장소야. 우리 부족에서 멀리 떨어져있지만 전선과는 더 떨어져 있지. 하지만..."

그는 손가락을 특정 장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식귀가 움직인 예상경로를 집어줬다.

"이렇게 올라가서 전선에 닿았다. 어쩌면 전선 어디선가 나타날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짐작이 맞다는 듯이 곧장 놈의 등장을 예상케하는 보고가 들어왔다"

공격당한 거점들과 그 근처 다른 거점들의 거리를 비교한것을 확인하면서 말을 이었다.

"지나간 거점들을 보면 알겠지만 놈은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마을을 찾아갔다. 그리고 녀석이 나타난 장소와 시간대를 짐작하면 한가지를 더 알 수 있었지"

"그게 뭐죠?"

"여기 표시해둔 놈의 출몰장소랑 예상시간을 잘 봐봐"

지도에 표시된거중 낮시간에는 농장에서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움막 밀집지역에서 출몰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가장 수가 많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군요"

"그래, 그리고 주변에 있는 생물들을 최대한 잡아먹지, 어떻게 잡아먹는지 흔적이라고는 파괴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말이야"

"그럼, 이걸 토대로 식귀를 유인할 방법이 없을까요?"

"생각해둔건 있지, 일단 전령을 불러주게. 준비를 위해서 녀석이 전선에 전달해야할 지시가 있지"

///

타닷- 탓-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한 숲속. 한 고블린이 늑대를 타고 급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장시간을 달리자 저 멀리에서부터 목책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고블린은 조심히 보관해두었던 조잡한 모양의 깃발을 들고는 목책을 향해 달리면서 목청껏 외쳤다.

"전령이다! 족장님의 지시를 가지고 왔다!"

고블린은 목책에 접근하면서 주기적으로 같은 말을 외쳤고 목책의 위에서 조심히 그를 살피던 고블린들 중 하나가 급하게 전령의 존재를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목책에서 벗어났다.

목책의 앞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고, 안에서 부터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바로 앞에서 대기했다. 반응이 오기까지 오래지 않았고, 곧 목책의 안에서부터 고블린이 나와서 그를 거점 책임자의 앞으로 안내했다.

"족장의 지시라고?"

전령이 찾아간 고블린은 한 움막의 안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족장이 곧바로 전달해 달라고 했다!"

"그럼 어서 말해봐라"

이내 고블린은 자신이 외워온 말을 그의 앞에서 이야기했다.

"... 알았다 이만 돌아가봐도 좋다"

"알겠다!"

전달할 이야기를 다 한 고블린은 빠르게 거점에서 빠져나가 다음 거점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전령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이내 하던 작업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

전령이 도달한 곳은 한곳 뿐이 아니었다. 전선 근처에 위치한 거점이라면 모두 전령의 방문을 받았다.

그 중에는 궁수들 전체를 책임지다가 이제는 아예 전선 전체를 책임지는 프리트에게도 도달했다.

프리트는 자신에게 도착한 전령에게서 루프스의 지시를 받았다. 바로 기괴한 모습의 전장을 확인한 것이 얼마 전이었다. 그리고 이번 지시는 그 전장과 관련이 있었다.

"음... 아무래도 그곳에서 언뜻 봤던 그놈이 역시 짐작대로 영역에서 난리를 치던 놈인가 보군"

가만히 족장이 내린 지시를 생각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지시가 내려올리가 없지. 전장에 나타나는 코볼트들을 최대한 생포해놓으라니..."

그도 루프스로부터 도착한 여러가지 정보를 통해서 자신들의 영역에서 활개치고 있는 녀석의 존재와 그 녀석에 대해서 루프스가 얻어온 정보들을 전달받았다.

개중에는 루프스가 정보를 토대로 짐작한 것들도 있었다. 프리트는 이번 지시가 식귀라는 그놈을 유인하는데 동족을 사용하기 꺼린 루프스가 내놓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올바른 생각이었다. 루프스로서도 같은 부족의 고블린들을 미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생각해낸 것이 자신과는 적대적인 입장에 있는 몬스터들을 생포해서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성공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족장의 생각이라면 뭔가가 있겠지"

그리고 프리트는 거점 내의 고블린들에게 전령이 가져온 족장의 명령을 전달했고, 이내 전선에 존재하는 모든 거점에 정보를 전달했다. 루프스가 보낸 전령이 제대로 모두 도착했다고는 보기 힘들기에 모두에게 퍼트려 놓은 것이다.

///

루프스가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려놓은지 약 보름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동안 식귀는 거점이 아니라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전선 곳곳에서 솟구쳤다. 덕분에 고블린과 코볼트를 가리지 않고 제법 큰 피해가 계속 속출하고 있었다.

"이제야 목표치라고 할 수 있는 수에 도달했군. 물러가거라"

루프스는 자신에게 전선에서의 소식을 전달해준 전령을 물러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움막으로 엘라를 불러들였다.

"애들은?"

"다른 애엄마들에게 맡겨뒀어요. 전선에서 애들 소식 들어온건 없나요?"

"아직까지 다들 무사하다고 하더군. 운이 좋았지"

"휴우.. 다행이네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당장 전선으로 향한다"

"네?"

"전선에서 소식이 들어왔다. 생포한 적들이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그 말에 그가 말하는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그녀는 곧바로 자신도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 다 됐어요"

그녀의 준비는 빠르게 끝났고 이미 준비를 마쳐놓은 루프스는 그녀와 함께 전선으로 향했다.

그 날 하루 꼬박 이동해서 몬스터들을 생포해서 모아놓은 거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족장! 어서와라!"

"프리트, 그리고 스콘드도 있군 파인피는?"

"녀석은 한창 코볼트 녀석들을 막고있다! 그래서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

"음, 그래서 생포한 몬스터들은"

"따라와라 족장"

그리고는 프리트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거점 내에서 독보적인 크기를 가진 큰 움막에 도착했다.

스륵-

안에 들어선 넷은 손과 발이 가죽끈으로 묶여있는 코볼트들과 랫맨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몬스터들을 슥 훑어보던 루프스는 이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도면 실험 할 수 있는 충분한 수는 갖추어 졌군"

그리고 곧장 식귀의 유인을 위해서 밖으로 나서려는 루프스를 향해서 스콘드가 말을 걸었다.

"족장, 이쪽도 한번 실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스콘드는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확인한 것은 생포된 숫자에 비해서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는 움직이는 시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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