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66화 (66/374)

66화

이변

"쏘는거다! 놈들이 여기까지 못오게 계속 쏘는거다!"

"뒤로 못오게 막아! 궁수들한테 접근하게 둬선 안된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의 접경지역, 이곳에서는 지금 한창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두 종족이 한창 맞붙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후방에서 궁수들이 열심히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 앞에서는 중급 고블린들을 필두로 코볼트들의 접근을 최대한 막고 있었다.

코볼트들은 이전 부족의 앞마당까지 쳐들어 왔던 코볼트들이 들고 있던 석궁을 들고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고블린들이 활을 쏘는 족족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고블린들에 비해 우월한것이 한가지 있었다.

코볼트들의 수는 고블린들의 수배에 달했다. 궁병에게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수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줄어들어갔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다는 듯이 빠르게 수가 줄어들지만 그에 못지 않는 속도로 지원이 도착하고 있어서 그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키약! 저것들이 단체로 돌았나! 갑자기 왜저러는거야!"

이전의 전투는 궁수들이 제대로 보급되기 전까지는 서로 일진일퇴하면서 서로 비슷하게 피해를 보곤했다. 그러다가 한번씩 고블린들에겐 중과부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코볼트들이 쳐들어와 순식간에 밀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궁수들이 보급되면서 양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코볼트들의 수가 고블린들과 비슷할 때는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고블린들의 압승이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코볼트들은 두가지의 방식을 취했다. 소수의 강자로 이루어진 기습을 가해오거나 고블린들을 압도하는 숫자로 밀어붙였다.

수로 밀어붙이는 공격은 주변의 지원을 요청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막아왔다. 하지만 중급정도의 코볼트가 스물에서 서른정도가 한번에 뭉쳐서 습격해오는 것은 대응하기가 어려워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것도 고블린 족장인 루프스가 거점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고블린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면서 자연스럽게 대책이 생겼다. 새로 중급이 된 고블린들을 모아서 영역 내를 살피도록 만들어 코볼트들에 대비를 한 것이다.

그렇게 대응을 마치자 두 종족의 전쟁은 더 이상 어느 한쪽이 진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코볼트들의 공격은 고블린들이 어떻게든 대응책을 만들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고블린들의 공격도 코볼트들 나름대로 대응책을 만들었다. 고블린들이 우위를 점 할 수 있는 것은 궁수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볼트들의 영역에서 활동하고자 하면 숨어서 기습하는 코볼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계속 궁수들의 피해가 생겨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교착상태로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영역 내부에서 문제가 생긴 고블린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코볼트들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최근 접경지역에 모습을 드러내는 코볼트들의 수가 늘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투는 단순히 수가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코볼트들이 그 사이에 무슨 짓을 했는지 지원을 오는 코볼트들의 수가 끝이 없었던 것이다. 고블린들도 계속 지원이 도착했지만 이제 근처에 존재하는 거점에서는 모두 지원이 나왔다. 더 지원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상황이라 잠깐 방심했다가는 뚫려버리는 상황이었다.

"지원! 지원은 언제냐!"

상황이 점점 버거워지자 지원을 부르기 위해서 봉화만이 아니라 전령들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지원요청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고블린 쪽에도 지원이 계속 와주어서 어떻게든 코볼트들에게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코볼트들과 고블린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그때...

///

식귀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가지지 못한 루프스는 결국 추리에 의해서 녀석을 유인하는 방법을 짜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식귀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녀석이 위치한 곳이 어디인지를 대략적이나마 알아야만 했다. 고블린들에게 시켜서 영역 내부를 그리도록 지시한 루프스는 지금 눈앞에 조잡한 형태의 지도를 두고 사라진 거점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 이후로 더 이상 피해를 본 거점이 없어서 다행이군. 여차하면 모두를 여기까지 부르는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그렇더라도 우리가 식량이 부족해서 자멸했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루프스가 사라진 거점들을 체크하다 보니 녀석이 움직인 경로를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체크가 끝났을 때는 놈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이건...!"

녀석이 이동할것으로 예상되는 경로를 확인하던 그는 이내 눈을 크게 떳다.

///

프리트는 자주 함께 다니던 파인피와 함께 지원요청이 들어온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키익. 이녀석들이 왜 갑자기 이렇게 몰려 온다는 거지?"

"캬캬캬, 무슨 상관인가 다 쓸어버리면 되는 거다!"

"수가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데 그걸 어떻게 한번에 쓸어버려?"

프리트는 파인피와 함께 잡담을 나누면서 부하 고블린들을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을 풀면서 이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근접했을때 파인피가 시선을 멀리두면서 프리트에게 말했다.

"어라? 저게 뭐지?"

갑자기 의아성을 뱉는 그의 모습에 궁금해진 프리트도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뭐가 있다는 거냐?"

"뭔가 있었던거 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없는 소리 하지 마라, 이제 거의 도착했다 준비해둬라!"

프리트의 말대로 곧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은 도착지점의 풍경을 확인하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목적지에 도착한 둘이 확인한 것은 뿌리 뽑힌 나무들과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거대한 원형 동굴 그리고 곳곳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핏자국 뿐이었다.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한창 전투를 이어가던 곳이라는 것은 곳곳에 버려진 병장기들과 무수한 발에 짓밟혀 일어서지 못하는 풀의 모습을 봤을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식물을 제외한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입을 벌리며 장소를 바라보던 프리트는 조심히 걸어서 동굴이 나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그 동굴 속으로 무언가가 파고 들어가는 모습을 미세하게 나마 볼 수 있었다.

"흡!"

하지만 그 모습을 미세하게 봤을 뿐임에도 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막고 몸을 숨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행히 이곳의 지형을 바꿔놓은 주역이 그를 눈치채지 못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이상행동을 확인한 파인피가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프리트는 손짓으로 그를 물러나 있게 했다.

긴장한채 숨죽이고 있던 프리트는 어느 순간부터 미약하게 느껴지던 땅의 진동이 가시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뭐야, 무슨일이 있었던 거냐?"

"우리 영역에서 난리 친다는 그놈 같다"

"뭐라고?!"

프리트의 말에 파인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그들은 고블린 부족의 족장을 뺸다면 가장 위에 자리하는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루프스가 받는 정보보다는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최근에 받은 정보에는 거점을 박살내면서 돌아다니는 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루프스가 얻어온 정보에 대해서도 그들에게는 이미 전달되어 있었다.

"그게 왜 여기에?!"

"내가 그걸 알겠냐? 어찌됐든 바로 보고를 올려야 한다. 지금 녀석에 대한 정보는 족장이 가장 원하는 정보다"

그리고 둘은 전령을 불러서는 그에게 정보를 들고 루프스가 거주하고 있는 부족으로 향하도록 했다.

"그럼 우리는 이곳을 조사해보도록 하지"

그때 프리트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파인피가 손을 들어서는 자신들이 있는곳과는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그 전에 저 녀석들 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서는 아직 자신들은 여력이 남아있다는 듯이 쳐들어오는 코볼트들이 있었다.

"우리가 상대하기 벅차다! 일단 뒤로 물러나자!"

결국 그날의 코볼트와 고블린의 전투는 특수한 사건으로 전력이 대폭 줄어든데다가 더 이상의 지원할 여력이 없었던 고블린들의 패배로 장식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