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이변
루프스는 엘라와 함꼐 늑대의 위에 올라타고는 빠른속도로 엘프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적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느정도 달려가자 마을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가까이 다가간 루프스와 엘라는 먼저 늑대에서 내려 입구 밖에서 잠시 대기시켜놓았다.
곧 둘은 마을로 들어섰고 바로 촌장이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
똑똑
"촌장님 저 엘라입니다. 루프스님과 함께 왔습니다"
"들어오거라"
촌장의 허락에 둘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지 벽난로 앞의 의자에 앉아있는 촌장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족장님과 엘라가 여기까지는 웬일인가요?"
생각지도 못한 둘의 방문에 무슨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둘에게 물었다.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찾아왔네"
촌장의 물음에 루프스는 가벼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최근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야기에 나오는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것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한편 그의 이야기를 들은 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에 잠겨있었다.
"흐으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군요"
"심각한 일?"
"네, 당신이 말한 존재에 대해서 저는 알고 있는게 있습니다. 다만 저도 직접 보지는 못하고 직접 본 분들한테 전해 들었을 뿐이지만요"
"그 이야기는?"
촌장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그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들이 세상에서 사리진 시간은 벌써 천년이 넘어가요. 그때는 아직 저도 태어나기 300년 전의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제 부모님과 조부님의 세대에 사라졌던 것이죠"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것들은 오래전 갑작스레 세상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들을 부르는 호칭도 제각각으로 주로 많이 붙은 호칭은 '공복귀' 또는 '식귀' 라고 불렸다고 한다.
"일단 그것들은 생명체라고 하기 모호한 존재들이예요. 당신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두더지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지요? 그건 원래 두더지였던 생물에 그들이 들어간 거예요. 제가 전해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의 본체를 직접 확인한 이들은 많지만 누구도 직접 만져본 이들은 없다고 해요. 마치 그곳에 있지만 동시에 그곳에 없는듯한 모습이라고 하더군요"
"두더지의 속에 들어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기에는 외형만 비슷할뿐 그 크기나 세세하게 본다면 명백히 다른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고 하는데"
"원형은 두더지가 맞아요. 아마 이전에는 이 땅의 지하에서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니던 생생한 두더지 였을거라고 생각해요. 단지 그들이 들어간다면 외형의 변형이 일어난다고 해요. 오우거에 필적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요? 아마 그것이 두더지의 몸속에 들어간지는 수년의 시간이 흘렀을 거예요. 생물의 안에 들어가서 그 모습과 가진 힘을 점점 변화시킨다- 그것이 그들이 가진 특징 중 하나죠"
"생물의 안에?"
"네, 아! 그렇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녀석들은 살아있는 생물의 속으로 들어가 몸의 원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을 없에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육체를 얻어요. 하지만 그게 가능한것은 중립생물들에게만 통용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희가 속한 인류종이나 당신이 속한 몬스터종이라면 그들이 안으로 들어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들이 상대의 육체를 차지하는데는 여러가지의 조건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점 한가지가 중립생물일 것이라는 거다. 그 이유로는 당시에도 의견이 분분했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설은그들을 담당하는 신의 존재 유무라고 한다. 인류는 다양한 신을 믿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믿는 신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들 중에 신앙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몬스터들도 그들 종족 하나하나 그들을 돌보는 종족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둘의 경우 그들이 믿는 신들이 그들로부터 보호를 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이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중립생물들에겐 그들을 보호해줄 보호자가 존재치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립생물들이 그들의 표적이 된다는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 나타난 그것은 분명 천년전 사라진 식귀들이 분명해요"
"녀석을 물리칠 방법은 없는건가? 이야기만 들어도 내가 상대를 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직접 전투로 이기는것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어요. 분명 당신은 축복을 세번 받았다고 했었죠?"
끄덕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기준으로 당신들의 등급을 설정해 두었죠"
인간들이 정해놓은 등급은 즉 자신이 항상 보는것과 같은 설정으로 생각된다. 등급의 기준은 그들이 가진 힘으로 상대가 가능한가의 여부라고 한다. 즉 최하급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어느정도 대항이 가능한 몬스터를 최하급의 몬스터로 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등급에 따르면 당신은 상급의 몬스터죠. 인간들도 몬스터들이 받는 축복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축복을 받은 몬스터들은 한등급 위의 힘을 보여준다는게 그들의 의견이죠. 실제로 많은 표본을 기준으로 설정된 이야기니 그리 다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당신이 말한 식귀라는 녀석은 어떻지?"
"놈들도 성장을 하니 제가 이야기하는게 정확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추측하는 것은 가능하겠죠. 땅에서부터 두더지의 모습을 하고 튀어나왔다는 것은 녀석은 그들 중에서 가장 약한 이들일 확률이 높아요. 아니 이 이야기 전에 그 녀석들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해드리는게 낫겠죠"
그것들 통칭 '식귀'들은 일종의 계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들이 한등급 위로 나아가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로 검의 숙련도라거나 일정 수의 적을 격파한다든가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한등급 위의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그보다는 간편하게 단순히 전투를 겪어 나가면 자동적으로 그 힘이 증가해 등급이 올라갈수가 있다. 그리고 중립생물들은 단지 오랜시간을 살아간다면 성장해나간다.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성장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에는 각각 패널티가 들어간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처음 겪는 직업 또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내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단순히 전투의 경험만이 그들의 격을 올려주지만 언제 한걸음 나아갈수있는지는 그들 스스로도 알수가 없다. 게다가 전투를 경험하지 못하고 그들 사회 내부에서 생산활동만으로 살아가는 몬스터들은 격을 끌어올릴 기회가 없다. 마지막으로 중립생물들은 시간의 경과이지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그들 스스로는 알 수 없고 그런 생각을 가질정도로 이성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걸음이라도 나아가지 못한다면 매우 약한 상태로 지내 격을 끌어올리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식귀들은 그들과 비교하자면 이질적이다. 그들에게 그런 규칙은 무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중 가장 약한 이들도 족히 최상급에 달하는 몬스터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강해지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그 조건은 매우 간편하고 그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그들이 강해지는 조건은 다름아닌 '먹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식귀가 아니었다면 여러모로 패널티가 있을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식귀'라 불린다. 항상 무언가를 먹고 있고 먹으려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동시에 그들은 '공복귀'이다. 그들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는다. 마치 만복의 개념이 없다는 듯이 육체의 수용한계를 넘어서는게 분명할 정도로 먹어도 그들은 먹는것을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그들의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것을 순식간에 소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꿀꺽
"내버려두면 둘수록 점점더 강해진다는 이야기인가?"
"그래요. 그러니 그들은 발견하는 즉시 토벌하는게 원칙이예요"
"하지만 아까의 이야기로는 그들은 토벌이 불가능한게 아닌가?"
"토벌이 불가능한건 그들의 본체예요. 그들이 움직이는 육체 자체는 토벌이 가능하지요. 뭐... 본체의 토벌이 불가능하니 계속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그것들이 가진 힘의 총량은 육체에 저장되요. 그러니까 육체를 잃어버린다면 그들이 가진 힘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거지요"
"옛날에는 저런걸 어떻게 잡은건지..."
"그때도 제가 이야기한것처럼 나타날때마다 잡았다고 해요.그리고 그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들보다 강자들은 항상 존재해 왔어요.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 중 아직 살아있는 이들이 있는걸요? 그리고 천년전에는 그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지금에 와서는 저희처럼 오랜시간 살아오는 이들이 아니라면 식귀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식귀들이 왜 사라졌는지는 저도 알지 못해요. 하지만 제가 태어나고 어느정도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 제 아버지가 저에게 해주신 이야기가 있지요. 아니, 정확히는 그 전부터 점점 번지는 이야기. 인류의 신들과 몬스터들의 신들이 힘을 합쳐서 그들의 본체를 한곳에 모아서 봉인시켜 놓았다는 소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나타났다는 거로군. 그리고 부족을 위해서도 당신들과의 동맹을 위해서도 놈은 꼭 잡아야만 하는거고..."
골치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던 루프스는 이내 한숨을 내쉬더니 촌장에게 부탁했다.
"후우... 일단 그것들이 어떤 존재인지는 알았다. 그래서, 놈들이 가진 약점은 없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