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이변
아이들은 어느정도 자라나 조금의 시간만 더 지나면 기병으로서 전투에 나설 수 있을정도였다. 그리고 궁병들도 충분히 전선에 보충되고 있어 그들 덕분에 코볼트들과의 전선은 밀리는 일 없이 순조롭게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다. 게다가 전투가 지속되면서 축복을 받는 고블린들은 점점 늘어나서 이제는 갓 성체가 된 고블린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소한 한번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 태어난 루프스와 엘라의 아이들도 한번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엘라의 손에 잘 커가고 있었다.
그렇게 루프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에 흡족해하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작업에 모든 초점을 두고 생각해오다보니 그의 하루 일과도 전체적인 일을 둘러보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부족은 그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영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의 계획을 훼방놓고 있었다.
그 날도 전선에 한번 갔다온 루프스가 휴식을 위해 자신의 움막 안에서 몸을 누이고 있었다.
"족장! 족장!"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이 들려던차에 밖에서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왔다.
"큰일났다! 족장!"
다급한 목소리에 슬쩍 몸을 일으키던 그의 눈에 황급히 그의 움막으로 들어서는 고블린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냐?"
고블린의 태도가 심상치가 않자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루프스는 침착하게 물었다.
"영역 내 거점이 다수가 사라졌다!"
"음?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놀란 그는 그 말에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거점이! 여섯개나 사라졌다!"
"어... 어째서?! 원인... 원인은 알아냈나! 혹 또 망할 코볼트 놈들이 우리도 모르는세 영역으로 침투한건 아니냐!"
영역 내의 거점이 여섯개나 사라졌다는 소식에 당황한 루프스는 자신도 모르게 소식을 들고 온 고블린을 추궁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고블린은 그 원인에 대한 증언을 듣고 이곳을 찾아왔다.
"코볼트는 아니다. 다행히 생존자가 있어 그들이 증언해줬다"
"코볼트가... 아니라고? 그럼 거점이 사라진 원인이 뭐냐?"
아직 냉정을 되찾지 못한 루프스는 고블린을 추궁했지만 이내 태도를 바꿨다.
"아니지, 아니야... 증언을 한 이들이 있다는건 생존자들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 그렇다 족장"
"그들을 이곳에 데리고 와라. 내가 직접 듣겠다"
"알겠다!"
루프스가 당황해하는 모습에 얼떨떨해있던 고블린은 그가 생존자들을 데려오라는 지시에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
고블린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루프스는 이내 머리를 쥐어싸맸다.
"또 무슨일인거야! 아직 코볼트들이랑 전투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코볼트들에게 이기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부족의 전력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상정하지 못하고 있던 사태가 발생했다.
"별일 아니길 바라지만... 거점이 다수 사라진걸 보면 절대 그런건 아닐테지..."
잠시 신세한탄을 하던 그는 곧 고블린이 생존자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족장! 데리고 왔다!"
덜덜덜
그가 데리고 온 생존자 고블린은 온몸을 벌벌 떨면서 그의 앞에 도착했다.
"조... 족장 불렀다?"
"그래"
루프스가 잠시 유난히 왜소해 보이는 고블린의 모습을 보고는 그에게 물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그... 그게..."
고블린은 벌벌 떨면서 그의 질문에 대답하려 했지만 말을 한글자 한글자 꺼낼때마다 당시의 일이 생각난다는 듯이 온몸을 떨면서 더듬더듬 말을 뱉어냈다.
"그... 그건... 두...더지... 아...아니... 괴.. 괴...물이...었어...요... 노...놈이 팔 하...한번 휘...두를 ...때마다..."
그래도 그가 목격한것을 이야기를 해야만 어떻게든 대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억지로라도 대답하려 노력했고 결국 한글자씩 말하면서 어떻게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다.
"..."
"..."
생존자를 데리고 왔던 고블린과 루프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명에 따르면 생전 처음 듣는 기괴하고 이질적인 괴물의 모습에 두 고블린 모두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끄응..."
코볼트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한탄하던 루프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심각함을 통감했다. 이야기에 따르면 다른 고블린들은 그것에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버텼다고 이야기 할 만한 이는 당시 보초를 서는 고블린들을 감독하던 거점의 책임자인 중급 고블린 뿐이었다.
생존자가 한창 도망치던 도중에 거점의 낌새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가 밖에 있던 보초들과 사냥을 나갔던 고블린들을 규합해서는 그들의 거점을 지키기 위해서 들어섰었고 그들 덕분에 생존자들이 거점에서부터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로 추정하자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은 일반 고블린들이 가진 힘과 비교할때 월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녀석을 상대로 어떻게든 잠시라도 버티려면 책임자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중급은 되어야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크으으... 이거 참..."
내심 심각한 일일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별일이 아니길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직접 들어보니 그의 희망을 무참히 깨부수는 심각한 사항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두 고블린에게 몇가지를 더 물어보고는 물러가게 했다. 두 고블린이 물러나자 루프스는 먼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부족내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엘라를 불러들였다.
그녀는 아이들에 한참 시달리다가 왔는지 눈밑이 거뭇하게 물들은 상태로 그의 움막에 들어섰다.
"무슨 일이예요?"
"후우... 심각한 일이 생겼다"
움막에 들어선 엘라에게 루프스는 생존자가 자신에게 해준 이야기를 그대로 그녀에게 전달했다.
"음... 그런 이야기만 가지고는 단서가 부족한데... 습격당한 거점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확인은 했나요?"
끄덕
"일단 이야기는 들어뒀다. 얼마나 사나운 놈인지 성한 모습이 전혀 없다더군"
"다른 특징은 없나요?"
"한가지가 있기는 한데..."
"그게 뭐죠?"
"... 전멸한 마을에 모두 큰 구덩이가 있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마을에 생명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던데"
"생명의 흔적이 없다뇨?"
"조그만 벌레 하나 없었다고 하더군"
"..."
루프스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증언과 일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설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잠시 후 미간을 찌푸리더니 마치 짐작가는것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생각나는게 있나?"
"한가지가 있기는 한데... 하지만 이들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지는 한참이 지났어요"
"뭔가가 있기는 있다는거군"
루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그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생존자의 증언과 마을의 상태를 보면은 짐작이 가는 존재가 하나 있어요. 하지만 이것들은 고블린들이 죽어나가던 시기 보다 훨씬 전부터 그 모습을 감춘 존재들이 있어요. 이들은 워낙 특이해서 그 모습과는 별개로 인류, 몬스터, 중립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요"
"그런게 있었다고?"
"예,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세상에 있는 모든 생물을 적대하고 있죠. 정확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먹이로 생각한다고 해요"
"직접 본적은 없는건가?"
"당연하죠. 그것들이 세상에서 사라진지는 이미 천년이 훨씬 넘었어요"
"그럼 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이들은 없는건가?"
"음... 아마 촌장님은 그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을거예요. 그들 때문에 세상이 소란스러워 진것이 촌장님의 한세대 위의 시대에 생긴 일이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루프스는 곧바로 자리엣 일어나더니 엘프들의 마을로 향했다.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해서 알아야만 승산이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승률을 올리기 위해서 루프스는 일말의 긴장을 품고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