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62화 (62/374)

62화

이변

그렇게 루프스는 고블린들의 전력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늑대들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동으로 기병으로서의 기틀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전선에서 하급으로 올라선 고블린들 중 궁술을 습득하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고블린들이 내려와서 궁수로서 훈련을 받고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올라가는 이들과 훈련을 받으러 내려오는 이들의 수가 전체적으로 비슷하니 그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 스스로는 엘라와 함께 아이들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처럼 한번의 성교로 임신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같이 하다보니 채 이주가 지나지 않아 그녀는 두번째 임신에 성공했다. 처음과는 달리 그녀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메세지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달의 가임기간은 그녀가 임신한것을 빠르게 인식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고블린 부족이 가진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가 상급 코볼트를 한마리를 잡으면서 그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지 전선에서 더 이상 그와 같이 상급에 달하는 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고블린들로도 그들을 막는데 그리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다.

상황이 자신의 생각대로 술술 풀리고 있는것에 안도하고 있던 루프스였지만 그가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생긴것은 엘라가 아이들을 출산하고 약 한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

작물재배법이 고블린 부족에서부터 바깥의 거점으로 전달되면서 고블린들의 생활양식에 변화가 있었다. 육류를 원하는 고블린들은 아직 직접 나가서 사냥을 해오지만 작물재배를 하면서 그렇게 밖으로 나가는 고블린들의 수가 줄었다. 그리고 거점에 남은 고블린들은 식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대체로 부족의 내부에서 남아있었다.

우르릉-

거점 주변의 안전을 위해서 정찰을 나간 고블린들 그리고 육류의 공급을 위해서 사냥에 나선 일부의 고블린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블린들은 부족의 안에서 작물을 키우기 위해 만든 밭에서 영양분을 뺏어가고 있는 잡초들을 뽑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르릉-

잡초를 뽑던 고블린들중 비교적 강자에 속하거나 감각이 민감한 고블린들은 바닥으로부터 느껴지는 기이한 울림에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느낀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듯이 다시 한번 땅에서부터 울림이 올라왔다.

우르릉-

"캬...캭? 뭐... 뭐냐?"

"땅이... 울린다!"

"캭... 이게 무슨일이냐!"

땅울림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는 고블린들이 디디고 있는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르릉-

"여... 여기서 나가자! 느낌이 좋지 않다!"

마치 땅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듯이 땅의 울림은 점점 커지고 급기야는 한번 울릴때마다 고블린들이 균형을 잡고자 노력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고블린들은 재빨리 그들이 작물을 키우고 있던 밭에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쿠콰가가가가가각-

그리고 고블린들이 채 반도 도망치지 못했을때 땅에서부터 그것은 튀어나왔다. 밖으로 뛰쳐나온 그것은 환한 햇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괴성을 질렀다.

끄꺼거거거까까까끼끼기기기-

그것은 마치 두더지를 닮은 형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두더지와는 달랐다. 기껏해야 쥐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두더지와는 달리 이것은 고블린들에 비해서 족히 다섯배는 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크기만으로는 족히 오우거에 필적하는 두더지였다.

그리고 두더지의 몸은 마치 오랜시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듯이 삐적 말라서는 살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손톱과 발톱 그리고 이는 강철도 잘라낼듯이 날카로운 예기를 뿌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부위를 제외하고는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와 자연스레 풍기는 기세는 넋놓고 있던 고블린들에게 위압감을 뿌리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모습을 드러내고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두더지와 닮은 생물의 모습에 그것에게 동족이 갈려나갔던 모습을 잊은 한 고블린이 접근해서 가벼운 접촉을 시도했다.

"오..."

그리고 그 순간 그 알수 없는 생명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직

그 시작은 그것에 접촉했던 고블린이었다. 아무생각 없이 접촉을 시도했던 그는 손짓 한번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고 그를 시작으로 두더지는 고블린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끼게게게겍

퍽- 콰직- 촤악- 촤악-

놈의 움직임은 그 빈약한 몸에서 나온다고는 생각 할 수 없을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더지의 손아귀에 죽어간 고블린들은 남아있는 고블린들의 반에 달하는 수였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그런 적의 모습에 기가 질려 버렸고 그들은 재빨리 그것으로부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블린들에게는 다행이게도 두더지의 관심사는 그들이 아니었다. 두더지의 관심사는 다름아닌 그의 발치에 쌓인 고블린들의 시체였다.

푹-

콰드득- 콰직- 까드드득

잠시 시체를 바라보던 두더지는 이내 손톱에 고블린들의 시체를 꽂아넣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지고 가더니 씹어먹었다. 도망치던 고블린들중 일부는 뒤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그들은 꿈에나올까 끔찍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분명히 방금까지 겉으로 보이던 입은 하나였지만 어느새 고블린 시체를 쌓아놓고 그곳에 몸을 누이고 있는 두더지의 몸에서는 온몸에 입이 돋아나서 고블린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키...키에에엑!"

"흐키이이이!"

그런 두더지의 모습에 잠시 멈칫했던 그들은 온몸에 두려움이 엄습하자 자신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으로 두더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공포에 이성을 잃은 그들이 두더지에게서 도망치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비록 잠깐 사이에 정신을 차린 고블린들이 다수가 있었지만 이 잠깐이 그들의 생사를 가르고 말았다.

어느새 온몸에 나타난 무수한 입으로 자신의 지척에 널려있던 고블린들의 시체들을 전부 포식한 두더지는 더 이상 주변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 그것에게서 달아나고 있는 고블린들에게 달려든 것이다.

두더지가 달려든 대상은 당연히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고블린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가까이 위치했던 고블린들은 두더지의 모습을 확인한 고블린들이었다.

순식간에 고블린들에게 도달한 두더지는 다시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 가까이 있는 고블린들을 무차별로 공격하더니 이어서 마찬가지로 그 시체를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블린들의 시체를 섭취하는 두더지는 마치 아귀 처럼 게걸스럽게 그들을 뜯어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듯이 끊임없이 그들을 먹어치웠다.

결국 공포스러운 두더지에게서 도망칠수 있었던 것은 단 둘의 고블린들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들이 단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달린데다가 도중에 거점에 변고가 있음을 눈치채고 달려온 보초들과 사냥을 나간 고블린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블린들은 그 참상의 원인을 한동안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다.

거점에서 빠져나온 두 고블린들은 단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아 정확히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달리면서 귓가에 들려온 다른 고블린들의 비명과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그들의 뒤에서 일어난 일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들도 다른 고블린들 처럼 공포에 질려있었다. 다른 이들과 다른점은 그들은 단 한번 두더지를 관찰함으로서 뒤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못 할 정도로 공포에 질려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거점을 빠져나와 결국 부족에 도착해 루프스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달해주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