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코볼트
평소 사용하지 않던 방식의 능력을 사용하다보니 슬슬 버겁게 느껴지고 있을때 그것은 날아왔다.
핑-
자신의 후방에 위치한 한 나무에서부터 출발한 한줄기 빛과같은 그것은 마치 빨려들어가듯이 루프스가 상대하던 코볼트의 눈으로 파고들어갔다.
푹-
"끄워어어어!"
고블린들과 코볼트들 모두 루프스와 코볼트 대장이 싸우는 곳에서는 시선은 커녕 그 근처로 얼씬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둘의 싸움은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나 코볼트 대장의 능력때문에 그들의 근처에 다가가다가는 그 공격에 오히려 가까이 까지 도달한 이가 다치거나 죽는다. 거기에 루프스도 분신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몸이 두개가 있는것과 같아 접근하기가 꺼려지는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코볼트 대장은 방심하고 있었다. 설마 저렇게 격렬하게 싸우는 중에 그를 쏘는 이가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화살은 루프스의 분신으로 지시를 받은 엘라가 쏜 것이다. 루프스가 엘라가 있는 장소와 분신의 움직임과 관련된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상황인 것이다. 루프스의 분신은 그가 미리 임력해둔 명령대로 움직이는 방법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그가 직접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등의 방법이 있다. 단 후자의 방법은 한번에 두가지 이상을 생각해야만 본체를 포함해서 움직 일 수 있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지금은 전자의 방법으로 엘라가 있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과 코볼트에게 충분한 빈틈이 만들어질 공격을 해달라는 지시를 전달하는 정도의 명령만 입력되어 있었다.
엘라의 화살은 그의 부탁대로 코볼트의 눈을 꿰뚫었고, 고통과 한순간에 줄어든 시야에 주춤한 코볼트를 향해서 기회를 잡은 루프스가 달려들었다.
달려든 루프스는 그대로 그의 목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고 그것이 코볼트 대장의 끝이었다. 만약 그가 오크와 같이 맷집이 강했거나 방어와 관련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한방에 끝나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무엇하나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후우..."
간신히 코볼트와의 전투를 끝낸 루프스가 긴장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아직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전투가 한창인 곳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곳에 펼쳐진 광경은 생각보다 막상막하의 상황을 보이는 두 몬스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쏴-! 쉬지않고 계속 쏘는거다!"
핑- 핑-
숲의 나무위에서는 비록 처음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양이지만 화살이 계속 쏘아지고 있었다.
"막아! 우리가 뚫려서는 안된다!"
"밀어붙여! 녀석들이 균형을 잃으면 그게 우리에겐 기회가 된다!"
고블린들 중 화살이 이미 다 떨어지거나 아직 능력을 얻지 못한 일반 고블린들이 앞으로 나서서 코볼트들이 후방에 닿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비록 저지력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후방의 도움이 있어 그럭저럭 막을 수는 있었다. 후방의 고블린들은 코볼트들을 향해서 계속해서 활을 날리고 있었다.
코볼트들은 전투가 지속되자 먼저 자신들에게 계속 날아오는 저 화살들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날아오는데 자신들은 반격 할 방법을 잃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코볼트들의 앞은 고블린들이 결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고블린들도 뚫려서 그들을 후방으로 보내면 자신들이 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볼트들은 계속 피해가 누적되자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 이미 죽어 쓰러진 동족의 시체를 이용했다. 코볼트의 시체는 그들에게 방패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들은 시체를 앞세워서 길을 뚫고자 했고 고블린들은 뚫고자 하는 이들을 막고 후방에서는 시체를 들지 않은 순간 뚫리면 자신들에게 다가올수있는 코볼트들을 먼저 저격했다.
그렇게 루프스가 바라본 전황은 서로 죽고 죽이면서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 전투의 상황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 루프스는 혼잡한 전투에 끼어들었다. 시작은 코볼트들의 측면에서 부터 였다.
"캬앗!"
그는 일직선으로 달려가서는 도끼를 휘둘렀다. 정면의 고블린들을 상대하느라고 아직 두 우두머리의 싸움에 결과가 나왔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코볼트들에게는 그것은 일종의 재앙이었다.
퍽-! 푸확!
"크악!"
"켕!"
루프스가 휘두른 도끼는 지금 전투중인 코볼트들이 감당 할 수 없는 힘이 실려있었다. 그런 도끼에 제대로 얻어맞은 세마리의 코볼트들이 한순간에 그자리에서 두동강이 나거나 큰 자상을 몸에 새겼다.
루프스는 그렇게 나가떨어지는 코볼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직 두발로 서있는 코볼트들을 향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퍽!
후웅- 퍼억!
도끼는 인정사정 없이 휘둘러졌고 그런 도끼에 얻어맞은 코볼트들은 처음 얻어맞은 코볼트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제대로 맞는 순간에 즉사의 상처를 그렇지 않고 단순히 스쳤음에도 최소한 중상의 상처를 입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족장이 돌아왔다!"
"키야앗! 우리가 이길수 있다!"
"캬하하하, 원래부터 우리가 이런놈들에게 질리가 없었다!"
어느순간부터 코볼트들의 공세가 주춤하는 것 같자 고블린들도 이상을 깨달았는지 저도 모르게 시야를 넓혔고 그 순간에 루프스가 코볼트들을 상태로 분투하고 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족장에게 짐이 될 수 는 없다!"
"이런 놈들이 우리를 막을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게 루프스를 확인한 고블린들은 사기충천해서는 지금까지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는게 거짓이었다는 듯이 코볼트들을 밀어붙였다.
"크어엉! 밀린다!"
"깨해앵! 아... 아차!"
정면에서 고블린들을 막고 있던 코볼트들도 자신들의 후방에서 소란스러움이 들리는데다가 바로 앞에서 고블린들이 소리치는 모습에 상황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말하는 족장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장이랑 바로 좀전까지 싸우고 있던 모습을 확인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 그들의 족장이 끼어들었는데 자신들의 대장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것은 그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거기에 고블린들이 그들 족장의 승리에 광란하듯이 몸을 사리지 않고 돌진해오자 오히려 그들을 밀어붙이던 코볼트들이 밀어붙여지게 되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코볼트들중 아직 제대로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던 일부는 슬금슬금 뒷걸음 치기 시작했다. 아직 루프스와 고블린들이 그들을 눈치챌 상황이 아니기도 했고 상황의 불리함이 이제 막 눈에 띄기 시작하는 정도라 벌써부터 도망가는 이들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던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도망칠수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는 코볼트가 생기자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대부분의 코볼트들은 이제는 단체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방의 코볼트들은 앞에는 고블린들이 바로 뒤에는 그들의 족장이 버티고 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코볼트가 점점 도망치기 시작한 후방에서는 그런게 없어서 그런지 하나 둘 전장에서부터 도망치는 코볼트들이 늘고 있었다. 화살을 쏘고 있던 고블린들은 그제야 그것을 눈치챘고 그들은 도망치는 코볼트들을 모두 잡을 수 없더라도 최대한 잡고자 그들을 향해서 화살을 쏘아댔다.
루프스도 그런 상황을 깨달았고 실제로 시야의 끝에서 점점 도망치고 있는 코볼트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도망치려는 코볼트들을 때려잡기는 하지만 굳이 멀리까지 쫓아가서 죽이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 숲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는 이곳은 엘프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숲이고 이곳에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식물로 이루어진 함정이 이곳 저곳에 도사리고 있다. 거기에 고블린들이 합류하면서 그 이외에도 원시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함정들 또한 숨어있었다. 이곳은 고블린과 엘프 두 종족의 본거지를 지키기 위해서 정해진 길을 가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함정을 겪도록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코볼트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남아있는 코볼트들이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하나 둘 고블린들을 상대로 버티던 코볼트들은 쓰러져갔고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했던 강자들은 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기 시작한 루프스에게 하나 둘씩 참살당했다.
그렇게 루프스가 코볼트 대장을 잡은지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그들이 서있는 자리에는 오로지 고블린들과 세 엘프들 그리고 코볼트들의 시체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