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56화 (56/374)

56화

코볼트

루프스가 휘두른 도끼가 코볼트의 머리를 쪼갤듯한 기세로 내리쳐졌다. 머리위에서 내리쳐지는 도끼를 확인한 코볼트는 한방에 당해줄 생각은 없다는 듯이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서는 흘려내듯이 막아냈다.

캉- 챙-

도끼와 검의 마찰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루프스의 공격을 막은 코볼트는 그 복수를 하려는 듯이 검이 그의 몸통을 향해서 찔러들어갔다. 루프스는 코볼트의 능력 떄문에 검에서 발출되는 무언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몸을 옆으로 뛰어서 피해냈다. 그리고 동시에 코볼트가 공격하는 사이에 후방을 잡은 분신이 움직여 그의 몸통에 도끼를 박아넣었다.

"크허엉!"

몸에 박힌 도끼 때문에 괴성을 토해낸 코볼트는 팔을 휘둘러서 뒤쪽에 있는 분신을 물러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뒤로 훌쩍 뛰어서는 둘을 모두 자신의 시야에 들어게 했다. 루프스와 그 분신은 생김새만으로는 구분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니고 있는 힘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인지 그 기세에서 차이가 나 그것만으로 둘을 구분해야만 했다.

잠시간 대치하던 셋은 루프스의 분신이 달려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분신은 도끼를 가지고 코볼트를 교란시키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히겠다는 공격이 아닌 상대가 혼란하기만을 원하는 속도 위주의 페이크 공격이었다. 당연히 그런 공격에 코볼트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페이크성 공격의 중간중간에 루프스의 본체가 직접 찔러넣는 공격이 들어가 있었다. 분신의 공격에 혼란을 받고 있던 코볼트는 별다른 반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대로 루프스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하지만 코볼트도 멍청하게 공격만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분신이 본체에 비해서 그 힘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코볼트는 검을 마치 몽둥이 휘두르듯이 휘둘러서는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고는 루프스를 향해서 검을 연달아 찔러넣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듯이 능숙한 동작으로 검을 찔러넣었다가 빼는 동작이 깔끔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검을 찔러 넣을때마다 검에서는 팡- 하는 소리를 내면서 무언가가 마치 총알이나 화살이 쏘아지듯이 날아가 루프스의 몸을 노렸다.

루프스는 코볼트의 검에서 수시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것에 이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것이라는 확신도 있어서 그 고민은 침상에서 일어나고 부터 계속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공격 당한 것과 방금 고함을 지르더니 고블린들을 정확하게 공격하는 모습 등을 확인하니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대략 확신이 섰다.

'아마, 공기와 관련된 능력이겠군. 그것이라면 왜 검에서 발출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고함 한번으로 숨어있는 고블린들을 어떻게 감지한 것인지 설명이 가능하겠어'

정확히 어떤 원리에서 무엇을 동력으로 사용되는 능력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것은 결국 본인이 말하기 전에는 그 이외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가 알 수 있는것은 코볼트가 검에서부터 무언갈 날리는 것은 갑작스레 진공이 된 장소에 공기가 몰리면서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원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함으로 고블린들의 위치를 알아낸것은 마치 박쥐가 음파로 주변을 확인 할 수 있는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추정은 할 수가 있다.

코볼트의 검으로부터 짧은 텀을 두고 날아오는 공격에 머릿속으로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루프스가 제대로 검끝을 바라보면서 튀어나오는 공격을 하나하나 피해냈다. 그 직후 분신이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는 계속 일정한 패턴의 반복이 이어졌다.

그렇게 일종의 고착상태가 계속 이어지자 먼저 움직인 것은 코볼트 쪽이었다. 계속 이대로 전투가 이어지면 결국 소모전으로 돌입할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신을 사용해서 스테미너 소모가 줄은 루프스보다 홀로 감당해야하는 본인에게 더 불리하다고 생각한것이 원인이었다. 실제로는 오히려 루프스쪽이 분신을 유지하는데 능력에다가 마력의 소모가 추가되기 때문에 배로 소모하지만 그것은 코볼트가 알수가 없는 정보였다.

코볼트는 먼저 하던데로 루프스의 분신을 밀어내더니 이번에는 검을 휘두르고 찌르는 표적을 루프스가 아닌 주변의 적 고블린들을 향했다. 그들 두 우두머리의 싸움 바로 옆에서는 고블린과 코볼트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어느새 석궁을 모조리 잃은 코볼트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고블린들도 그들의 석궁에 의해서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들중 어느새 화살이 다 떨어져 버려서 코볼트들과의 정면 승부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코볼트들은 멀리서 활을 쏘는 이들에게 접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나씩 수가 줄어들면서 동시에 정면에서 달련드는 고블린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불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코볼트 대장이 나선것은 그런 상황에서였다. 일단 밀리는 전황에 그가 개입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고는 여유 병력이 생겼을때 자신을 도와 루프스에게 미끼로라도 써먹을 수 있는 부하들로 써먹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가 휘두른 검에서 부터 공기가 방출되자 그 경로에 있던 고블린들이 무언가 휘둘러진 몽둥이에 얻어맞듯이 코볼트들로 부터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코볼트 대장은 고블린들을 향해서 연이어서 검을 찌르고 휘둘렀다. 그의 공격은 등급의 차이 때문에 코볼트들과 싸우던 고블린들에겐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위협을 지닌 것이었다.

하지만 코볼트 대장이 고블린들에게 무기를 휘두른것도 그리 긴 시간이 가지는 않았다. 루프스가 그런 코볼트 대장을 보고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고블린들과 코볼트들의 전장 상황이 바뀌면 그것이 자신과 코볼트와의 전투에도 변수로서 작용할 것이란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루프스도 코볼트가 돌발행동을 보일때 재빨리 그에게 다시 공격을 가하려고 한 것이다. 다만 그의 행동이 자신의 생각보다 빨라 그를 견재 했을 때는 어느새 일부의 고블린들이 당한 뒤였다.

후욱-

루프스는 고블린들을 공격하고 있는 코볼트의 뒤를 잡더니 그를 향해서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카앙-

그리고 코볼트는 하도 그와 그의 분신에게 뒤를 잡혀서 그런지 그가 공격을 가하자 알고있었다는 듯이 뒤로 돌아서 다시 그를 공격해갔다. 코볼트의 행동으로 전장의 상황에 영향이 미쳐서 다수의 고블린들의 희생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행인점이 있다면 곧바로 코볼트들이 그들의 대장을 도우러 올 수 있는 상황인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코볼트의 돌발행동을 계속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면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은 뻔했다.

코볼트의 수작질에 루프스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그 스스로도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먼저 시작한 것은 만들어 두었던 분신을 지워버린 것이다. 정확히는 완전히 지운것이 아닌 아무 힘도 없는 분신을 엘프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향해서 보내놓고 그 자신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코볼트에게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루프스가 분신을 없애자 그를 상대하는데 좀 더 편해지겠다 싶었던 코볼트는 이어지는 상황에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을수밖에 없었다.

캉- 카가강- 채챙-

루프스의 도끼가 한번 휘둘러질때마다 코볼트는 어디를 막아야 될지 망설여야만 했다. 휘두름은 한번이지만 그에게 다가오는 도끼는 두자루, 세자루 심지어 네자루까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코볼트에게 다행인 점은 그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막아내기가 힘들긴 하지만 동시에 실려있는 힘도 늘어나는 수에 비해서 반비례하듯이 약해지고 있어 네자루가 날아오는 경우는 그냥 몸으로 받아내도 약간의 충격을 제외하면 별다른 피해도 없었다.

하지만 눈이 현혹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에게 여러모로 피해를 주고 있었다. 루프스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도끼는 수와 실려있는 힘이 서로 반비례하지만 실제 도끼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의외로 막아내기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생명이 아닌 무기물이 지닌 힘을 파악하는데 그 기세로 파악하기가 어려워 어떤 도끼가 실제 도끼인지를 판별하기도 힘들었다.

루프스의 능력으로 분신만을 떠올려 그에 대한 대처만을 생각했던 코볼트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그의 능력에 애를 먹었고 그 사이에 그들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줄 한줄기의 빛이 날아들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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