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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55화 (55/374)

55화

코볼트

코볼트들의 석궁 공격에 당황한 루프스는 고블린들에게 몸을 피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스스로도 나무의 뒤로 몸을 엄폐시켰다.

'어떻게 놈들이 저런걸 가지고 있는거지? 녀석들의 기술이 석궁을 만들어낼 정도로 출중했다고? 아니지, 그랬다면 이미 전선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한 녀석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일은 전혀 없었다고'

루프스는 어떻게 코볼트들이 저런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혼란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런걸 생각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느긋하지 않았다.

핑-

나무에 몸을 엄폐하고 있던 루프스의 머리 바로 옆으로 화살이 스치듯이 날아갔다. 순간 스치고 지나간 화살에 머릿속이 얼어붙듯이 새하얘져서 아무생각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큭"

다시 정신을 차린 루프스가 일단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지휘자라고 할 수 있는 프리트와 엘라는 자신의 바로 근처에 있어 서로 의논을 하기에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엘라, 프리트 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으로 뭐 떠오르는건 없나?"

루프스는 예상밖의 적의 반격에 머리가 굳어져서 그런지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않아 주변에 있는 둘에게 의견을 물었다.

"내 능력으로 저 녀석들의 발을 묶을수는 있지만 발만 묶어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당신의 능력은 분명 땅을 늪으로 바꾸는 능력이었죠?"

엘라가 프리트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프리트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럼 놈들이 디딘 땅을 늪지로 만들어서 급변한 환경에 당황토록 만들죠. 그리고 놈들이 당황한 사이에 제가 가진 기술로 지금 가장 곤란한 저 석궁을 먼저 파괴하겠어요"

그녀의 말에 떠오른 바가 있던 루프스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 기술이란건 이전 나와 싸울때 사용했던 그건가? 그게 저런 물건을 표적으로도 삼을 수 있는건가?"

"네, 유도화살이란 거예요. 제가 포착한 물체를 향해서 자동으로 따라 붙는 기술이예요. 한번 포착한다면 그 이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표적으로서 삼을 수 있죠"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리고 나는 상황에 따라서 행동하겠네"

"그래요, 그럼 프리트씨 시작하죠"

"키킥 알았다"

프리트는 자신들을 골탕먹인 코볼트들에게 한방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코볼트들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컹?!"

"크릉, 이게 무슨!"

코볼트들은 갑자기 디디고 있던 땅이 변해서 발이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자 당황해했다. 특히나 계속 기습당하던 스트레스의 화풀이로서 고블린들을 사냥하다가 당하게 되자 당황한 그들은 허둥대면서 균형을 잡지 못해 고블린들에게 향하던 화살이 멎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엘라가 그 틈을 노려 석궁을 향해서 저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코볼트들에게 당하던 고블린들도 상대의 공격이 일순 멎자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블린들도 코볼트들을 향해서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은것에 대한 복수를 하듯이 연달아서 화살을 쏘기 시작헀다.

핑- 핑-

콰직- 퍽-

"켕! 서... 석궁이!"

"커헝!"

슬슬 적응해서 제대로 대응을 시작하려던 코볼트들은 다시 날아들기 시작한 고블린들의 화살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사이에 껴있는 엘라의 화살에 코볼트들이 들고 있던 석궁이 하나 둘씩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다른 두 엘프들도 엘라가 석궁을 저격하는 것을 깨닫자 그들도 석궁을 향해서 활을 쏘았다. 비록 엘라처럼 유도기능이 붙은 화살을 쏘지는 못하지만 고블린들에 비해 월등한 활 실력은 다섯에 한발은 석궁을 파괴하고 있었다.

"흠"

고블린들과 엘프들의 분투에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좋게 호전되자 루프스는 슬슬 앞으로 나설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열심히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데 홀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 코볼트들이 점점 당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코볼트 대장이 더 이상 두고 볼수는 없었는지 갑작스레 소리를 질렀다.

"크워어어어어!"

돌발행동을 하던 코볼트 대장의 외침소리에 주변에 있던 코볼트들이고 멀리서 활을 쏘던 고블린이고 가리지 않고 일정 이상 강하지 못한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순간 움직임이 비틀거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들이 제대로 몸을 바로잡기도 전에 코볼트 대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

이전 루프스에게 했던 것처럼 고블린이 있는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향해서 검을 찔러넣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검첨에서 부터 시작된 무언가가 검과 일직선 상에있던 고블린의 목을 관통했다.

"케엑!"

코볼트 대장은 이어서 마치 고블린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검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지르는 공격 한번에 하나의 고블린의 목이나 머리를 꿰뚫어 절명시켰다.

"!"

그에 의해서 다시 기세가 코볼트쪽으로 기울려는 모습을 보이자 루프스는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형을 바로잡으려는 코볼트들의 사이와 코볼트 대장의 뒤편으로 분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후웅- 퍽!

"흐음...!"

고블린들을 하나하나 잡고 있던 코볼트 대장은 갑작스레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에 순간 움찔했다. 그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에도 애매한 힘이 담긴 공격이었다.

케엥-! 컹!

그 직후 코볼트들의 사이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뒤를 공격한 이와 코볼트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한 고블린을 확인한 코볼트 대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컹컹컹! 네녀석이구나! 이번에야 말로 그때의 굴욕을 갚아주마!"

고블린들의 족장 루프스의 존재를 확인한 코볼트 대장이 그에 대한 적의를 불태웠다. 얼마전 있었던 굴욕적인 전투를 떠올린 것이다. 루프스도 하마터면 그에게 죽을 뻔했던 상황을 떠올리고는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코볼트 대장에게 외쳤다.

"캬악! 이번에야 말로 네놈을 씹어 죽여 주마!"

그리고는 상대와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코볼트 진영에 혼란을 주기 위해 만들었던 분신을 없에고 그 힘을 코볼트 대장을 상대하는데 사용한 분신에 불어넣었다. 일반 잡졸 코볼트들은 다른 부하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그와의 전투를 위해서 힘을 집중한 것이다.

코볼트 대장도 후방에서 느껴지던 기척의 농도가 한층 짙어진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이번에는 그와의 일대일 싸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고블린들과의 대치로 그를 도와줄수 있는 다른 코볼트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크릉- 나 혼자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컹컹컹! 너를 죽이는데는 나 혼자면 충분하다!"

코볼트는 루프스를 향해서 말하더니 곧바로 선제 공격을 가해 왔다.

"흠!"

루프스는 자신을 향해서 휘둘러지는 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뒤로 뛰어서 피해냈다.

'아차!'

뒤로 뛰면서 원거리도 공격이 가능한 그의 능력이 떠올랐지만 이미 살짝 늦었다.

핏-

그때는 이미 루프스의 몸에 사선으로 검흔이 생긴 뒤였다.

"크읏!"

초장부터 상대의 공격에 얻어맞은 루프스는 입술을 깨물면서 코볼트를 노려보았다. 코볼트는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실수에 절로 입에서 실소가 비져나왔다.

"커헝헝! 이것밖에 안돼나?"

하지만 순간 방심했던 루프스라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정면의 본체의 실수에 기분이 좋아진 코볼트는 분신에 대한 의식이 흐려졌고 경계를 흐트린 대가는 이번에도 그의 발목이 대신 받아갔다.

후웅- 콰직-

"크헝!"

방심한채 상대를 놀리던 코볼트는 순간 발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절로 비명성이 튀어나왔다. 공격 한번에 기고만장했던 자세에 대한 대가로 코볼트는 저번과 똑같이 방심한 틈을 탄 순간에 그때와 같은 곳을 공격받자 머리 끝까지 열이 뻗쳐왔다.

"크허어어엉!"

자신의 방심에 대한 화인지 아니면 또 방심한 자신을 향해 똑같은 공격으로 굴욕을 안겨준 루프스에 대한 화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부터 코볼트는 방심하지 않고 그와의 싸움에 임했다. 상대가 전력으로 자신과 싸울 자세인것을 인지한 루프스는 한때 자신을 향해서 단체로 덤비는 등 비겁한 술수도 마다 않던 상대지만 상대를 경시하지 못하고 자신도 전투에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임하기로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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