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코볼트
하루동안 코볼트들을 방해한 엘라들은 체력이 빠져 회복하기 위해서 감시역할의 엘프들만 몇 호출해서 배치해놓고는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왔나"
"어라, 벌써 왔어요?"
마을에 돌아온 그들을 처음 반겨준건 다름아닌 고블린 족장인 루프스였다. 코볼트들과는 다른 경로로 먼저 마을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가 녀석들이 처음 공격한 거점을 발견한게 공격당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곳까지 오는 경로의 거점들은 이미 녀석들에게 당했으리라고는 짐작 할 수 있었지. 여기야 여러모로 방비가 되어있으니 녀석들이 제대로 공격하기 전에 도착할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휴우, 우리만으로 녀석들을 상대하기에 버거웠는데 당신이 왔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언제 여기서 출발할건가요?"
"음... 바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애들이나 좀 보고 가세요. 어차피 그리 급하지도 않아요. 코볼트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요. 방금까지 한창 방해하다 왔으니 아직 시간적 여유는 충분해요. 만약을 대비해서 감시도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그럼, 그럴까"
엘라의 설득에 루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당장 적들이 쳐들어 오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 하하룻동안은 휴식을 취하도록 지, 하지만 그렇다고 놈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한 무리씩 녀석들을 감시하고 틈틈이 방해해서 힘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하는것도 잊지 말고, 제대로 된 공세는 내일 취한다. 그럼 쉬어둬라"
그는 함께 온 고블린들에게 그렇게 말해놓고는 엘라를 따라서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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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파파다!"
"아빠~"
루프스가 엘라와 함께 집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둘을 반겼다. 정확히는 아이들 모두 엘라는 반겼지만 루프스에게 접근하는 아이는 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루프스가 자신들의 아빠라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루프스가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드물어 대체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두 아이는 사교성이 좋아서 그런지 얼굴을 별로 비추지 않았던 루프스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선다.
"얘들아 얌전히 잘 있었니?"
"음..."
아이들이 다가오자 엘라는 자연스럽게 안아주면서 반겨주는 아이들에게 자신도 반갑다는 표현을 해줬다. 그 반면 루프스는 어색해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도 아이들과 교류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들만 만나면 어색해져 그게 마음처럼 안된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 날 하루동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루프스는 아이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인식 하고는 엘라와 코볼트들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면서 보냈다.
아직 해가 제대로 뜨기 전에 어슴푸레 밝아지고 있는 새벽시간이 되자 엘라와 루프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을 나섰다. 이동하면서 고블린들이 숲에서 나무 위로 기동하는 것이 어색해해 엘라들은 루프스와 고블린들에게 숲에서의 은신방법 이동방법 등을 알려주면서 이동을 시작했다.
간신히 숲에서의 이동에 어설프게나마 고블린들이 적응하자 이동 속도가 빨라졌고, 그렇게 숲을 이동하다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코볼트들이 숲을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빠르군"
"하룻동안 이동하지 못하게 방해까지 했는데, 어떻게 벌써 여기까지 왔을까요"
"미로에서 써먹을 길잡이라도 있나보군 음?"
생각보다 이동속도가 빠른 코볼트들을 살펴보던 루프스가 한 코볼트를 확인하자 반응을 보였다.
"킥, 역시 저놈 인가. 어쩐지 안보인다 했지"
루프스는 코볼트들의 대장을 보면서 절로 나오는 웃음과 동시에 분노로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그 코볼트를 노려보았다. 그 코볼트는 예상대로 일전에 루프스를 습격했던 코볼트 무리의 대장이었다. 게다가 상태를 살펴보니 그의 예상대로 몸에 입은 외상은 이미 완치가 돼있었다.
"아는 녀석인가요?"
루프스가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코볼트를 아는 듯이 보이자 의아함을 느낀 엘라가 그에게 물었다.
"그래, 바로 얼마 전에 나를 습격했던 놈이지. 그것도 축복받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코볼트들로 이루어진 무리를 이끌고 말이야"
"흐음... 너무 냉정을 잃진 마세요. 저게 아는 녀석이라면 당신을 동요 시키기 위한 작전일수도 있어요"
"알고 있어, 함정에 한번 당해본 녀석이 더 위험한걸로 지키고 있을게 뻔한 우리 본거지로 쳐들어온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겠지"
루프스는 코볼트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있는 코볼트 대장을 보면서 엘라에게 말했다.
"이미 완치가 돼서 전선에 나타나야 할 녀석이 어쩐지 안보인다 싶었더니 여기에 있었으니 만날수가 있나"
코볼트 대장을 확인하자 녀석에게 당할뻔했던 일이 떠올라 이가 절로 갈렸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었지만 죽을 뻔했던 기억은 당연히 그에게 별로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싸움도 아닌 다수에 의한 폭력으로 만들어진 위험이었다 보니 더 그를 분노케했다.
"모두 사정거리가 닿도록 놈들을 포위해라, 포위가 완료되면 그때 놈들을 일망타진한다"
루프스의 지시에 고블린들은 일제히 퍼져서 코볼트들을 포위했다. 포위는 금방 완성되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고블린들에게 코볼트들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
"일제히 발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코볼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고블린들에 깜짝 놀라 날아오는 화살에 대해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드려 맞았다.
"크엑!"
"컹! 적... 적습!"
"깽"
"크엉! 어디냐!"
습격의 첫 순간에는 순간 우왕좌왕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간간히 함정에 걸리거나 엘라들에 의해서 공격을 받는 등 여러모로 습격을 당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정신을 회복해서는 원형진을 짜서 중앙 진형을 보호하더니 습격자의 위치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아직 은신이 어설픈 고블린들의 모습을 코볼트들이 금방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고블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형의 중앙에서 숨죽이고 있던 소수의 코볼트들이 일어나더니 숨어있는 고블린들을 향해서 석궁을 들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컥!"
"캭!"
"이게 무슨?! 모두 몸을 숨겨라!"
갑작스런 석궁의 등장에 깜짝 놀란 루프스는 피해가 커지기 전에 재빨리 고블린들에게 몸을 숨기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넓게 퍼져있는 고블린들 모두에게 명령이 전달되는데는 시간이 걸렸고 결국 생각지 못한 코볼트들의 반격에 생각보다 큰 피해가 나고 말았다.
"크윽!"
고블린들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확인이 되자 코볼트들이 활에대한 대비를 해올것이란 생각을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렇게 화만 내고 있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소수의 코볼트만이 석궁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석궁을 소지하지 못한 코볼트들이 화살을 장전하는 순간 그들의 모습을 감춰주면서 주변을 견제하다가 장전이 끝났을때 다시 비켜서서 석궁을 쏘기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석궁을 든 코볼트를 맞춘다고 하더라도 그 조작 방법이 활에 비해 쉬워서 그런지 다른 코볼트가 이어서 석궁을 조작하고 있어 그들을 상대하는데 여러모로 곤란해 졌다.
'큭... 저 석궁을 어떻게든 해야 이 상황을 타개 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