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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53화 (53/374)

53화

코볼트

루프스의 예상대로 현재 엘프들의 마을은 고블린들의 거점을 돌파한 코볼트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었다. 다행히 고블린들의 부족과 가까이 있어 그 일대에 만들어진 함정지대가 엘프들의 마을 주변에도 여기저기 함정이 만들어져 있다. 거기에 엘프들이 스스로 나무나 풀들을 가꾸면서 만들어진 숲 지대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함정이 존재해 코볼트들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현재 엘프들의 마을에는 새로 자리잡은 장소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방문한 엘라가 머물고 있었다. 게다가 엘라는 홀로 들어오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낳은 새끼 고블린들을 데리고 있었다. 새끼 고블린들은 태어나고 이미 수개월이 지나서 성체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끼들은 기본적으로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키가 좀더 크다던지 귀가 다른 고블린들에 비해서 길다던지 하는 등의 특징으로 고블린과 엘프의 하프라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루프스의 특성으로 돌연변이처럼 강력한 하프로 태어날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그 외모에서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마마, 파파 어디갔다?"

"엄마 우리 언제 돌아가?"

"마마 심심해"

시끌벅적-

아이들이 하나가 아니라 한번에 다섯이나 낳는 바람에 엘라의 주변 모여서 떨어지지 않고 떠드는 것을 엘프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엘프들이 어떻게 바라보던 신경쓰지 않은 엘라는 아이들이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독였다.

비록 자신이 원한게 아니라 강제로 낳게된 아이들이라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절로 정이 붙어버렸다. 그리고 루프스가 엘프들을 구해주면서 그에게 지닌 원망을 최대한 억누르게 되었다. 그가 자신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원망을 그만둘수가 없지만 그 덕분에 자신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의 식구들이 잡혀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엔 끔찍하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점점 돌보다보니 정이 붙어서 더이상 원망하기가 힘들어졌다.

게다가 엘프들이 고블린들과 동맹을 맺으면서 그녀는 일종의 동맹의 상징이 되어 엘프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엄한짓은 하기가 힘들어졌다.

"얘들아, 집에 들어가 있어야지"

엘라도 아이들이 가진 힘이 갓 태어나 성체가 가까운 아이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강력한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중 둘은 자신과 비등한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란 인식이 박혀있어서 그런지 어머니로서 이들을 전투가 진행중인 상황에 내놓기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단 마을안에 있는 자신의 집 안에 들어가 있도록 다독여 놓고는 밖으로 나와 엘프들이 코볼트들의 대책을 회의하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고블린들은 어떻던가?"

"지원군을 보내 왔습니다"

"지원군은 얼마나 왔지?"

"그들의 부락을 지키는 이들을 제외하고 가용인원은 최대한 보내왔습니다"

"으음... 그런가"

엘라가 들어갔을 때는 한창 코볼트들을 상대할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늦었습니다"

"오오, 엘라 아이들은 어떻게 했나?"

"일단 집에 있으라고 말해놓고 나왔어요. 말 잘듣는 아이들이니까 괜찮을거예요"

"그래, 거기 앉거라"

엘라는 어머니처럼 따르는 촌장의 말에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엘라가 자리를 잡자 다시 엘프들은 회의에 들어갔고 그들끼리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하고 기각하기의 반복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회의를 지켜보던 촌장은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엘프에게 물었다.

"그래서 코볼트놈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아직 영역 숲의 초입에서 해매고 있습니다. 고블린 족장의 조언대로 숲을 전체적으로 미로로 만들어 놓은것이 그들을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으음... 이 틈에 공격을 시작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뒤늦게 들어온 엘라가 앉아있는 자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엘라, 부탁해도 괜찮겠니?"

촌장의 부탁에 엘라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제 부하들한테는 미리 대기해놓으라고 말해놨어요. 지시만 내려주시면 곧바로 요격에 나설 수 있어요"

"최대한 놈들의 수를 줄여놓는것이 중요해. 우리들의 전력은 인간들과의 전투로 사상자가 많이나서 대폭 줄어든 상태라서 저놈들의 수가 많으면 대항하기가 상당히 어렵단다"

"알겠어요.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그래, 부탁한다"

그녀가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부탁을 해야한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현재로서 직접 숲을 뛰어다니면서 요격을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은 엘라와 그 부하들 밖에 없었다. 이전 그들이 행방불명 상태일때 전력 부족 상태에서 계속 있을수는 없어 그들과 같은 역할의 부대를 육성하고는 있었지만 실전에 나서기에는 그 훈련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런지 실력이 매우 부족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들은 인간들과의 전투에서도 제대로 참가 할 수 없었고 오히려 허무하게 붙잡히고 말았었다. 지금도 그들을 전력으로서 만들기 위해서 풀려난 이후에도 그들중 생존자를 모아서 훈련시키고는 있지만 아직 그들은 하급의 고블린들과의 대련도 이기지 못하고 있어 결국 현재로서 그들이 믿을만한 전력은 엘라밖에 없었던 것이다.

엘라는 회의장에서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명의 부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포로로 잡혀있었지만 별 문제없이 풀려난 여성 엘프들이었다. 남성 엘프는 몸이 호전되어서 그들의 마을로 돌아올수

있었지만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된것은 아니기에 마을에서 쉬고있으라고 전해놓았다.

"우리의 목표는 코볼트들이다. 단, 이번에는 숲에서 전투를 하는것인 만큼 직접 접근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저격만 한다. 우리는 놈들에 비하면 소수다. 그러니 괜히 접근했다가 전력에 손실이 생기는것은 피해야한다. 이해했나?"

"예, 대장!"

엘라는 부하들을 만나자마자 바로 적들과의 전투를 대비해서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단 셋이서 진행해야하는 작전인 만큼 엘라는 조심스럽게 작전에 접근하고자 한것이다. 비록 코볼트들에 비해서 월등히 강한 전력은 아니다. 그리고 하나 하나 상대한다면 오히려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는 전력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전장인 숲에서 그들의 장기인 활로 놈들을 저격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이미 고블린 족장한테는 연락이 갔을거다.결국 우리는 녀석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녀석들의 전력을 깎아내기만 하면된다. 알아들었나?"

"에!"

"그럼 출발하지"

엘라와 그 부하들은 숲을 향해서 몸을 날렸고 그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숲의 안으로 사라져 마을에서는 관측 할 수 없는 장소를 향해 뛰어들어 갔다.

숲으로 들어서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코볼트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코볼트들은 피곤하거나 힘이 빠져보이지는 않았지만 원하는데로 곧장 적들의 부족이나 마을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길이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같은 미로와 같아 길을 찾아 나갈수가 없어 짜증이 치밀어 오른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엘라들은 코볼트들을 확인하자마자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는 최대 사거리에서 시위를 당겼다가 발사했다.

핑- 핑- 핑-

화살은 정확히 그들의 선두에서 나아가고 있는 코볼트들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췄다.

"컹! 컹! 적이다!"

"으르르, 어디냐!"

갑작스레 날아온 화살 때문에 적의 존재를 깨달은 코볼트들이 재빨리 대형을 원형으로 바꿔서는 사방을 경계하면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주의 깊게 살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엘프들이 자리를 옮겨간 뒤였고 그들은 엘프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엘프들도 그들의 경계가 생각보다 심하자 괜히 그들을 건드려서 무리하지 않고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들의 진형이 흐트러지거나 경계하는 코볼트의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일때마다 다시 습격을 해서 그들의 진을 빼놓았다. 그렇게 견제를 지속하자 코볼트들은 점점 지쳐갔고 그것은 엘프들의 의도대로 절로 시간을 끌어주었다.

그로부터 만 하루정도가 지나자 구원을 올것이라는 엘라의 예상대로 코볼트들과는 다른 길로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한 루프스가 마을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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