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코볼트
기절 때문이라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거기에 코볼트 대장과의 싸움으로 입은 상처도 회복했다 판단한 루프스는 프리트의 말대로 현재 가장 격전지인 장소로 향하기로 했다. 결정을 내린 루프스는 프리트에게 지시해서 휘하의 고블린들을 모이도록 했다.
"우리는 현재 싸움이 제일 격렬한 장소로 이동할거다. 전투에서 빠질 녀석은 있나?"
"..."
루프스의 말에 고블린들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은은히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흐... 불만은 없다고 생각하마 전투지역에 바로 가는게 제일이겠지만 너희도 준비 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출발 시간은 내일 해가 뜨는 시기다. 그때까지 준비를 마쳐놓도록"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움막의 안으로 들어가서 프리트와 함께 목적지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하여 서로 회의를 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서 해가 뜨자마자 곧바로 모여서 출발했다.
이번에는 루프스들이 지원을 가는 길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루프스와 프리트가 이끄는 고블린 궁수들은 별다른 장애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족장! 무슨일이다?"
루프스들이 도착하자 거점을 책임지는 고블린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루프스들이 이곳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라서 헐래벌떡 나온 모습이었다.
"코볼트들은 어떻지?"
"그제 전투가 치러지고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족장이 왔으니 우린 분명 이길 수 있을 거다!"
고블린은 현재 전투 상황에 대해서 루프스에게 알려줬고, 그들이 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동족들은 그럼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겠군. 그렇다면 놈들과의 전투를 바로 시작하지, 아직 가야 할 곳이 많아서 말이지"
루프스는 이 전투를 최대한 손실이 적게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끝내고자 하고있다. 지금 당장은 코볼트만 자신들과 싸우고 있지만 나중이 되면 어느 순간 랫맨들이 동참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고블린들은 현재 한창 이런저런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성장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그 시기에 코볼트들의 침입하는 바람에 현재 제대로 기술의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거기에 지금 당장은 인간들이나 그 외 엘프를 제외한 유사인종들과는 여러 몬스터들이 가로막아주는 덕분에 직접 마주치지는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엘프들을 포획하러 이곳까지 들어온 인간들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언제 인간들과 마주 칠 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번 발각된다면 어떻게 막아낸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노려질거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프스가 생각하기에는 당장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아닌 내실을 공고히 다지고 영역 내부에도 다른 종족이 발을 들이기 힘들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려면 지금 당장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코볼트들을 완전히 몰아내야만 한다.
"당장 준비하겠다. 족장!"
고블린은 루프스의 지시에 바로 물러나서는 거점 내의 보초를 제외한 모든 고블린들을 모았다. 과연 격전지의 지휘를 맡은 고블린 답게 그들을 모으는것에 신속하기 그지 없었다. 이백에 달하는 고블린들이 매우 짧은 시간만에 완전무장으로 집결했다.
루프스는 모인 고블린들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그들을 이끌고 가까운 코볼트들의 거점으로 향했다. 코볼트들도 고블린들과의 전투를 위해서 접경지역 근처에 거점을 만들어 놓았다. 고블린들과 다른 점은 그들 하나의 거점에 모여있는 수가 고블린들에 비해서 많다는 점이다. 다만 그 때문에 전체적인 거점의 수가 고블린들보다 적어 그 틈이 듬성 듬성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블린들이 틈새로 조심스레 들어서면 귀신같이 알아채서는 그들을 요격하러 나타난다는게 까다롭다.
접경지역을 넘어서 코볼트들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 할 정도로 가까워진 루프스 일행은 조심스레 은신해서 그들의 동태를 지켜봤다. 루프스 일행이 확인한 코볼트들은 얼마전의 습격에 동원되었던 코볼트들 때문이었는지 그 수가 이전에 비해서 줄어있었다.
"저 정도면 우리만으로 이 거점을 완전히 없앨 수 있겠군"
거점을 확인한 루프스가 생각보다 적은 수 뿐인 코볼트들을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캭, 아직 보충이 안된것 같다"
"그럼 먼저 궁수들이 활로 거점 안을 쏘는 것 부터 시작하지, 넓게 퍼져서 사용하는 화살에는 불을 붙여서 날려라! 그래야 저녀석들이 저기서 도망나오는 것을 잡을 수 있을테니까"
루프스가 지시하자 고블린들이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다만 코볼트들의 수가 적다고는 해도 평소의 거점에 비교해서 적다는 것이지 고블린들의 수보다 적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블린들은 포위가 아닌 자신들의 영역 방향으로 오는 코볼트들만 공격하는 진형을 만들었다.
진형이 완성되자 고블린 궁수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핑- 핑-
날아가는 화살은 전체적으로 나무로 이루어졌으며 그 첨두는 루프스의 지시대로 불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불을 붙인 화살들은 코볼트들이 지은 나무로 만들어진 거주지를 향해서 날아갔다.
화륵-
거주지에 꽂힌 화살은 불을 거주지의 이곳 저곳으로 옮겼다. 화살로 인해서 거주지 여기저기가 불타오르기 시작하자 예상밖의 공격에 놀란 코볼트들이 집을 뛰쳐나왔고 코볼트들의 거점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 졌다.
"이번엔 불을 피우지 말고 쏴라!"
코볼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멀리서 확인한 루프스가 이번에는 불을 안 붙인 일반 화살을 날리도록 지시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거점 안에서 불이 보이지 않는 지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휙- 휙-
계속해서 내리는 화살비에 코볼트들의 혼란은 가중되었지만 그 와중에 화살을 날린 이들을 확인한 코볼트들이 거점에서 튀어나와 루프스들이 대기하고 있는 방향을 향해서 급하게 집어온듯 그들의 크기와 맞지않는 무기들을 들어올리면서 달려들었다.
점점 다가오는 코볼트들을 확인한 루프스는 근접 전투를 위한 고블린들을 앞으로 내세우고 그 선두에는 자신이 섰다. 그리고는 코볼트들을 향해서 마주 달려들었다. 은신하고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고블린들을 코볼트들은 금방 확인 할 수 있었다.급한 마음에 일단 뛰쳐나오고 본 코볼트들의 숫자는 고블린들보다 적었다. 게다가 혼란중에 정신을 차리고 적을 향해서 뛰쳐 나온것을 보면 이 코볼트들은 거점 내에서는 비교적 강한 축에 속하는 이들이긴 했지만 상대는 그들과 동급의 고블린들이 그들보다 다수이며 상위의 고블린들도 셋이나 존재했다.
뛰어오던 코볼트들은 전력의 열세를 그 두눈으로 확인하자마자 바로 뒤로 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고블린들이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에 점차 혼란이 잦아들기 시작한 코볼트들의 눈에도 보였다. 현재 코볼트들은 루프스의 습격에 실패하면서 전력이 급감하자 각 거점의 우두머리들이 한곳에 모여서 전투를 어떻게 진행해야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중이었다. 그들은 그래도 루프스가 중상을 입었으니 어느정도의 시간을 끌 수 있을거라 생각한것이 그들이 거점을 잠시 비워 둘 수 있는 이유였다. 그 때문에 거점에는 중급 이상의 코볼트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거점에 남아있는 코볼트중에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도주하기 시작하자 다른 코볼트들도 거점을 지키기는 어렵다 판단했는지 그들을 따라 거점에서 도망쳤고 고블린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코볼트들의 거점을 점령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