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눈을 뜨니 고블린-44화 (44/374)

44화

노예상인

루프스에게 휘둘러진 메이스는 결국 그의 몸통을 내리쳐버렸다.

쾅-! 쾅-! 콰앙-!

"쿠하하하하!"

오크는 상대를 메이스로 패고 있다는것에 즐거움을 느끼듯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는 금방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야했다.

"크워?"

내리치는 메이스의 손맛이 갑자기 달라지자 오크는 의아함에 내리쳐대던 메이스를 거둬들이고 마구 내리치던 곳을 바라봤다. 연속된 무거운 둔기의 내리침으로 뿌옇게 일어난 먼지가 가라앉자 그곳에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이 파헤쳐진 땅바닥 뿐이었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성을 내뱉던 오크는 생각지도 못하게 허벅지를 도끼로 찍히면서 생기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퍽!

"끄워어어어어!"

오크라 맷집이 단단해서 그런지 도끼가 몸에 박힌것임에도 불구하고 도끼 날만 살짝 들어가있는 정도의 상처만 났다. 다만 그 공격이 힘줄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통증에 민감한 것인지 오크의 걷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오크는 루프스의 공격에 열이 뻗쳤는지 입가에 서려있던 미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성난 얼굴만이 자리했다.

"뭐야, 싸움이 좋은게 아니라 괴롭히는걸 좋아했던 거냐? 얼굴이 왜 그러냐"

"너 나 아프게 했다. 봐주지 않을거다!"

"언제 봐줬다고 그런 소리야? 캬앗!"

오크가 성난 모습으로 메이스를 마구잡이로 반드시 한대라도 때리겠다는듯이 공격해왔다. 마구잡이식 공격에 루프스는 상대가 제풀에 지치기를 기다리면서 뒤로 물러서거나 들고있는 도끼로 받아치면서 버텨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루프스가 이상함을 느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오크가 휘두르는 메이스의 속도가 방금전에 비해서 월등히 빨라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속도가 늘어나고 있는것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킁! 킁! 크릉!"

"흡! 흡! 읏!"

오크가 메이스를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가속하듯이 속도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속도가 늘어나면서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한 루프스는 이 상황이 계속이어졌다가는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지게 될 거라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좀전에 보니까 공격을 멈추게하던지 아니면 내 공격이 적중하던지 둘 중하나가 이 속도를 원래데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오크가 그의 분신을 향해서 지금처럼 메이스로 연타를 내리쳤음에도 이 이후의 공격과 처음의 공격의 속도가 그다지 차이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틀린 생각은 아닐 것 이다.

루프스는 오크의 공격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있던 자리에 분신을 겹쳐서 만들고는 본인은 뒤쪽으로 훌쩍 뛰어서 오크의 공격을 피해냈다. 다행히 지금 상태의 오크는 이성을 대부분 잃어버리는지 뒤로 뛰는 모습을 딱히 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분신만을 공격했다.

그렇게 오크가 분신에 신경쓰는 사이에 그는 오크와의 거리를 더욱 벌려서 오크로부터 상당히 떨어졌다.

그리고 분신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도끼의 속도에 순식간에 분해되어 버렸고 그제서야 또다시 가짜라는 것을 깨달은 오크는 분통을 터트리면서 그를 찾았다.

오크로부터 거리를 상당히 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시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것은 아니라 금방 발견되었다. 그가 멀리 떨어져있는것을 확인한 오크는 여전히 빨라진 속도로 그에게 달려가면서 메이스를 마구 휘둘러댔다.

'큭, 속도가 조금 떨어진 정도인가!'

오크의 능력은 무기를 휘두르면 점점 속도가 누적되서 쌓이듯이 빨라지지만 한번과 한번 사이의 간격이 길어진다면 속도는 늘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어서 루프스는 자신이 공격하면 속도가 줄어드는지도 확인하기 위해서 먼저 앞으로 나서서 오크의 공격을 막았다. 오크의 공격은 그래도 속도가 떨어져 있어서 좀전보다는 막아내는 것이 수월해졌다.

루프스는 본체로 오크의 공격을 막고 있는 사이에 오크의 등 뒤로 분신을 만들어내서 공격을하도록 조종했다. 그러자 오크의 뒤에 나타난 분신은 무방비하게 드러난 등을 향해서 최대의 힘으로 한번에 도끼로 찍어내렸다.

휙-! 콰직!

푸쉬이이이이-

분신의 공격은 성공적으로 들어갔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방어력도 증가했는지 아무리 본체가 가진 힘의 절반정도만을 낼 수 있다지만 오크의 등에 만들어진 상처는 생채기만 생겨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면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몸 곳곳에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 피가 흐르는 속도까지 빨라진것인지 미세하게 나있는 생채기 사이로 고압에 강하게 뿌려지는 물처럼 바깥으로 솟아나왔다. 이전에 낸 상처는 빠르게 재생한 덕분에 이렇게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듯 나올거라는걸 알지 못했었다. 실제로 지금 만들어진 상처도 빠른 속도로 아물어 뿜어지던 피는 금방 멎었다.

그렇지만 그걸 그대로 두고만 볼 루프스가 아니었다. 루프스는 오크가 뒤를 신경쓰지 못하도록 그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도록 공격을 막았고 그렇게 시선을 끄는 동안 뒤에서는 분신이 계속해서 상처를 내서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

한번 상처가 날 때 뿌려지는 피가 그리 많은양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상처를 내서 피가 멎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자 속도 자체는 여전히 빨랐지만 점점 그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된 공격을 막다보니 루프스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오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졌다. 때문에 루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크를 상대하기가 편해져갔다.

그리고 결국 힘이 완전히 빠졌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못하고 지면에 몸을 기울여 쓰러져버렸다.

"크어- 흐어- 꺼어억"

오크는 싸울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싸워본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쓰러져버린 상태에서도 어지간히 튼튼한 오크중에서도 특히나 튼튼한 놈이라 이대로 잠시만 내버려둔다면 어느새 다시 회복해서 공격해올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제 끝내야지-"

그렇게 말한 루프스는 그대로 도끼를 들고 오크의 목에 내리쳤다. 하지만 한번의 내리침으로는 오크의 목에 그저 상처만 만들 뿐이었다. 그래도 상처를 확인해보니 오크는 완전히 지쳐서 능력까지 전부 풀려버렸는지 상처난자리에서는 좀전과는 달리 피가 뿜어지는게 아니라 흘러내렸다.

루프스는 오크의 목을 잘라내기 위해서 반대쪽에 분신을 위치시켜서 번갈아가면서 오크의 목에 도끼를 내리찍었고 오래지나지 않아 오크의 목은 그 몸에서 떨어져나왔다.

"후우-"

결국 어렵사리 오크를 죽이는데 성공한 루프스는 주변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 둘러보았다. 어느새 고블린들이 인간들을 모두 죽였는지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상태가 좋지못한 무기를 들고 있던 고블린들은 이곳에 널브러져 있는 무기중에서 상태가 좋은 무기로 바꾸거나 엘프들이 빠져나와 텅 빈 마력차의 안에 들어가거나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신기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들쑤시면서 관심가는 것들은 툭툭 건드리다보니 어딘가 숨어있던 인간들이 나타나면 그들을 잡는것에만 관심을 두는 고블린들도 있었다.

이곳에 함께 온 엘프들에 의해서 풀려난 다른 엘프들은 모든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구해진것에 안도하기도 전에 고개만 돌리면 여기저기 보이는 고블린들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요. 저들은 우리편이예요"

"몬스터들이?"

"지능이 있는 몬스터들은 교류가 가능하잖아요. 그거랑 같은거라 보시면 돼요"

엘라는 구출된 엘프들 중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엘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설득에 안전을 확인했는지 그녀는 다른 엘프들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전달했다.

그렇게 인간들이 있던 지역의 정리가 끝나갈 무렵 오크들을 상대하던 고블린들이 그쪽도 정리가 끝났는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샅샅이 뒤져서 숨어있는 놈들이 없는지 확인해라. 이들이 단 하나라도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된다"

루프스가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이미 다끝났다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고블린들이 야영지 이곳저곳을 들쑤시면서 살아있는 이들이 없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블린들이 움직이는 동안 루프스는 남은 하나의 용건을 위해서 구출된 엘프들이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당신이 이들의 수장인가?"

엘프들에게 다가간 루프스는 방금 전 엘라와 이야기하던 엘프에게 말을 걸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