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노예상인
루프스 일행은 바닥에 나있는 바퀴자국을 따라서 쫓아갔다. 바퀴자국은 트롤의 영역 반대쪽으로 쭉 이어져있었다.
'마을을 습격한 놈들은 우리 영역과는 반대되는 곳에서 온 놈들인가 보군'
루프스는 바퀴를 따라 가니 이틀 정도의 시간만에 여기저기 빽빽이 우거져있는 숲을 빠져나와 확연히 초목이 초목이 듬성듬성 해진 장소에 들어서고 해가 떨어지고 달이 떠올라 완연한 어둠이 내린 밤이된지 얼마 지나지않아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인간?!'
그들을 보자 루프스는 바로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가 고블린으로서 눈을 뜨고 인간들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전 인간이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못알아볼래야 못알아볼수가 없었다.
고블린들의 경우는 밤눈이 밝아 밤낮으로 숲속을 달릴 수 있었지만 인간들의 경우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루프스들이 발견했을 때는 마치 트럭과 비슷한 모양의 차를 한곳에 대기시켜 놓고 야영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야-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어"
"그러게 말이야, 가끔 허탕칠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잡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저기 저 오크놈들이 생각보다 더 도움이 됐지"
"엘프들을 찾으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쟤들이고 앞으로 나서서 벽이 되어준것도 쟤들이니까"
그들의 말을 듣고 야영지를 둘러보니 마치 경계를 나누듯이 약간 떨어져 있는곳에 별다른 준비 없이 그저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오크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인간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들어왔나 했더니 오크들이 도와준건가? 오크들은 인간들이랑 적대하지 않는 건가? 일단은...'
"여기서 대기한다, 부족에서 원군이 올 때까지는 싸우지 말고 우리는 저들을 반드시 이곳에서 전부 없에는게 목적이라는걸 알아둬야 한다"
루프스는 인간들이 고블린들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엘라의 말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만일 여기서의 싸움으로 저들 중 하나라도 살아 돌아간다면 인간들이 대대적으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번에 대규모로 온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곳에 고블린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도 강자들이 있을것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소수로 지속적으로 침투해 온다면 그 자체로 위협이라 할 만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들을 여기서 전부 죽여야만해, 그리고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고는 장담 할 수도 없으니 저들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서 나가는 길을 알 수도 있겠지'
그리고는 고블린들은 숨어서 그들을 가만히 감시만 했다.
오크들과 인간들은 각각 불침번을 세워두고 각자 잠에 들었다. 루프스 일행도 번갈아서 하나가 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둘이 자기로 했다.
루프스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스콘드가 깨우자 부스스 일어난 루프스는 바로 교대해서 인간들이 어떤지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간들 중에 불침번을 서는 이들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야야, 우리 저것들 좀 사용하면 안되겠냐? 아무것도 안하고 이러고 있을려니 심시하다"
그렇게 말하며 불침번을 서는 두사람 중 말상을 한 사람이 같이 불침을 서는 험악한 인상을 한 이에게 이야기했다.
"안돼, 상품가치 떨어지는거 알잖냐"
"그러니까, 이미 사용된 중고들만이라도 쓰자는 거지, 그것들은 괜찮을거 아냐?"
"너, 이 일이 처음도 아니고 잊은거 아니냐? 저것들 함부로 다루다가 하나라도 죽으면 그건 어떻게 책임지게?"
안그래도 험악해 보이는 인간이 인상을 써 더 험악해지자 말상의 인간은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에이, 설마 죽기야 하겠어?"
"수치심을 느끼면 자살해서라도 죽으려는 것들이야, 벌써 잊었냐?"
험악해 보이는 이가 계속 거부하자 말상을 한 이는 입맛을 쩝쩝 다시며 짜증내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에이 씨, 그럼 밤동안 심심한데 뭐해야하냐"
"망이나 잘 봐, 어떻게 여기서 딴짓 할 생각을 하냐. 그러다가 경계 소흘로 된통 당해봐야 겠냐"
"에잉, 이것들은 왜 여기까지 들어와서 이렇게 귀찮게 하냐"
말상을 한 이가 투덜거리면서 마차 쪽을 노려보았다.
"그거야, 우리가 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려고 했겠지. 그럴 수 있는 장소는 이 대륙에서 몇군데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여기잖냐"
"그렇게 발버둥을 쳐도 결국 잡힐건데 뭐하러 그러냐는 거지, 위험하다 한 곳이더라도 얘들이 살 정도면 우리가 못갈리가 없잖아"
"쟤들이 그런걸 생각 했겠냐, 시끄러우니까 말은 그만하고 망이나 제대로 봐, 여기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인거 잘 알지? 이번에 제대로 한탕 해서 한 몫 챙길수 있긴 하겠지만, 죽으면 죽은사람 몫은 없는거니까 더 잘 봐야돼"
"알았다고"
말상을 한 이가 험악해 보이는 이가 말하는 말에 수긍하는지 궁시렁거리면서도 말을 줄이고 주변을 지속적으로 살펴봤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프스는 그들에게 얻은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놈이 귀찮게 한다면서 마차를 노려보는 걸 보면 저 마차에 엘프들이 갇혀있나 보군. 그리고 상품이라는 이야기는 엘프들을 팔거라는 이야기인가? 그리고 말할때는 자기들이 데리고 있는 엘프들에 대해서 실수라도 입밖으로 내지 않으려고 하는게 걸리는게 있다는 이야기겠고 그렇다는건 엘프들을 잡아다 파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겠지'
루프스는 그들이 잠깐사이에 하는 이야기에서 다양한 정보를 끌어 낼 수 있었다. 이들은 '몬스터 군락지'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몬스터가 많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마찬가지로 그들과 같은 인간들을 피해서 이곳으로 도망쳐온 엘프들을 잡아들이기 위해서 왔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엘프들을 생포한 그들은 그 엘프들을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보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렇게 잡아다가 팔아먹을 상품으로 보려는 이들이지만 엘프들을 잡았다고 인간이라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까지 당당히 말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것을 보면 이 일이 그들 사이에서도 그리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는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여기를 빠져나가는 동안 인간들이 합류하거나 할 일은 없겠군'
루프스는 생각보다 좋은 상황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뒤로 별일 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아침이 찾아왔다.
날이 밝자 오크들은 일어나서 별다른 짐은 없는지 곧바로 준비를 마쳤다. 인간들도 야영을 위해서 펼쳐놓았던 짐들을 다시 챙겨서 차에다 싣고 있었다.
고블린들도 인간과 오크들이 움직이려는 기미가 보이자 그들을 쫓아가기 위해서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라고는 해도 특별히 중요한 것은 그들을 추적하면서 가지고 온 식량 뿐이라 거의 곧바로 준비가 끝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인간들도 준비가 끝났는지 바로 출발하고 있었다. 먼저 준비를 끝마치고 그들을 지켜보던 일행은 인간들이 마력차를 끌고가는것에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에 그들이 멀어지자 루프스 일행은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조심스레 그들을 쫓아갔다.
그렇게 그들을 쫓아가기를 몇일 그동안 루프스들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몬스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대부분이 약한 몬스터들이라 그런지 자주 나타나도 쫓아가는 것에 지장은 생기지 않아 어렵지 않게 그들의 뒤를 따라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길을 가면 갈수록 확연히 긴장이 풀어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그들이 방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 후에 지원을 부르러 갔던 파인피가 그들이 남긴 흔적을 쫓아서 인간들이 있는 근처까지 도착 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파인피는 고블린들만 끌고 온것이 아니라 부족에 가둬두었던 엘프 포로들도 데리고 왔다. 그들의 마을이 습격당한 것을 확인한 루프스가 지원을 부른다는 이야기에 놀란 그들이 억지로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해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다른 포로들이었다면 어림없는 이야기였겠지만 루프스가 각별히 신경쓰라는 이야기를 해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저희 마을이 습격당했다는게 무슨 얘기죠?"
"저기 저놈들 보이나? 마을에 나있는 흔적을 따라서 이동하니 쟤들이 있더군, 그리고 엘프들은 저곳에 가둬놓았다고 하고"
"인간들이군요... 여기까지 쫓아왔단 말인가"
으드득-
도착하자 곧바로 루프스에게 다가온 엘라가 그가 가리키는 인간들을 보자 이를 갈면서 증오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사이에 파인피에게 다가간 루프스는 그와 지원온 고블린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데리고 올 수 있었지?"
확실히 파인피가 이번에 데리고 온 고블린들의 수는 천에 달하는 많은 숫자를 끌고 왔다. 전체 부족원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정도 숫자를 데리고 트롤의 영역을 건너오려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겼을게 분명했기에 이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각자 소수로 나눠져서 트롤 영역을 통과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능력있는 놈들이라 어떻게든 통과 할 수 있었다"
"능력있는 놈들?"
그 말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번에 지원을 온 고블린들은 모두 하급 고블린들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릴 수 있엇다.
"트롤들과의 전투만 피하려 노력했다면 충분히 통과 할 수 있었겠군. 그래서 피해는?"
"부족에서 나올때는 1,500이었지만 트롤 영역을 지나서 합류한건 여기있는 1,000 뿐이었다"
"500의 피해가 생겼나, 으음..."
전체의 삼분지일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에 루프스는 절로 침음성이 흘렀다.
"일단 이들이라도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었던게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그럼 이제 저들을 어떻게 공격할지를 이야기 해봐야지"
"그렇다 족장"
루프스의 말에 파인피는 동의했고 둘은 스콘드와 프리트 그리고 이번 습격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엘라를 불러서 인간들을 어떻게 습격할지를 상의했다.
상의의 결과 그들이 잠든 새벽시간대에 그들을 포위해서 엘프들이 먼저 불침번을 서는 이들을 저격한 이후 한번에 섬멸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고블린들은 일단 대기하다가 해가 저물고 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야영 준비를 하고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들이 잠들고 불침번만이 일부 깨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고블린들은 슬금슬금 양옆으로 퍼져서 인간과 오크들이 야영하고 있는 곳을 둘러싸서 포위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포위가 완료되자 그것을 지켜보던 루프스가 고블린들과 엘라들에게 나직이 명령을 내렸다.
"시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