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고블린
자신 이외의 다른 고블린들이 모두 전멸한 것과 고블린들의 멸종에 대해서 고민하던 루프스는 결국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결론짓고 다음날에 엘라에게 물어보기 위해서 그날 하루의 일정을 끝냈다.
그리고 다음날 해가 떠오르면서 깨어난 루프스는 이번에도 엘라가 있는 포로수용소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그의 움막으로 실험실의 고블린이 두 가지의 소식을 가지고 그에게 전달했다.
"이건, 써먹을 수 있겠군"
그리고 루프스는 곧장 포로수용소로 향했다.
갇혀있는 엘라는 다행히 더 이상 자살시도는 하지 않았는지 전날보다 깔끔한 모습으로 구속되어 있었다.
루프스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잘 있었나? 엘라"
"..."
포로수용소에 있는 엘라는 예상대로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일단 최대한 설득을 시도했다.
"대답을 해주는게 좋지 않으려나? 이것저것 물어볼 대상이라면 너 말고도 아직 둘이나 남아있다고"
"...! 내... 부하들은 아직 살아있는건가?"
이전에 있었던 일로 이미 잡힌 부하들이 모두 변을 당했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들이 살아있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놀라워했다.
"살아있고말고, 다만 저번의 그 녀석은 어떨련지. 그리고 네가 비협조적이라면 다른 녀석들도 그 녀석 처럼 될수도 이고 키키키"
"큭- 협박하는거냐"
"물론 협박해주고 말고 그런 흥미로운 정보를 알 수 있다면 협박이 대수겠는가?"
그의 말대로 그녀는 그가 궁금해하는 것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고블린들이 어째서 멸망해 버렸는가, 지금 그들이 있는 이 장소는 어디고 어떤 장소인가 등의 정보를 그녀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준다는 것은 여기 있는 고블린들이 활개를 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어떤 상황을 야기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정보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들을 적대한 자신들을 용서치 않을거란 생각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는것이다.
"협박을 하더라도... 난 내 동족들을 위협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야"
"그래? 그런데 내가 무슨 질문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건가? 어째서 그게 너희에게 위협이 된다고 확신하는거지?"
루프스는 그녀의 태도에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의 눈 밖에 있는 세상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겠지. 그리고 내가 실수로 흘려버린 고블린들의 멸망해버린 이유 그리고 너희를 습격한 우리의 근거지에 대해서 물어 볼 생각이 아닌가?"
그녀의 말대로 그가 궁금해하는 것들 중 가장 중점적인 것이 앞의 두가지였다. 다만 뒤의 이야기는 그에 속하지 못했다.
"내가 왜 너희 근거지를 궁금해하지? 그런건 관심없다. 결국 우리를 공격한건 너희고 말이지. 아니면 너희는 코볼트 한무리가 공격해왔다고 부족대 부족으로 싸우는거냐?"
그는 예전이라면 공격해온 이들과 그들이 소속된 곳까지 적대해왔었다. 그리고 동굴에서 지낼때 랫맨들을 상대하던 경험이 있는 그는 적대하는 이들을 전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왔었다. 그렇게 해서 사라진게 늑대의 몬스터들과 오크들 중 일부였다. 하지만 그 힘의 모자람을 통감하고 오크들을 한 집단을 몰살시켰지만, 오크 부족 전체를 상대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것은 점점 영역이 넓어지면서 새로 몬스터들과 영역을 맞대면서 더 확고해졌다. 영역을 맞댄 몬스터들과 매일 같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들을 아예 전멸시키자는 생각은 못하고 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들은 다른 고블린들이 성장하는 발판이 되어준다는 것과 하나와 싸웠다고 모두와 싸우려고 하는것은 지금에 와서는 쓸모없는 소모라는 것을 이해 한 것이다.
동굴에서 랫맨들은 그들과 자원을 가지고 다투는 상태라 싸웠고, 결국 전멸시켜 그곳은 고블린들만 있는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서로 죽고 죽이면서 자원의 소모를 조절해왔던 그들은 하나만 남자 급속도로 번식해서 그곳에서 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동족상잔이 일어났었을 것이다.
부족을 세우고 얼마 안됐을때는 늑대들의 위협이 심각하다 생각해 그들을 전멸시켰다. 이것 또한 영역을 넓혔을때 마주한 몬스터들이 랫맨이나 코볼트 같은 고블린과 비슷한 최하급의 몬스터가 아닌 오크, 트롤과 같은 그들보다 격상의 몬스터들과 마주했었다면 그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숨어살기 바빴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쌓으면서 그는 하나를 적대한다고 모두를 적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습격해온 그들이 속해있던 곳 까지 적대 할 생각은 없다는 거다.
"그리고, 어차피 너희들이 살던 곳에서 여기까지 공격을 오기에는 여러모로 곤란 할 텐데?"
그가 그들을 만났던 곳은 트롤의 영역이었다. 트롤과의 싸움으로 지쳐있는 그들을 습격해온 그들을 보면 여러가지를 짐작 할 수 있다.
첫째는 트롤의 영역 근처에 그들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루프스 일행이 트롤을 잡아오면서 트롤들이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뼈 무덤을 여럿 확인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분명 그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유골도 있었다.
거기에 당시 루프스들이 있던 장소는 트롤의 영역에서도 상당히 안으로 들어와 심부라고 예상되는 장소였다. 그런데 그들이 트롤의 영역 심부로 추정되는 곳에서 습격해왔다는 것 자체도 그들이 그곳과 가까이서 살아간다는 증거가 된다. 트롤의 영역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들과 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거니와 습격을 해온다면 트롤의 영역 밖에서 더 많은 수로 실행해 왔다면 루프스들에게 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을 것임에도 트롤에게 발각될수도 있는 위험한 장소에서 습격을 걸어온 것이다.
둘째로 그곳 이외의 장소에서 그들이 습격해온 것으로 짐작되는 사건도 없었고 그들을 발견하지도 못한것은 그들과 루프스들의 영역이 맞닿아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이야기는 그들이 고블린 부족을 공격해 오려면 트롤들의 영역을 가로 질러서 와야 한다는 것이다.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전에 그들 보다 강한 적들을 먼저 상대해야 한다면 본말전도와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그들이 그 수고를 하면서 까지 그들을 공격하진 않을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위험한 상태인것은 너랑 네 부하들 뿐이라는 이야기지"
"크윽..."
루프스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 그녀는 절로 침음성을 냈다. 그의 예상대로 그녀의 마을은 트롤의 영역을 지난 곳에 있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들에게 어느정도 전력이 있어 최악의 경우 공격해올 거라 생각 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의 마을은 모종의 사건과 이런저런 사정으로 최소한의 수비병력 말고는 전력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심한 짓을 한 루프스를 더욱 증오스럽게 생각했던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더욱 그에게 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마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그들에게 정보를 주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루프스는 그녀가 자신이 한 말에 의해서 고심에 들어가자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그녀가 결심을 할 때 까지 기다려 줬다. 그렇게 결정한 것에는 그녀의 감정을 확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엘라
당신을 향한 감정: 원망. 고민(결심). 주저. ]
그녀가 자신을 꺼려하면서 생긴 증오와 공포의 감정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고민의 감정 옆으로 결심의 감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을 굳혔는지 고개를 들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알려줄 마음이 생겼나?"
"그래,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정보를 제외하고는 너에게 알려주지. 대신에 나와 아직 멀쩡한 부하들의 목숨은 보장해라"
"좋다. 너와 네 부하 두명의 목숨 거기에 저번에 실험체로 끌려간 그놈에게도 더 이상의 실험은 없을거라 보장해주지"